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우려하는 ‘아베 담화’
올 여름 발표 예정인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 포함될 내용이 무엇일까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일본 언론은 물론 서방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일찍이 아베 총리가 기존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문구를 넣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아베총리가 보여 준 국수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정치인들과 언론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아베의 섣부른 과거사 수정움직임이 자칫 아시아 국가들 간의 신뢰와 국제사회에서의 명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 염려하며 ;아베 담화;에 반드시 과거사 반성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 일본이 밟아온 역사 올바르게 전달해야; 나루히토 왕세자는 23일 55세 생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기억이 흐려지는 오늘날, 겸허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게 일본이 겪은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FP는 이 같은 소식을 보도하며 ;일본 정치인들이 일본의 역사적 범죄를 축소하려는 가운데 보기 드문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왕세자의 발언을 아베 총리에 대한 질책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70년을 노력해 얻은 아시아 각국의 신뢰, 단번에 잃을 수도; 일본 마이니치는 24일 후쿠다 전 일본 총리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전 후 70년 담화에 ;과거에 대한 반성;, ;전후 70년 평가;, ;미래에 대한 전망;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는 전후 발걸음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도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할 수 없다며 역대 총리 담화를 답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담화를 상시적으로 바꾸면 신뢰받는 국가가 될 수 없고 일본이 70년 이라는 세월 동안 노력을 거듭해 되찾은 아시아 각국의 신뢰를 단번에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아시아, 아직도 20세기 군국주의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도 역대 담화 표현을 답습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고노 전 장관이 아베 총리에게 ;일본의 전시 악행에 대한 종전 담화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총리의 강한 이념적 사고 때문에 20세기 군국주의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아시아에서 일본이 고립될 위험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고노 전 장관을 ;전시 위안부 여성들에게 획기적으로 공식 사과를 발표한 일본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이 24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노 전 장관은 역대 담화 계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본의 역사인식이 10년 마다 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 아사히, ;도대체 왜 새로운 담화를 내는가?;;마이니치, ;과거에 대한 반성, 애매해서는 안 돼; 아사히는 26일 사설에서 ;전후 70년이라고 해서 반드시 총리 담화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새로운 담화를 내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전체적으로 기존 담화를 계승하겠다면서 중요 키워드를 넣지 않는다면 세계는 일본을 ;과거에 눈 감는 자;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니치는 25일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과거를 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의 역대 내각이 지금껏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등을 통해 ;식민지 지배;, ;침략;이라는 표현을 답습해왔으며 이것이 일본의 공식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이 되는 문언을 떼어서는 안 된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을 애매하게 하면 한국과 중국 및 미국과 유럽에도 역사 수정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민당 부총재;공명당 대표― 한 목소리로 ;과거 담화 명확히 계승 할 것; 촉구 교도통신은 25일,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고무라 마사히코 부총재가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 담화를 명확히 계승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고무라 부총재는 ;50년, 60년 담화를 명확히 계승해야 일본의 향후 행보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아베 총리에게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야마구치 대표는 ;올 여름 발표할 담화는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반성을 명기한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후 70년 담화는 일본 국민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지적했다. 일본 내 여론―아사히, 산케이, 마이니치 여론조사 결과 ;기존 담화 계승해야; 과반수 일본인들도 기존 담화 내용이 수정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담화;에 역대 정권의 문언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가 14;15일에 걸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후 70년 담화에 기존 담화에 들어 있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진심 어린 사과;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52%, ;넣을 필요 없다;는 의견이 31%인 것으로 조사됐다. 21;22일 이루어진 산케이의 여론조사 결과도 기존의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응답이 51.6%로 ;넣을 필요 없다;의 36.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17;18일 실시한 마이니치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응답자들 중 50%가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답해 ;계승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답한 34%보다 높게 나타났다. 글-외신협력과 안세희 2015.02.26 | 조회수 3,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