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6.08.29
한국드라마 명작 (2): ‘가을동화’
2000년 가을, 하나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바로 2000년 9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 때문이다. 남녀의 사랑과 이별, 아픔의 이야기를 다룬 총 16부작 드라마는 방영 당시 4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 2000년 9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방영된 KBS드라마 ‘가을동화’에는 (왼쪽부터) 배우송승헌(준서役), 송혜교(은서役), 원빈(한태석役)이 출연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여주인공 은서와 남주인공 준서는 친남매 사이다. 중학생 시절 두 남매는 어느 날 서투른 솜씨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은서가 차에 치이게 된다. 병원에 입원한 은서가 혈액검사를 받던 중 부모와 혈액형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은서가 태어났을 당시 준서는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별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자기 동생과 다른 아이의 이름표를 바꿔놓는 바람에 운명이 바뀌게 된 것. 친동생은 공교롭게도 은서와 같은 반인 국밥집 딸 신애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각각 본래 자리로 돌아온 은서와 신애. 세월이 흘러 준서는 화가가 되어 강원도 속초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한다. 우연히 그곳 호텔에서 근무하던 은서와 재회한다. 이미 약혼을 한 준서는 다시 만난 은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준서의 절친한 친구이자 은서가 일하고 있는 호텔 사장의 아들인 한태석 역시 은서를 사랑한다.
은서는 14년간 친 오빠로 알고만 있던 준서와 사랑에 빠진다. 비극은 그녀가 백혈병에 걸리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바닷가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고, 은서는 준서에게 업힌 채 눈을 감는다. 장례식을 마친 후 준서는 은서와 함께 걷던 거리를 걷던 중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은서의 뒤를 따른다.

▲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송혜교, 왼쪽)가 준서(송승헌)의 등에 업힌 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드라마 ‘가을동화’는 준서 역의 송승헌, 은서 역의 송혜교 등 2000년도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들이 출연해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조각 같은 외모의 송승헌과 한태석 역의 원빈은 여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원빈은 송혜교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사랑? 웃기지 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 한 줄의 대사는 당시 신인이던 그에게 주연 못지 않은 인기를 가져다 줬다.
‘가을동화’는 아름다운 계절과 사랑이 담긴 윤석호 감독의 계절시리즈인 드라마 ‘겨울연가’, ‘봄의 왈츠’, ‘여름향기’의 첫 시작이었다. “시처럼 아름다운 서정적 영상표현에 주력했다”는 윤석호 감독의 말처럼, 이 드라마에는 가을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풍경을 담았다. 자극적인 도시 배경 대신 강원도의 하얀 메밀밭, 맑고 푸른 동해바다, 설악산의 가을 색채, 고즈넉한 초가집, 시골 폐교 등이 화면을 채운다.

▲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의 작업실로 이용된 강원도 양양군의 폐교에서 두 주인공이 함께 창문을 닦고 있는 장면.
‘가을동화’는 이후 중국,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방영됐다. 배우 송혜교가 당시 “(나에게) 한류의 시작은 '가을동화'부터”라고 말할 정도로 이 드라마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일본, 중국에서 방영 후 시청률이 40%가 넘을 정도였다.
대만에도 ‘가을동화’ 신드롬이 불었다. 2001년 ‘秋天的 童話’라는 제목으로 방송 6회 만에 각종 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외 드라마로서 1위는 처음이었다. 이 드라마는 곧 중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가을동화’ 속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마을'

▲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는 갯배 위에서 서로 엇갈리는 송혜교(은서役)와 송승헌(준서役).

▲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네 집으로 나왔던 작은 가게.
아바이마을 내 작은 구멍가게가 여주인공 은서의 집으로 나온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청초호모래톱에 자리한 이 마을은 한국전쟁(1950~53) 이후 함경도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아버지’의 사투리인 ‘아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래된 집들과 구수한 함경도 사투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가을동화’ 인기 이후 중국, 일본 등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가을동화’ 간판이 손님을 맞이한다.

▲ 속초갯배선착장에서 갯배를 타고 가면 5분도 채 안돼 아바이마을에 도착한다.
은서네 집 외에도, 청초호 호수변과 속초해수욕장 등 아바이마을 일대에서 주요 장면들이 촬영됐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타는 작은 배인 ‘갯배’가 이곳의 명물이다. 이 갯배는 속초시내와 아바이마을을 이어주는 배로, 긴 선 두 가닥을 놓고 철선 하나에 배를 한 대씩 고정해 끌어당기는 수동적인 방법으로 운행된다. 갯배 위에서 노란 우산을 쓴 은서와 준서가 엇갈리는 장면은 ‘가을동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 찾아오는 길: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반버스 9, 9-1, 7, 7-1번 타고 갯배선착장에서 하차, 갯배 타고 이동. 갯배 이용료는 1인당 편도 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