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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편지로 시대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2015.04.21

“밤 사이 평안하시었습니까 (궁에서) 나가실 제 내일 들어오옵소서 하였사온데…”
공손한 어투와 정갈한 필체가 눈에 띈다. 이 글은 조선 숙종(1661-1720)이 모후 명성왕후(1642-1683)에게 보낸 한글 편지의 일부이다.

이 편지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를 비롯, 상류층에서도 한글을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한문을 중시한 조선 사대부들이 한글을 ‘언문’으로 부르며 ‘아녀자의 글’, ‘서민들의 글’로 낮게 여겼던 당시 편견과 대비된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열리는 기획특별전 ‘한글 편지, 시대를 읽다’는 한글의 생활상과 언어문화, 예술성을 살펴볼 수 있는 한글편지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숙종이 모후 명성왕후에게 보낸 편지(1680년). 모후의 평안함을 묻고 있다.

▲ 숙종이 모후 명성왕후에게 보낸 편지(1680년). 모후의 평안함을 묻고 있다.

선조(1552-1608)가 딸 정숙옹주에게 보낸 편지(1603년). 병에 걸린 딸에게 의료진을 보내겠으니 염려말라며 병이 자연히 낫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염려가 담겨있다.

▲ 선조(1552-1608)가 딸 정숙옹주에게 보낸 편지(1603년). 병에 걸린 딸에게 의료진을 보내겠으니 염려말라며 병이 자연히 낫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염려가 담겨있다.

이번 전시회는 ‘한글 편지 속 시대 이야기’를 주제로 디지털 세상의 누리소통망(SNS)’, ‘편지가 비추는 세상’과 ‘편지의 멋’의 총 3부로 구성된다. 전시는 먼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과거 양방향 소통에서 다방향으로, 손글씨 편지에서 핸드폰 메시지, 인터넷 신조어 등 형태가 다변화된 오늘날 언어생활과 소통수단의 변화에 주목한다.

2부와 3부에서는 현대에서 과거 조선시대의 다양한 한글 편지 자료를 선보이며 한글 편지의 사회∙문화적 의미, 역사적∙예술적인 의미를 재조명한다. 한글 편지는 임금부터 노비까지 전 계층이 주고 받았다. 여기에는 당시의 생활상, 역사적 사건 및 언어문화도 녹아들어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인 군관 나신걸(1461~1524)이 영안도(함경도) 경성으로 가면서 부인 맹씨에게 적은 편지,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긴 이응태 묘 출토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항일투쟁, 6.25 등 근현대사 관련 자료로 소개된 학도병과 북한군, 항일 독립투사들의 편지, 1960~1970년대 독일 등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편지가 소개되어 있다. 특히 학도병의 보내지 못한 편지에는 전쟁으로 인한 비극과 인간적인 슬픔이 담겨 있다. 또 최근 해외의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적은 편지를 통해 한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 증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숙종, 선조, 정조 등 임금이 쓴 한글 편지 등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편지도 선보인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거침없고 활달한 필체가 돋보이는 한글 편지와 고종 황제 때의 한 상궁이 베베르 러시아 공사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도 시선을 끈다. 아울러 한국을 대표하는 서양 화가 김환기(1913-1974),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등 예술가들의 그림 편지도 감상할 수 있다.

무관 나신걸이 1490년 무렵 아내 맹씨에게 쓴 편지. 영안도(함경도) 경성에 군관으로 가면서 고향에 들리지 못하고 가는 아쉬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염려 등이 적혀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이다. (2012년 안정 나씨 묘역 출토)

▲ 무관 나신걸이 1490년 무렵 아내 맹씨에게 쓴 편지. 영안도(함경도) 경성에 군관으로 가면서 고향에 들리지 못하고 가는 아쉬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염려 등이 적혀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이다. (2012년 안정 나씨 묘역 출토)

20일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언론공개회에서 한 관계자가 ‘원이 엄마의 편지’로도 잘 알려진 이응태의 묘 출토 편지(1586년)를 살펴보고 있다. 이 편지는 남편과 사별한 아내가 부부애와 그리움을 담아 쓴 것이다.

▲ 20일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언론공개회에서 한 관계자가 ‘원이 엄마의 편지’로도 잘 알려진 이응태의 묘 출토 편지(1586년)를 살펴보고 있다. 이 편지는 남편과 사별한 아내가 부부애와 그리움을 담아 쓴 것이다.

화가 김환기가 아내 김향안에게 쓴 한글 그림 편지. 1964년 뉴욕에 머물던 김환기가 한국에 있던 아내에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 화가 김환기가 아내 김향안에게 쓴 한글 그림 편지. 1964년 뉴욕에 머물던 김환기가 한국에 있던 아내에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완성했다.

명성황후(1851-1895)가 친척동생인 민영소에게 보낸 편지로 당시 어지러운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

▲ 명성황후(1851-1895)가 친척동생인 민영소에게 보낸 편지로 당시 어지러운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 있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은 20일 열린 개막행사에서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는 전시”라며 “편지는 소통의 수단이자 마음을 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글편지가 가사문학, 서간문학 등 한국문학의 기초 역할을 했고, 서예를 통해 궁체 등 한글 글자체와 한글디자인을 만드는데 공헌했으며, 과학적 구조로 한글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했다”며 한글 편지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개막행사에서 축사하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위), 인사말하는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 (아래)2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개막행사에서 축사하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위), 인사말하는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 (아래)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개막행사에서 축사하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위), 인사말하는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 (아래)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개막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 ‘한글편지, 세상을 읽다’ 개막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개막행사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세종학당의 박율리아씨(Yulia Pak)가 선생님에게 보낸 자신의 한글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 개막행사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세종학당의 박율리아씨(Yulia Pak)가 선생님에게 보낸 자신의 한글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의 세종학당 학생 황 안젤리카가 선생님에게 쓴 편지

▲ 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의 세종학당 학생 황 안젤리카가 선생님에게 쓴 편지

국립한글박물관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 홈페이지(http://www.hangeul.go.kr/) 를 방문하면 얻을 수 있다. (4개 국어)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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