- 게시일
- 2021.07.21
[글로벌이슈브리프 5호] 소프트파워(Soft Power)
국제사회의 연결이 가속화되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대변되는 경성파워(Hard power) 외에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가 1990년 저서 『Bound to Lead: The Changing Nature of American Power』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문화·정치적 가치, 외교정책을 주된 원천으로 발휘되는 소프트파워는 국가가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로 중시되면서 세계 각국은 소프트파워 향상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국가핵심이익을 지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 상황에 대응해 오면서 다시 한번 소프트파워에 주목한다.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을 기회로 자국의 이미지와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자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을 점검하고 내실화하려는 자발적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각국에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도록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도 있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요구되는 ‘소프트파워’
교육과 문화, 지식 등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을 평가하는 ‘소프트파워’ 순위를 보면, 미국은 2016년 1위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3위, 2018년 4위, 2019년 5위 등으로 하락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前대통령의 제로섬 세계관과 무역 전쟁 등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1위는 프랑스로 국제기구 활동을 활발히 한데다 G7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한국은 30개국 중 19위로 2016년 22위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그림> 참조).
Chatham House(2021.5.20.)는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추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백신외교로는 충분치 않음을 강조한다. 미국이 개도국에 8천만
도스의 코로나 백신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끌어올리겠지만, 팬데믹과 경제 붕괴로부터의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이 세계의 ‘백신 저장고’(Arsenal of Vaccines)가 됨과 동시에 많은 지출과 수입을 통해 세계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에 대한 자국민의 합의와 미국의 일자리 보호가 전제되어야 함도 첨언한다.
중국은 코로나19 지원 확대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loomberg(2021.5.19.)는 미국과 EU가 자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와 외교관계를 이유로 아프리카ㆍ아시아ㆍ라틴아메리카ㆍ중동 등지에 백신 지원을 주저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들 국가로 백신 지원을 추진함으로써 코로나19 백신이 소프트파워를 확대하는 매개가 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The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ISEAS)(2021.5.25.)는 중국은 그간 분쟁 관계에 있었던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코로나19 관련 정보, 의료지원품, 마스크, 검사키트, 의료팀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정치경제적 파워로 인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함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지난 6월 23일 일대일로 연선에 있는 국가들과의 백신 협력 동반자 관계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파트너 국가들과 백신 규제정책, 공동개발생산 등을 촉구하고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내보였다.
러시아 또한 코로나백신 원조를 기반으로 서구를 향한 유화전략을 펼치고 있다. European Research Studies Journal(2020)은 코로나19 시기 ‘프로파간다’로 상징되는 소프트파워의 적극적 활용 특히, 러시아에 가장 적대적인 폴란드 사례를 들어 중동부 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준다. 또한 러시아의 언론들은 중동부 유럽의 많은 국가가 러시아의 스푸트닉V 백신을 승인함으로써 유럽 내에서의 논쟁과 소프트파워를 이용해 서구와의 오랜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성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유럽중국연구네트워크(ETNC)(2021.4.)나 Bruegel(2021.4.27.) 등 서구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등을 통해 추구하는 소프트파워의 확장에도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문화ㆍ방역 등으로 부각되었으나 국가주도 브랜드화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Carnegie재단(2010.11.15.)은 2020년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가 팬데믹 대응에서부터 방탄소년단 같은 문화이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원동력이 되어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하고, 이는 기후변화 같은 초국가적 문제에서 영향력를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단, 국가주도의 브랜드화에는 한계가 있고 국제사회의 유화적인 대북정책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소프트파워의 역사 및 전개
중국은 1990년대 초 국력과 전략 자산으로서 문화에 대해 집중하면서부터 소프트파워 연구를 시작하여 자국의 소프트파워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정책과 전략 차원에서 개발ㆍ활용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2021.6.17.)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수단으로써 ‘판다외교’를 설명한다.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임대(우호국가에 국보급 판다를 증정하는 방식에서 희귀동물 보호 차원에서 장기임대 방식으로 전환)는 양국 간 소프트파워 외교의 한 부분으로 주요 외교 행사나 무역 거래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으나, 이것만으로는 중국과 판다 유치국 간의 긍정적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유럽중국연구네트워크(ETNC)(2021.4.)는 중국의 유럽 내에서 소프트파워 확장 노력을 17개국과 EU기구의 분석에 기반하여 설명한다. 두드러진 점은 중국의 언어와 문화 진흥, 언론을 통한 중국이미지 고양, 경제력 자체를 소프트파워의 요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Russia in Global Affairs(2021.3.15.)는 지난 20여년 간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성장과 하락의 역사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IFRI(2021.4.)는 소련 붕괴 이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의 한계를 절감한 러시아가 철저한 현실 평가를 기반으로 소프트파워 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의 소프트파워는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소련연방의 레거시, 국제사회에서 보수성향의 정치적 정체성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조커로서 위상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의 소프트파워 전략은 지역재생 전략과 연계하여 추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정부는 2019년 9월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을 계기로 새로운 쿨재팬(Cool Japan) 전략을 발표하였다. 쿨재팬 전략은 2010년부터 일본정부가 전개해 온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새로운’ 쿨재팬 전략은 일본 사회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지역 각지에서 발흥시켜 소프트파워의 원천으로 삼으려는 목표에서 지역재생 전략과 연계하여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각 지역에 쿨재팬 프로듀서를 두어 각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전 세계에 발신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 단위의 통합적 조직 체계를 갖추어 정보 및 문화의 전략적 발신, 문화산업과의 연계성, 경제활성화 기여 등을 확보하려 한다. 쿨재팬 담당 대신(大臣), 관계부처 합동 ‘쿨재팬 관계부처 연락ㆍ연계 회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내각부 산하 ‘쿨재팬 민관연대 플랫폼’ 등이 그 예이다.
