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25시] ➁‘팽창’하는 한류…한국의 혁신 에너지
▲ 창간 11주년을 맞은 영국 <모노클>의 올해 3월호 표지. 이 잡지는 한국을 ‘속성국가, 소프트파워의 새 강자’라고 설명했다.영국 <모노클(Monocle)>은 참 재미있는 잡지다. 직접 취재한 팩트와 사진을 알기 쉽고 보기 좋게 편집한다. 국제 정세(Affairs)와 비즈니스(Business), 문화(Culture), 디자인(Design), 엔터테이닝(Entertaining), 패션(Fashion) 등 ‘글로벌 A to F’를 다룬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오리지널 저널리즘’을 추구한다. 콘텐츠의 유익함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까지 더해진다. 항공과 숙박 등 취재 편의를 제공받지 않는 매체로도 유명하다. ‘세상을 예의주시하고 귀기울이는 것(Keep an eye and an ear on the world)’이 모토다. 전세계 비즈니스 리더 또는 인터내셔널 컨슈머를 상대로 8만1000부를 판매한다. 라디오방송 ‘모노클 24’와 숍, 키오스크 카페까지 운영해 수익을 낸다. 디지털 시대에 ‘인쇄 매체의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 잡지가 창간 11주년인 올해 3월호(연 10회 발행, 통권 111호)를 ‘한국 특별판’으로 꾸몄다. 표지에 ‘한국’이라는 큰 글자와 태극기가 눈에 띈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린 한국의 모습은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한국은 한마디로 ‘속성 국가(FAST-TRACK NATION)’이며 ‘패션과 디자인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새 강자’ 라고 소개했다.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소주, 숨겨진 패션 브랜드, 성형수술 덕분에 젊어진 사람들도 그렸다. 뷰티와 패션 푸드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대통령과의 좌담’은 반드시 읽어야 할(must-read) 기사라는 하얀 딱지도 붙였다. 몇 페이지를 넘기면 8쪽짜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인터뷰가 바로 보인다. ‘지루하지 않고 경쾌하게’ 꾸며진 48쪽짜리 한국 특집도 쉽게 찾을 수 있다.영국 <모노클> “패션 디자인 소프트파워 새 강자, 한국”<모노클>은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에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대통령(Crowd pleaser)’이라는 큰 제목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벌어진 ‘언어의 십자포화’속에 (남북대화와 평화를 추구하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서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는 설명을 작은 제목으로 덧붙였다. 4월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비핵화 및 북미 대화 의사를 확인한 ‘3‧5남북 합의’를 예견한 듯하다. <모노클>은 김정숙 여사를 “여성의 역할 변화와 약자에 대한 그의 지지를 통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퍼스트 레이디”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 취임후 김 여사가 지역 주민과 손잡고 청와대 앞길을 거닐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는 새 정부의 접근성과 소통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노클>은 한국 특별판에 김치, K스타일, 카페, 전통매듭, 여성기업가, 작은 공방,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K아트 등을 ‘코리안 A to F’ 형식으로 담았다. 맨 앞에는 한국의 명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넣었다. 한국을 ‘소프트 파워라는 큰 물결에 올라탄 국가’라고 묘사했다. 데이터 분석과 참여 민주주의의를 결합, 도시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찰하는 리더(Reflective leader)’라고 평가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종합안내서비스 ‘다산콜(129)’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고 했다. 전화번호는 물론 식당 추천과 교통 통역 분실물찾기 안내에 심지어 법률컨설팅까지 6개국 언어로 해주니 ‘알렉사의 인간버전’이라고 치켜세웠다. 노래방 PC방 찜질방 등 ‘방 문화’와 K푸드, 뷰티산업, 수호랑과 반다비 등 그래픽 디자인, 제주의 예술 등도 다뤘다. 이달 말께 ‘서울 트래블가이드’를 펴낸다.지지율 높은 대통령…성찰하는 리더 서울시장한국의 문화, 한류(Hallyu)를 입체적으로 다룬 매체는 <모노클> 뿐만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해 ‘세계속의 한류’를 주목한 외신이 많았다. 스페인 유력일간지 엘문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은 엑소(EXO) 씨엘(CL) 등의 K팝 콘서트로 마무리됐다”며 “K팝은 한국의 브랜드중 하나가 되었고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팬이 방문할 정도가 됐다”고 보도(2.26)했다. 이 신문은 “K팝에 빠진 팬들이 한국 드라마, 음식 등 문화도 소비하기 시작하며 K팝은 한류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잡은 문화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민주화가 진행되고 물질적이고 소비적인 사회로 변모한 한국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요소가 K팝”이라고 규정했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K팝 팬이 됐다고 지난 1일 보도했다. 