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해 떠벌리지 않기”
독일 언론이 한국 현대시 사상 최고의 모더니스트이자 아방가르드 시인이라 평가 받는 이상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작가 이상에 대한 기사 "행복에 대해 떠벌리지 않기" 를 보도했다. 기사는 "소설가, 카페 주인이자 댄디보이였던 이상은 서구세계에 거의 알려진 적이 없다. 26세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한국에서 그의 영향력은 아직 유효하다. 지난 수십 년간 출판된 그의 전집만 해도 4권에 이른다." 고 전했다. ▲ ;행복에 대해 떠벌리지 않기;원문 FAZ는 ;이상; 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한국말로 ;이상한;, ;완전한 이상;, ;더 이상 할 말 없음; 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다며 이처럼 여러 뜻을 지닌 단어는 그의 작품에서 다층적 의미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지만 그녀의 대담한 수법이 얼마나 신경을 긁어대는지, 마치 심장을 관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화살을 머금은 팽팽한 활 같죠.; 등 작품 속에 나오는 표현들을 소개하며 이상이 늘어놓는 이야기는 독자들을 숨 막히게 하고 그에 대해 감탄하게 만든다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FAZ는 이상의 작품은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불분명하고, 많은 문장들은 시의 구절처럼 특정한 줄거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마치 카프카의 작품들처럼 전후배경 없이 홀로 고립된 문장들이 흩어져 있는 듯 하다; 며 이상이 자신의 삶처럼 글도 그렇게 빨리 써내려 간 것 같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덧붙여 그의 글 속에 나오는 사람들, 상황들, 생각들은 고전이나 동시대 작품들에서 나온 문구들의 콜라주로 모든 것들이 멈추지 않는 의식의 흐름을 통해 연결된다는 해석 등을 내놓았다. ;이상은 초현실적 풍자와 현대적 아이러니를 구사하는 작가;신문은 작가의 삶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관계가 깊다고 전하며 ;근대성과 식민주의가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갖게 된 것은 아마 이상이 동시대적 존재를 분열되고 소외된, 뼛속까지 허위적인 것으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사람들은 나를 매우 괴짜라고 생각한다. 몰래 세계를 뒤흔들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상한 놈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별종임을 연기하기 위해 낮잠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는 이상의 발언을 인용해 낮잠은 작가의 주요 모티브 중 하나였다고 설명하고 이상이 앓았던 결핵 역시 주된 모티브 중 하나로 작가에게는 육신의 병으로 인한 ;모든 것을 압도하는 피곤함;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FAZ는 기사 말미에 이상의 산문에서 발췌한 문장 ;자는 것과 뒹굴 거리는 것 말고는 없다. 그것만이 불행이건 행복이건 떠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를 인용해 소개했다. 또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날개;, ;휴업과 사정; 등을 엮은 <이상산문선집>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초현실적 풍자와 현대적 아이러니를 구사하는 작가를 새롭게 발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을 출간한 드로쉴은 오스트리아 유명 문학출판사로 독보적인 실험성과 예술성을 갖춘 문학 작품을 출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상산문선집> 표지 글-외신협력과 안세희 2014.08.22 | 조회수 4,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