한국, K-소프트파워 전략 마련할 때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초국가적 현안에 있어서 기존의 강대국 개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경쟁질서와 이로 인해 형성된 국제적 패턴에서 벗어나 소프트파워 관점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나라가 인적 교환 프로그램이나 경제협력을 통해 우호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나 국내 대학 등 민간부문이 해외에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의 가치는 상당히 높다. 정부는 이들 자원을 활용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 또 주요 이슈마다 소셜미디어,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와 교감해야 한다.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공공외교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있다.
방탄소년단 같은 문화콘텐츠와 K-방역으로 불리는 팬데믹 대응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러한 소프트파워가 지속되고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 싱크탱크에서 제기한 국가주도 브랜드화의 한계, 대북정책이나 한일관계에의 영향 미비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기후변화 같은 초국가적 현안에서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므로 일본의 ‘쿨재팬’ 전략이나 중국의 ‘판다외교’에 상응하는 K-소프트파워 전략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 본 글은 글로벌 싱크탱크 기관들의 발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문 중 싱크탱크 기관명을 클릭하면 관련 자료 확인이 가능합니다. |
관련 싱크탱크 주요 내용
Chatham House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세계경제의 회복과 불가분의 관계(2021.5.20.) US soft power inextricably linked to global recovery
※<Pew리서치> 2016~2019년 17개국 중 10개국에서 미국에 대한 호의 하락 <Gallup> 미국인 중 53%만이 외국인들이 미국에 호의를 갖고 있다고 인식(2000년 73%)
| USD공공외교센터 사회적 거리두기 외교: 불안정한 세계 속 소프트파워의 미래(2021.5) Socially Distanced Diplomacy: The future of soft power and public diplomacy in a fragil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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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egel 백신외교: 소프트 파워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주는 교훈?(2021.4.27.) Vaccine diplomacy: soft power lessons from China and Russia?
| ISEAS(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 코로나19 대응: 중국이 동남아에 소프트파워 발휘할 기회(2021.5.25.) Fighting COVID-19: China's soft power opportunities in mainland Southeast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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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 일대일로 백신 협력 동반자관계 이니셔티브(2021.6.23.)
| 유럽연구저널 코로나 시기 중동부 유렵에 대한 러이사의 하드/소프트파워(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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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MGIMO대 정치행정저널 러시아 소프트파워로서의 스푸트닉V(2020) SputnikV vaccine as a soft-power instrument of Russia
| 미국기업연구소(AEI) 판다: 중국의 가장 인기있는 외교관(2021.6.17.) Pandas: China’s most popular diplom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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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국연구네트워크(ETNC) 중국의 對유럽 소프트파워: 쇠퇴의 길?(2021) China’s Soft Power in Europe: Falling on Hard Times
| 佛국제관계연구소(IFRI) 러시아의 틈새 소프트파워: 영향력의 자원, 목표, 통로 (2021.4.) Russia’s Niche Soft Power: Sources, Targets and Channels of Infl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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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제관계저널 러시아 소프트파워의 성장과 하락(2021.3.15.) The rise and fall of Russia's soft power
| 日내각부 새로운 쿨재팬(Cool Japan) 전략(2019.9.) https://www.cao.go.jp/cool_japan/about/pdf/190903_cjstrategy.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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