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언론 25시]⑲ 2018년 한반도…“평창과 평화, 그리고 변혁”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입장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2.9~2.25)의 대성공이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올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 초대형 행사가 많았던 까닭일까. 그런데도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남북 두 지도자가 백두산 천지에 올라 굳게 손잡은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국제연합(UN) 무대에서 “자신에 대해 말하라(Speak yourself)”라고 외친 방탄소년단(BTS)의 연설은 세계 청소년을 향한 큰 울림이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2018 아세안 축구연맹(AFF) 스즈키 컵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을 빛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국에 권고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한국의 국가 비전과 사회 변혁의 큰 줄기를 형성했다. 주 52시간 노동과 최저임금, 성 평등 문화 등은 그 변화의 방향을 말해준다. 한국 관련 보도 3년 새 2배↑…“남북 화해” 주목 이 같은 한반도의 큰 변화 속에 외국 언론이 가장 주목한 한국 관련 이슈는 무엇일까. 단연 올림픽 화해(detante)로 시작한 ‘남북 화해 기류’였다. ‘평화, 새로운 시작’과 ‘평화, 새로운 미래’를 제목으로 내건 남북정상회담에 외신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반도 비핵화는 더디지만, “2018년은 한반도와 세계에 안전이 확보된 한 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대통령 선거와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2017년), 탄핵정국과 촛불시위(2016년)에 집중됐던 과거에 비해 확연한 변화다.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언론 특파원이 300명을 넘어섰고, 주요 외신의 한국 보도량 역시 갈수록 증가세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300여 개 세계 주요 언론이 보도한 한국 관련 기사는 총 2만3281건(1.1~12.14, 주요 기사만 집계)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304건, 2016년 1만6954건, 2015년 1만228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약 2배 증가한 셈이다.“한반도 평화 전환점 4.17…북미핵협상 돌파구 9.19” 한국 관련 외신 보도를 자세히 살펴보자. 총 2만3281건의 외신 보도 가운데 북한을 포함한 외교 안보 관련 보도가 1만1906건(51%)으로 절반을 웃돌았다. 특히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전후로 관련 보도가 폭증했다. 신문은 물론 생방송 중계를 포함, 뉴스 프로그램의 보도가 두드러지게 늘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한국의 르네상스(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 2월 9일 자)’라고 표현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남북 동시 입장 등 평화올림픽뿐 아니라 문화올림픽과 ‘사상 최대 첨단기술 올림픽’등을 입체적으로 보도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역사적인 드라마’ ‘화해의 새 시대’라고 보도하면서 남북 지도자의 노력에 환영과 찬사를 보냈다.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최초로 명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재조명했고, 9.19 평양공동선언 때에도 역시 북미 중재 역할을 더욱 주목했다. 9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외신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사전 인터뷰와 순방 중 보도, 사후 기고 등이 많았다. 문 대통령이 정상외교 차원에서 16개국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를 호소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끊임없는’ ‘포기를 모르는’ 대화 노력을 평가했다. 신 남방‧신 북방 정책 등 외교 다각화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중견국 외교(Middle Power trip)가 한국의 외교지평을 넓혔다(이스트 아시아 포럼 4.10)는 분석이다. 주요 연설에서 ‘평화가 경제’이고,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 시엔엔(CNN 5월 1일)은 협상의 달인(the masterful dealmaker)이라고 했고, 미국 블룸버그(4월 24일 자)는 ‘해결사(the fixer)'라는 별명을 붙였다. 위대한 협상가(the great negotiator, 미국 타임지 4월 20일 자)라는 이름과 함께 올해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뽑혔다. 프랑스 렉스프레스는 ’균형 주의자‘(9월 18일 자)라고 평가했다.“정부 경제 활성화 노력…기업 자체도 혁신해야” 외신의 관심은 외교 안보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 사회 문화 쪽으로 관심의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노력과 조치들에 주목하면서 기업들의 자체적인 혁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높은 재벌 의존도와 과다한 중국 수출 비중 등을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일 중독 문화와 높은 실업률은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짚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과로하는 국가(영국 파이낸셜타임스 7월 2일 자)이고, 고령사회에 접어드는 한국 노인들은 생존에 고전하고 있다(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10월 7일 자)고 보도했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표현의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한국 여성의 ‘탈(脫)코르셋’이라고 표현(영국 비비시 12월 10일 자)했다. 한국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것에 대해 ‘진보적인 변화’라고 하면서도 제주 예멘 난민 반대와 관련, ‘외국인 혐오’라고 지적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 준비가 덜 된 나라(미국 엔피알 7월 5일)라는 혹평도 나왔다. “한류는 혁신에너지”…문화 보도량 61%↑ 문화 쪽에선 BTS뿐 아니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활약상이 돋보였다. 케이팝(K-Pop)은 한국만의 독자적인 흐름으로 혁신적인 에너지(독일 디 자이트 1월 31일 자)이며 BTS의 음악은 단순한 장르 그 이상(영국 비비시 1월 19일 자)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 문화만의 독창성을 부각해, 하나의 추세로서의 강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류는 음악 이외에도 패션, 미용(beauty), 소설, 한국어 등 여러 분야에서 외신의 주목을 꾸준히 받았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승한 점, 테니스의 정현, 축구의 손흥민 등도 외신에 크게 보도됐다. 덕분에 2018년 한국 문화 외신 보도량이 2472건으로 지난해(1532건)보다 61% 증가했다. 한류의 확산 추세를 말해준다. 국가별 한국 관련 외신보도량을 따져보면 일본 매체(6541건)가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미국(1136건), 중화권(1108건), 영국(651건) 순이었다.▲미국 시엔엔은 최근 2018년 세계에서 생긴 좋은 일로 △남북한이 한국전 공식 종전을 약속했다는 점, △남북한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 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 점 등을 꼽았다. /미국 시엔엔 화면 최근 미국 시엔엔은 △남북한이 한국전 공식 종전을 약속했다는 점, △한국이 최대 개 도살장을 폐쇄한 점, △남북한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한 점 등을 2018년에 세계에서 생긴 좋은 일로 꼽았다. 중국 CGTN도 2018년 글로벌 무버(Global Mover)로 한반도 평화 촉진자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남북 비무장지대(DMZ) 초소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평화지대’로 변모했다(중국 해외망 12월 18일)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의 12월 20일 자 논평을 살펴보자. 한반도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북한 문제, 절반이나 채워진 잔인가, 절반만 채워진 잔인가?’를 제목으로 최근 한반도 상황을 분석한 미국 워싱턴타임스 논평. /미국 워싱턴타임스 화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가 없다는 것이 워싱턴(미국 정부) 내 분위기이나, 화해를 주도해 온 한국의 진보 정부는 여전히 ‘포용 정책’을 전속력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 내 낙관론자들은 프로세스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비핵화와 화해가 아직 유효함을 가리키는 몇 가지 상황을 제시한다. 우선 △미사일과 핵은 꾸준한 개선이 필요한데 북한이 1년 이상 무기 실험을 동결하고 있어 기술적으로 의미가 크고,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DMZ 비무장화 조치 등도 있으며 △이는 무기 실험 동결과 맞물려 실질적이고 중대한 진전을 의미할 수 있다” 워싱턴타임스는 이 논평 기사에 다음과 같은 제목을 붙였다. ‘북한 문제, 절반이나 채워진 잔인가, 절반만 채워진 잔인가?’ (끝) 최명수 |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협력관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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