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8.16
[인터뷰] 주한 스위스대사, 스위스의 경쟁력은 개방성
인구 800만의 스위스는 면적이 41,300 제곱 킬로미터로 남한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국가들 중에서 인구대비 노벨상수상자가 가장 많고 1인당 국민소득이 2011년 기준으로 미화 5.1만 불이다. 스위스의 경쟁력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요르그 알 레딩(Jörg Al. Reding) 주한 스위스 대사는 양국 수교 5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러한 경쟁력의 비결은 스위스의 “개방성”이라고 말했다.
레딩 대사는 캐나다 밴쿠버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스위스 루체른의 일간지 LNN Daily에서 경제 에디터로 일하다 스위스 연방 대외경제청에 들어가면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한대사로는 2012년에 부임했다. 코리아넷은 최근 서울 용산에 있는 관저에서 대담을 가졌다.

▲요르그 알 레딩(Jörg Al. Reding) 주한 스위스 대사는 60년 전 스위스가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전한 기자
Q: 한스위스 수교 50주년의 의의는? 그 동안 어떤 주목할 만한 교류가 있었나?
A: 외교관계가 수립되기 전에 이미 스위스와 한국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1953년 전 7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휴전협정의 준수를 감독하기 위해 스위스는 중립국감독위원회(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한국과 스위스는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서울에 스위스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스위스 대표단은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이들과 친분을 쌓은 한국인들은 나중에 주스위스 한국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개방되면서 많은 스위스기업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양국 관계를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양국관계는 문화와 과학기술 교류까지 다양하다.
기초과학에 강한 스위스는 많은 혁신을 이루어왔다. 한국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소비재를 빨리 개발해 전세계에 수출해왔다. 스위스는 기초과학연구에서 한국은 연구결과를 소비재개발에 응용하는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Q: IMD의 ‘세계경쟁력연감 2013’을 보면 스위스가 국가경쟁력에서 2위를 했다. 이렇게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A: 이는 스위스 시민 주도하에 수립된 정부정책과 협력의 결과다. 스위스는 하의상달식(bottom-up) 사회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고 시민들이 정책결정기구의 구성원이 된다.
무엇보다도 스위스의 강점은 경제의 개방성에 있다. 스위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외국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개방되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장경제가 스위스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
스위스는 교육시스템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와 비슷하다. 고등학교 졸업자 중 30%만이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머지 70%의 학생들은 9학년과 10학년이 지나면 정규학업을 마친다. 이들은 견습생이 되어 일주일 중 4일간 직업교육을 받는다. 스위스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노동력을 양성한다.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가 서울 용산 대사관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한 기자
Q: 스위스는 로쉐, 노바티스, UBS, Credit Swiss, ABB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 나라다. 어떻게 이렇게 스위스와 같은 작은 나라에서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있었나? 어떻게 금융과 산업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었나?
A: 스위스의 많은 기업들은 외국에서 이전한 작은 회사나 기업가들에 의해 시작됐다.
그 예로 많은 수의 신교도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주했다. 스위스는 이들을 받아들였고 이들 중 시계제작기술 보유자들이 제네바에서 시계산업을 일으켰다.
오늘날의 네슬레는 독일출신 화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헨리 네슬레(Henri Nestle)가 만든 회사와 영국인 다니엘 피터(Daniel Peter)가 설립한 낙농회사가 합병하면서 생겨났다.
또 다른 예로 독일출신이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스위스로 오게 된 것도 스위스가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스위스에 와서 베른(Bern)에 정착한 후 특허관련 일을 했다. 이후 여러 가지 이론들을 발전시켰다.
바로 이러한 개방성이 스위스 기업의 높은 경쟁력을 가져온 것이다.
스위스는 금융에서도 강세를 보여왔다. 추운 겨울을 버텨야만 했던 스위스 국민들은 저축을 많이 했다.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철도와 같이 큰 공공사업도 벌여야만 했다. 그래서 많은 돈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산업이 발전했다.
스위스는 연금제도가 매우 발달했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다음세대를 위해 저축한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의 안정이다. 스위스는 1800년대 이후로 한번도 전쟁에 참가한 적이 없다. 이러한 정책으로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어려운 시기에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의 역할을 했다.
Q: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취리히 연방공대(ETH)는 노벨상수상자만 20여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기초학문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A: 스위스는 강력한 지방정부를 가지고 있고 이들이 대학을 비롯한 스위스의 교육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다. 스위스에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교육기관이 2개 있다. 취리히(Zurich)의 ETH(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Zürich)와 로잔(Lausanne)의 EPF(Swiss Federal Institute of Technology in Lausanne)다.
그렇지만 스위스에서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자금의 약 70%는 민간에서 온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아마 정반대일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민간부분이 어디에 자금이 투자되어야 하는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시장은 정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레딩 대사는 한국과 스위스가 R&D에서 더욱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전한 기자
Q: 스위스는 연방공화국으로 네 개의 언어를 쓰는 다민족 국가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 언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성장을 할 수 있었나?
A: 스위스에는 독일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 로만시(Romansh)계 등 네 개의 서로 다른 민족이 산다. 그리고 스위스 거주자의 23%가 외국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국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이유를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스위스국민들은 주변의 강대국들과는 달리 이미 1500년대에 중립을 선택했다. 만약 스위스가 중립국이 아니고 전쟁에 참가했더라면 스위스는 민족 별로 분열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중립을 지킨 덕분에 스위스가 지금까지 하나의 국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요인은 소수민족들이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아무런 힘이 없고 지방정부가 스위스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는 반대의 경우일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권한을 위임한다. 다양성이 스위스의 중립과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가져다 주었다.
독일계 주민들이 총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프랑스계가 사는 지역을 가면 바로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소수를 위한 배려와 공평한 기회가 스위스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Q: 스위스는 시계, 초콜릿, 알프스 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윌리암 텔 등을 연상하게 한다. 한국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A: 거의 40전년 전 1974년 국제리더십학생단체(AIESEC)의 회원으로 한국을 2주간 방문했다.
나는 좋은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고 한국에 대한 아주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과 연락이 끊겼다가 약 세달 전쯤에 연락이 다시 닿았다.
나는 그들의 이름도 기억 못했지만 그들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PN풍년이라는 밥솥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내 나이 또래 아들이 그 회사의 사장이다.
이제는 스위스국민들도 삼성, LG 현대와 같은 브랜드들을 알고 있다. 이 회사들은 좋은 품질을 제품을 만든다.
한국과 스위스는 여가를 즐기는 취향이 비슷하다. 스위스 국민들도 주말에 하이킹을 즐긴다.
많은 한국관광객들이 스위스를 방문하고 있어 기쁘다. 앞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알프스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Q: 한스위스 양국간의 교류를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스위스의 대학원들은 대부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더 많은 한국학생들이 스위스에서 공부하기를 권하고 싶다.
스위스는 여가를 즐기거나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곳이다. 한국과 스위스는 R&D에서도 더 협력할 수 있다. 스위스는 유럽국가 중 한국과 가장 먼저 FTA(2006)를 체결한 나라다.
많은 스위스 기업들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스위스에서는 한국기업들의 존재감이 별로 크지 않다. 더 많은 한국기업들이 스위스를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기를 바란다.

▲요르그 알 레딩 주한 스위스 대사. 전한 기자
임재언 코리아넷 기자
jun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