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 25시] ⑯ “비핵화는 단계, 목표는 평화”…美 TNI의 한반도 평화론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이하 TNI)는 요즘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글을 많이 싣는다. 미국의 외교 정책 두뇌집단(thinktank)인 국가이익센터가 격월간 잡지와 인터넷으로 운영하는 이 매체는 보수 성향이다. 1985년 창간한 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공산주의의 몰락을 그린 논문 ‘역사의 종언’(1989년)을 실은 것으로 유명하다.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진보 계열)와 함께 미국의 양대 외교전문지로 꼽히는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보수 계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TNI는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역사의 종언‘(1989년) 실은 보수 외교 매체 TNI 가장 최근에 나온 TNI 기사를 살펴보자. TNI의 국방연구국장인 해리 J. 카지아니스는 10월 7일 자로 ‘폼페이오 미국 국무,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10분간 회동 성과는? (Mike Pompeo’s 210 minutes with Kim Jong Un on Sunday: What was achieved?)’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좋은 방문이었다’가 첫 문장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주요한 뉴스가 나온 것은 없으나, 이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기사 일부가 필자의 눈을 끌었다고 했다. 그 내용은 ’별도의 방에서 폼페이오 장관 수행단과 식사를 같이한 북측 관리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가 9월 27일 자 인터넷판에 실은 기고문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이 평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 기고는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아메리칸 컨저버티브의 칼럼니스트 다니엘 드페리스가 썼다. /TNI 화면“트럼프 대통령, 평양 행보 고려하는 게 현명”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그런 일(트럼프의 평양 방문)이 발생하더라도 충격받지 말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행보를 고려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갈 때가 되었다”며 논리적 근거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그는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 장관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타진해 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을 떠올렸다. 둘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의 전통적 견해를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평양 거리를 관통하는 것 이상의 케이블 뉴스 장식 거리도 없다”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은 이미 끝난 셈이라는 현실을 세 번째 근거로 내세웠다. 성사 단계에 이르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평양, 워싱턴, 판문점, 제3국 등 4곳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평양 방문에 방점을 둔 셈이다.▲ 미국 두뇌집단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 해리 카지아니스가 10월 7일자로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에 쓴 기고문. 카지아니스는 이 기고문에서 트럼프가 평양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NI 화면“터널 비전 위험…북한과 세계 안정적 관계가 중요” TNI에 실린 10월 3일 자 기고도 한반도 평화론의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론이 북한과의 실질적 화해(detante) 가능성을 없애도록 해선 안 될 것(Don't Skepticism kill a Chance for Real Detente with North Korea)’이라는 글이다.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와 데이비드 강 미국 남가주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함께 쓴 이 글은 비핵화에 대한 ‘터널 비전(tunnel vision)'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비핵화 혹은 북한의 군사적 측면에만 집중하면서, 더 큰 이슈들을 외면하게 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필자들은 이를 ’어떻게 북한과 세계 간의 보다 안정적인, 정치적 관계를 조성하고,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가‘라는 큰 이슈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핵화는 여기서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 그보다는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가 궁극적 지향점이다.”라는 논리다. 비핵화가 이 목표의 중요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게 필자들의 분석이다.▲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이 9월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아리랑TV 주최 전문가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 외교안보 전문가인 그는 서울 방문 기간동안 많은 토론회에 참석했고, 몇몇 매체와 인터뷰도 했다. “비핵화 때문에 평화 볼모로 잡는 건 역사적 실수” 한반도 평화를 보는 TNI 시각이 획일적인 것만은 아니다. 10월 5일 자 피터 브룩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의 글 “지금은 북한에 대해 온건해질 때 아냐”는 대북 강경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전 선언이 대북 경제 압박을 완화할 것이고, 경제 제재를 종식하는 여러 조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TNI는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더 많이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이 평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Trump Should Let South and North Korea Build Peace, 9월 27일 자 칼럼니스트 다니엘 드페트리스 기고)의 마지막 부분은 터널비전의 위험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나무를 보다가 숲을 놓쳐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는 미국의 국가 안보 목표다. 비핵화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중략)…비핵화라는 이상론에 사로잡혀 평화와 안정의 전망을 볼모로 잡는다면 그것은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것이며 역사적 대실수(a lost opportunity and bungling of epic proportions)가 될 것이다.“ <최명수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2018.10.10 | 조회수 2,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