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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4.10.28

모나미, 한국 필기구 역사를 쓴다

한국에는 어느 사무실이나 관공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볼펜이 있다. 육각주 모양의 하얀 펜대에 까만색, 또는 빨간색, 파란색의 원추모양 머리와 조작버튼이 달려있고 153이라는 숫자가 쓰여있는 이 필기구는 '모나미 153볼펜'이다.

얼핏 보면 그냥 볼펜에 불과하지만 이 제품은 1963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2013년 기준으로 36억 자루를 넘었다. 컴퓨터, 복사기, 프린터 등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손에서 펜을 놓을 자유를 얻은 지 오래이나 한국인들은 여전히 이 볼펜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볼펜을 만든 것은 필기구 전문회사 모나미이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모나미 사옥. 153볼펜 대형 모형이 모나미를 상징한다.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모나미 사옥. 153볼펜 대형 모형이 모나미를 상징한다.

 모나미 153볼펜. 1963년 첫 출시 이후 한국의 국민 볼펜으로 자리잡았다.

▲ 모나미 153볼펜. 1963년 첫 출시 이후 한국의 국민 볼펜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 모나미 153볼펜 광고 이미지.

▲ 1960년대 모나미 153볼펜 광고 이미지.

‘모나미’는 프랑스어 ‘나의 친구(Mon Ami)’를 합친 말로 친구처럼 내 옆에 있는 가까운 제품을 의미한다. 모나미의 창업주 송삼석 회장은 1962년 한 국제 박람회에서 우연히 일본인 문구업체 직원이 사용하는 펜을 본 후 무릎을 쳤다. 그때만해도 한국에서는 펜촉에 잉크를 찍어 쓰는 만년필 타입의 필기구를 많이 사용했기에 잉크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펜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각인됐다.

송 회장은 곧바로 제품 개발에 몰두하여 1963년 5월 한국 최초로 잉크를 담은 펜을 출시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셔츠 앞주머니에 넣은 볼펜에서 잉크가 새어 옷값을 변상해주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만년필 사용을 고수하는 사람들로부터 차갑게 외면 받기도 했다.

모나미는 문제점 보완을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잉크병 없애기' 운동으로 사람들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냈다. 잉크병을 따로 휴대하지 않아도 펜을 쓸 수 있고 조작노크 하나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함, 필요한 요소만을 담은 단순한 디자인과 당시 신문 1부 가격과 같은 15원으로 정해진 합리적인 가격 등의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모나미 153볼펜은 변색되지 않는 잉크 품질로 내유성, 내광성, 내수성 등 정부가 정한 서류보존성의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며 1968년 KS마크를 받고 한국의 대표 필기구로 등극했다.

그러나 모나미에게도 고비가 닥쳤다. 1989년 정부의 문구수입 자유화 조치로 수입 필기구가 국내에 대거 수입되자 153볼펜은 위기를 맞았다. 부드럽게 써지던 당시 수입 필기구에 비해 모나미는 필기감이 다소 뻑뻑한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모나미는 KS마크 반납도 불사하며 필기감 등 품질 보완을 위한 제품개발에 매진했다. 기존에 인기를 얻은 153볼펜 같은 제품도 연구를 거듭하며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원가 절감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153볼펜의 가격은 1963년 출시 당시 신문 1부 값과 동일한 15원에서 반세기가 넘은 현재도 300원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153볼펜은 51년의 역사 동안 어느새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딸과 그 손자에 이르기까지 몇 세대를 아우르는 장수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모나미는 153볼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수성 및 유성 필기구를 통칭하는 ‘사인펜’, ‘네임펜’, ‘마커펜’, ‘매직펜’ 등은 모두 모나미에서 출시한 제품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으며 제품명 자체가 일반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모나미는 지금까지 한국 최대 필기구 회사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지난 해 총 매출 1300억 원을 기록했다. 모나미의 필기구 제품은 오늘날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모나미는 1989년 태국 공장 설립 이후 중국과 태국에 판매법인을 구축했으며 아시아, 중동을 비롯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터키의 경우, ‘왕자파스’를 비롯한 모나미 제품이 터키 필기구 시장점유율 60% 가량을 차지한다.

