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3.08.08

영국에서 주목 받는 비누 조각가 신미경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런던 중심가의 캐빈디시 광장에 144년 만에 1.5 톤의 비누로 부활한 컴버랜드 공작 기마상이 오가는 시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민들은 똑같이 재현된 기마상의 웅장함에 한 번, 소재가 비누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워했다.

런던 캐빈디시 광장에 설치된 신미경 작가의 기마상 작품. 1.5톤의 비누로 제작됐다 (사진: 연합뉴스).

▲런던 캐빈디시 광장에 설치된 신미경 작가의 기마상 작품. 1.5톤의 비누로 제작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 작품은 한국 작가 신미경(45)의 ‘비누로 새기다: 좌대 프로젝트 (Written in Soap: A Plinth Project)’였다. 지난 18년 간 비누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해 온 신 작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라 있다.

기마상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조각상, 아시아의 도자기와 불상 등 각종 유물을 똑같이 재현하는 비누의 달인, 비누 조각가 신미경을 인터뷰했다.

Q: 예술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술가가 되는 것이 어려서부터 꿈이었다. 여러 분야 가운데, 조각이 가장 어려웠고, 어려운 것부터 제대로 해내고 싶은 욕심이 조각가가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Q: 런던 캐빈디시 광장에 설치된 비누 기마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누를 선택했던 이유는

연속적인 의문과 의심이 동기 부여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스에서 보았던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를 영국의 대영박물관에서 보게 되었을 때, 진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조각의 질감과 밀도가 비누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이후 영국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한국 입시준비 과정에서 끊임없이 훈련 받았던 서양 고전 조각품을 접하게 됐다. 매우 익숙했으며 한편으로 전혀 새롭지 않았다. 현지인들도 고전 조각품에 대해 한국만큼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순간 “서양인들에게는 과거의 유산일 뿐인데 한국에서는 왜 서양 고전품을 예술의 ‘표준’으로 여기며 공부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일었다. 이러한 내면의 생각과 메시지를 비누를 통해 표현하게 됐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중인 ‘Translation’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중인 ‘Translation’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Q. 비누라는 소재가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데 적합한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비누는 금새 없어져 버리는 연약한 물건이다. 하지만 반대로 일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부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오브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시간의 궤적을 표현하기에 좋은 재료다.

Q. 유물을 소재로 선택한 것은 시간의 궤적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그렇다. 기마상 프로젝트와 화장실 프로젝트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상이 부분적으로 녹고, 풍화되고, 변형된다. 유물의 일부분이 손상된다고 그만의 값어치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풍화하는 과정과 변형된 형태 자체가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화장실 프로젝트’의 비누조각상. 각각의 조각상은 화장실에 배치되며, 이용객은 조각의 각 부분을 문질러 비누로 사용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화장실 프로젝트’의 비누조각상. 각각의 조각상은 화장실에 배치되며, 이용객은 조각의 각 부분을 문질러 비누로 사용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Q. 앞으로의 계획

올해 하반기에 개인전 몇 건이 준비되어 있고 10월에는 대만에도 기마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내년 7월 영국 링컨셔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비누로 석조건축물을 지을 계획이다. 역시 비누 건축물이 비를 맞고 풍화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승아 코리아넷 기자
slee27@korea.kr

· 코리아넷 뉴스의 저작권 정책은 코리아넷(02-2125-3501)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