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4.04.23

“한국의 가능성은 곧 할렘의 가능성”

뉴욕 맨해튼 할렘의 한 학교 교실에서는 한국어가 울려 퍼진다. 학생들이 따라 부르는 케이팝 노래와 흥겨운 한국의 전통가락도 흘러 나온다.

이곳은 초, 중, 고교 과정까지 운영되는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Democracy Prep Charter School). 이 학교는 한국식 교육방식을 도입해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사물놀이, 태권도 등 한국 전통 문화와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있다.

 뉴욕 맨하튼 할렘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에서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 뉴욕 맨하튼 할렘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에서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할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던 이 학교가 한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뉴욕시 최우수 학교로 탈바꿈했다. 이를 가능케 만든 주인공은 세스 앤드류(Seth Andrew)씨다. 명문 브라운대학교 출신으로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열심히 공부하자, 대학에 가자, 세상을 변화시키자 (Work Hard. Go to College. Change the World)’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2005년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을 설립했다.

앤드류 씨가 한국식 교육에 흠뻑 빠진 건 2000년 충청남도 천안 동성중학교 원어민 교사로 일했던 경험이 계기였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국인은 더 열심히 공부하더라”며 “한국은 1950년만 해도 세계 10대 빈국에 속했으나 60년이 지난 오늘은 10대 강국이 되었다”고 말했다.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은 한국어를 비롯해 사물놀이, 태권도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한국전통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캡쳐: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공식 홈페이지)

▲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은 한국어를 비롯해 사물놀이, 태권도 등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한국전통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캡쳐: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전체 학생의 80%가 저소득층이고 흑인과 히스패닉이 대부분이다.

그는 “한국어와 한국식 교육으로 교육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었고, 할렘과 같은 지역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선 한국인의 이런 열정이 필수적이라 생각했다”며 “한국의 가능성은 곧 할렘의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을 통한 기적’을 믿었고 그 기적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의 고교 졸업시험 영어, 수학 과목의 합격자 비율이 명문고와 맞먹는 99%, 98%를 각각 기록했고, 대학진학률은 100%를 이뤄냈다.

또한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공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문화를 체험하고 그 나라의 생동감 있는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도록 ‘코리아 아카데믹 어드벤쳐스(KOREA Academic Adventures)’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들이 지난 14일 N서울타워를 방문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

▲ 한국을 방문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들이 지난 14일 N서울타워를 방문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

지난 12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 20명과 교사 6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학생들은 9일간 한국에 머물며 남산 한옥마을, 인사동, 명동, 고궁, N서울타워, 경주 등 한국의 관광명소를 찾아 ‘한국의 진짜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했다.

코리아넷은 지난 14일 N서울타워를 찾은 이들을 만났다. 시차 적응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N서울타워에 힘들게 올라온 학생들은 이곳의 명물 ‘사랑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모습을 보자 “드라마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에서 나왔던 장면아니냐!”며 탄성을 질렀다.

지난 14일 N서울타워를 방문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

▲ 지난 14일 N서울타워를 방문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전한 기자)

마이클 크리슨 학생은 한국에 집적 와서 본 소감에 대해 묻자, “전혀 다르다. 이렇게 한국의 거리를 걷다 보면 책에서 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한국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슨과 그의 친구들은 지나가는 한국인들에게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등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건넸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크리슨은 “어렵지만 그래도 한국어 수업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한국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초급 단계라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전반적인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잠시 일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한국 전시회가 많이 열렸다. 내 꿈인 큐레이터가 되면 지금 배운 한국어 실력을 그때 꼭 사용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005년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이 설립된 이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인교사 이정진 씨. (사진: 전한 기자)

▲ 2005년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이 설립된 이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한인교사 이정진 씨. (사진: 전한 기자)

이번 여정에 함께 한 교사들 중에는 한인교사 이정진 씨가 있었다. 그는 2005년 학교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이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세가지로 요약했다. “근면(Hard work), 선생님에 대한 존경(Teachers are golden), 그리고 교육의 가치(Educational values).” 그는 “이 세가지 모토(motto)가 한국 교육에 다 들어있다”면서 “앤드류 교장 역시 한국의 교육가치를 처음부터 믿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훈계, 선생님에 대한 존중, 배움에 대한 열정 등 이 모든 것들은 보편적인 가치이며 특히 한국의 교육은 이 점들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것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이루었다. 한국식 교육을 도입한 이후 우리 학생들의 교육 수준이 크게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뉴욕 맨하튼 할렘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에서 미국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캐리 워크 교사. (사진: 전한 기자)

▲ 뉴욕 맨하튼 할렘에 위치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에서 미국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캐리 워크 교사. (사진: 전한 기자)

미국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캐리 워크(Carrie Wolk)씨는 “매년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서로 존중하며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고,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세계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할렘이라는 작은 소우주(microcosm)에서 벗어나 다른 문화들에 노출되고, 그 다양성을 즐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방한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N서울타워에서 기념 촬영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전한 기자)

▲ 방한한 데모크라시 프렙차터 스쿨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N서울타워에서 기념 촬영 시간을 가졌다. (사진: 전한 기자)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jiae5853@korea.kr

· 코리아넷 뉴스의 저작권 정책은 코리아넷(02-2125-3501)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