 터키의 한 문구점에 진열된 모나미 왕자파스.

▲ 터키의 한 문구점에 진열된 모나미 왕자파스.

모나미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잉크개발실의 강성초 연구소장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 노력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라며 “모나미는 제품개발∙연구를 위해 시설투자, 생산성, 품질 제고, 원가 절감 등 변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과거 153볼펜의 인기에 대해 강 연구소장은 “처음에 1분에 (153볼펜) 70개를 생산하는 기계를 7대 들여와 24시간 가동했지만 물량을 맞추지 못해 결국 1분에 200개씩 생산하는 기계를 개발해서 전 공정의 자동화와 생산성을 높였다”고 회상했다.

모나미의 강성초 연구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제품 개발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 모나미의 강성초 연구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제품 개발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강 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기능”이라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사무자동화로 필기구 사용인구는 줄었지만 특수 기능 필기구를 찾는 수요가 있다”며 자동차, 조선업계 등 산업현장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자동차나 선박을 만드는 생산라인에서는 강판 위에 쓸 수 있는 특수한 필기구를 필요로 하고 원전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수기능 필기구 수요가 있다”며 “소비자가 찾는 기능을 파악하여 시장을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제품의 외형은 모방할 수 있어도 품질은 결코 모방할 수 없다”며 모나미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모나미 볼펜의 끊김 테스트. 볼펜 한자루로 얼마나 깨끗하게 오래 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 모나미 볼펜의 끊김 테스트. 볼펜 한자루로 얼마나 깨끗하게 오래 쓸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한 연구원이 볼펜의 끊김 테스트를 살펴보고 있다.

▲ 한 연구원이 볼펜의 끊김 테스트를 살펴보고 있다.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모나미 잉크개발실에서는 색상, 품질, 보존성 등 잉크의 다양한 기능 향상을 위한 각종 실험이 진행된다.

▲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모나미 잉크개발실에서는 색상, 품질, 보존성 등 잉크의 다양한 기능 향상을 위한 각종 실험이 진행된다.

모나미 기기분석 실험실에서 잉크 성분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계는 잉크 원료의 중금속 함유 여부를 검사한다. 모나미 잉크개발실에서는 중금속 실험기 외에도 프탈레이트 실험기 등 첨단 장비로 잉크 원료 물질의 환경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 모나미 기기분석 실험실에서 잉크 성분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기계는 잉크 원료의 중금속 함유 여부를 검사한다. 모나미 잉크개발실에서는 중금속 실험기 외에도 프탈레이트 실험기 등 첨단 장비로 잉크 원료 물질의 환경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토론을 하는 잉크개발실 연구원들.

▲ 신제품 개발을 위해 토론을 하는 잉크개발실 연구원들.

모나미 잉크개발실 연구원들이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모나미 잉크개발실 연구원들이 자사 제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나미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유성잉크 마커제품.

▲ 모나미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유성잉크 마커제품.

2013년 153볼펜 50주년 기념으로 모나미에서 선보인 153볼펜 한정판 제품. 하루 만에 1만개가 모두 판매돼 153볼펜의 변함 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 2013년 153볼펜 50주년 기념으로 모나미에서 선보인 153볼펜 한정판 제품. 하루 만에 1만개가 모두 판매돼 153볼펜의 변함 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모나미가 최근 출시한 153볼펜 ID. 이 제품은 기존의 153볼펜을 고급화한 것으로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 모나미가 최근 출시한 153볼펜 ID. 이 제품은 기존의 153볼펜을 고급화한 것으로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올 5월 모나미가 선보인 153볼펜 피셔맨 제품. 모나미가 153볼펜의 의미가 담긴 물고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을 디자인하고 보석공예 장인이 가공을 도왔다. 이 제품은 교황에게 헌정되어 바티칸 교황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올 5월 모나미가 선보인 153볼펜 피셔맨 제품. 모나미가 153볼펜의 의미가 담긴 물고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을 디자인하고 보석공예 장인이 가공을 도왔다. 이 제품은 교황에게 헌정되어 바티칸 교황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모나미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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