이방카가 엑소 씨엘과 트위터를 통해 팔로하기 시작했고,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으며 이방카의 자녀들도 K팝 댄스파티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5일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북미와 남미, 대만 등 총 10개국 투어에서 약 40만명을 동원했다”며 “미국 <타임>지가 지난해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25인’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작가 J.K. 롤링 등과 함께 BT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K팝의 성공 배경으로 ‘세계화와 인터넷 기술(영국 BBC 1.19)’ ‘다국적 그룹 구성과 SNS 등 인터넷을 통한 PR전략(일본 NHK 1.30) 등을 꼽았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난달 24일 남자스노보드 빅에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방카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 뒤 ‘K팝 팬’이 됐다고 한다. 사진 코리아넷 제공.이방카 홀린 K팝…리베라시옹 “한국 K팝이 일본 J팝을 압도”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몇년전부터 한국의 K팝이 일본의 J팝을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2017.11.5)을 일찌감치 내놓았다. ‘욱일승천(일본)과 조용한 아침(한국)의 대결’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팝 콘서트가 중국의 베이징에서 프랑스 파리 그리고 페루의 리마에서까지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반면, 일본 팝 뮤직 팬들은 활기를 잃으면서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시장이고, 놀랍도록 풍부한 음악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점점 한국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음악 산업은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지원을 받고 있고, 한국 정부는 한국 팝문화의 대중화가 이제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 전략에 포함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설명도 덧붙였다.1990년대 드라마로 시작한 한류는 K팝 뿐 아니라 클래식, 문학, 영화 분야에서도 외국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지난달 22일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로마 콘서트를 주요하게 다뤘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3일 ‘새로운 느와르 경향, 스릴러를 재창조하는 한국 작가들’이란 기사를 냈다. 한국 소설가 김언수의 <설계자들(the plotters)> 영어판을 둘러싸고 미국 영국 체코 터키 출판사들이 경매에 응찰하고, 해외 영화사들 또한 판권 경쟁에 나섰다는 점을 주목했다. 5월 영국에서 출간될 정유정의 세 번째 소설 <종의 기원(The Good Son)>도 소개했다. 최근 5년간 영어로 번역된 한국작가 작품수는 2013년 12권에서 2017년 24권으로 늘어났고, 영국에서 한국문학 서적 판매량은 2001년 88권에서 2015년 1만191권으로 급증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독일 <디 자이트> “한국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세터”K뷰티와 K푸드도 빼놓을 수 없다. 벨기에 브루즈는 지난달 24일 ‘한국 화장품 유럽시장 진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가을 프랑스 백화점 내 설화수 매장을 개점한 아모레퍼시픽이 2019년 영국 시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세계적인 성형수술도시’라는 방송(2.20)에서 한국 여성의 60%는 20대때 성형수술을 한 경험이 있고, 매년 수십만명의 의료 관광객이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했다. ‘김치가 전 세계를 정복한다(벨기에 메트로 2.19)’ ‘한국의 김치를 넘어(영국 텔레그래프 1.28)’ 등 K푸드를 다룬 기사도 종종 눈에 띈다. 텔레그래프는 “가짓수나 재료로 볼 때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관광객들은) 서울 전주 경주 부산 등의 노점이나 카페 펍 작은마을의 식당에서 주머니 사정에 맞는 훌륭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독일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가 보도한 ‘한국 쿨하게 K…K패션 K팝 K뷰티’라는 기사(1.31)를 살펴보자. 이 주간지는 “한국에서는 지금 수많은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트렌드세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한국은 오래전부터 이미 고유한 자의식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에 새로 생겨난 많은 한국 음식점에서 독일인들은 마늘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을 열심히 주문하고, 지난 1월 피렌체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 주빈국도 한국이었다고 언급했다. 이 주간지는 한류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한류는 패션과 음악 뷰티 그리고 음식 문화로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는 현상, 동아시아에 위치한 나라 한국이 지닌 혁신적인 에너지에 대한 놀라움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최명수|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본 칼럼은 경향신문에 동시 게재됩니다. 2018.03.12 | 조회수 3,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