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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3.06.18

코스모폴리탄 이만열 교수, “한국의 미래, 조선시대에서 찾아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Emanuel Pastreich, 중국어 간체: 贝一明, 일본어: エマニュエル・パストリッチ), 한국 이름 이만열(李萬烈,)이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있다. 예일대, 하버드대, 동경대 등을 거쳐 서울대에서도 공부를 했다.. 동양문학을 전공했고, 특히 조선시대 실학자(philosopher and novelist in the late Joseon Dynasty) 연암 박지원(Pak Ji-won, 朴趾源, 1737 ~ 1805)의 열하일기(Yeolha Ilgi, Jehol Diary) 등을 영어로 번역해서 소개할 만큼 한국과 한국문화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문화에 대한 책을 집필중이다. 『다른 대한민국』이란 제목인데 그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한다. 6월말 출간예정이다.

이 벽안의 외국인에겐 ‘21세기 코스모폴리탄’이란 별칭을 붙이고 싶다. 50대에 접어든 미국남자가 한국인에게도 낯설기만한 조선시대 소설과 함께 금병매(Jin Ping Mei, or The Plum in the Golden Vase), 홍루몽(Dream of the Red Chamber ,红楼梦, Hóng Lóu Mèng;) 등 중국의 백화소설(白話小說, Literature in vernacular Chinese), 일본의 요미혼(讀本)을 사랑방에서 얘기하듯 유려한 한국어로 풀어나가는 모습이 경이 자체였다. 그와 만나 조선시대와 21세기를 넘나들며 대화를 나눴다.

이만열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한 기자

▲이만열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한 기자

o 배움을 찾아 중국, 일본을 거쳐 한국에 안착한 모습은 마치 고대, 중세의 학승, 춘추시대(The Spring and Autumn Period, 春秋时代, Chūn–Qiū Shídài, BC770~BC403)와 전국시대(The Warring States period, 战国时代; Zhànguó Shídài, BC403~BC221)의 지적 편력을 연상케 한다. 어떤 면에서 한국문화의 활력을 느끼게 됐는가?

- 먼저 학문의 출발은 중국에서부터 시작했다. 대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한중일 3국은 본질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21세기 오늘날에는 한국문화가 가장 매력적이다. 한국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가장 건전한 정부시스템, 기업과 정부간 균형있고 조화로운 협력 체제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내가 생활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며 내 성격에 잘맞는 환경 때문이다. 한국에는 유연성이 있으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맘에 든다. 한국의 기술, 문화적 기반은 탄탄하며 미래에 대한 비전이 존재한다. 한국에는 일신우일신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국에서 일본문학을 8년 강의했고 일본, 대만에서 생활했지만 한국 정부나 기관들만큼 적극적인 제안이 없었다. 한때 워싱턴 한국문화원(KORUS)에서 일하면서 온라인매거진 Dynamic Korea의 편집장직 맡기도 하고 충청남도 도지사 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외국인이 정책결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며 역동적인 모습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o 당신은 ICT로 상징되는 21세기 첨단기술시대에 조선시대의 전통을 살리고 재인식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무슨 까닭인가?

- 한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술발전, 경제적 성취를 이뤄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이제 다음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원래 있었던 문화’를 다시 찾아 세계화해야 한다. ‘원래 있었던 문화’는 다름아닌 예학(禮學, Ritual Theory)이다. 19세기까지 조선의 예학은 개인, 가족, 국가의 행위를 규정하는 대단히 합리적인 제도였다. 타인이나 동료간 관계규정이 없는 오늘날 네트워크 시대에 예학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예학에는 개인, 조직, 국가를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형법으로만 인간을 다스릴 수는 없다. 그래서 21세기에는 예학이 요구된다.

o 왜 오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과거에서 찾자는 것인가?

- 조선왕조실록(The Annals of the Joseon Dynasty, 朝鮮王朝實錄)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조선왕조실록의 편찬은 정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 역사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오랫동안 관리하는 시스템이 이미 조선시대에 존재했다. 자세하고, 객관적인 기록은 오늘날도 쉽지 않다. 정부가 정보를 객관적으로 균형있게 관리하는 시스템의 모범이다. 한국은 장점이 많은 나라인데 한국인들이 자신의 좋은 점을 잘 모르고 자신감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본다. 과거를 보면서 현대를 발견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과거에 있다.

o 오늘날 한국사회에 던져진 문제에 대한 해결모색을 조선시대에서 찾자는 당신의 생각은 서양의 역사에서 고전 그리스, 로마로 되돌아가 인본주의를 회복하자는 르네상스와 궤를 같이하는 발상으로 보여진다. 당신의 생각은? 조선시대 예학의 재인식은 21세기 한국의 르네상스를 의미하나?

- 그렇다. 조선왕조실록은 현대미디어가 따를 수 없는 높은 품질을 지니고 있다. 르네상스의 경우 15세기 비잔티움이 멸망한후 지식인들이 로마로 망명했듯 오늘날 한국에는 많은 해외의 석학들이 와 있다. 15세기 기술이 발달하며 기술과 문화가 결합하여 융합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벽화가 대표적인 융복합 산물이다. 고전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예술의 새로운 모습이다.

다음으론 문화적 자신감이다. 한국은 그런 면에서 유리하다. 적극적인 의지가 존재한다. 과거를 성찰하여 재인식하여 새로운 것을 창제해내는 법고창신의 에너지가 있다. 그런 면에서 유럽의 르네상스와 21세기 한국문화는 유사성이 보인다. 한국이 (국내외 정치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면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와 같은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인식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그건 한국인의 몫이다.

o 오늘날 한국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고전, 구체적으로 말하지면 조선시대 고전과의 인연은?

- 비교문학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과 일본의 소설을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일본 지식인들은 어떻게 중국 소설, 특히 백화소설(白話小說), 이른바 한문 아닌 소설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해석했는지 비교연구했다. 김만중의 구운몽(Cloud Dream of Nine, 九雲夢) 도 재미있었지만 연암 박지원의 작품들은 차원이 달랐다. 풍자, 인간에 대한 낙관적인 요소, 특히 본인은 양반임에도 서민을 주인공으로 한 발상이 신선하고 독특했다. 이는 일본, 중국, 유럽 소설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o 당신이 존경하는 박지원이나 정약용은 각각 중국, 일본과도 소통을 했다. 청에 대한 박지원의 재인식, 일본 유학에 대한 정약용의 깊은 관심이 그렇다. 이러한 소통들이 오늘날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나?

- 다산과 연암의 실용주의적 사고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만주족, 일본인에 대한 개인적 감정의 호불호에 관계없이 상대방의 장점을 받아들이자는 개방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연암은 중국에게서 도시, 성곽건축 등 중국의 좋은 제도, 기술을 배우자는 개방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연암은 북학의(北學議序)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학문의 길은 다른 길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가는 사람(passer-by)이라도 붙들고 물어야 한다. 심지어 동복(僮僕, Children and Servants)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더 많이 안다면 우선 그에게 배워야 한다. 자기가 남만 같지 못하다고 부끄러이 여겨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고루하고 어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스스로 갇혀 지내게 된다.”

이만열 교수가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한 기자

▲이만열 교수가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한 기자

o 세계의 석학들과의 대담인 ‘한국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에서 한국이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오늘날 어떤 역할이 요구된다는 의미인가?

- 오늘날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동양의 역사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주나라는 강대국이 아니었지만 모범적인 정책, 좋은 대외관계를 가지며 번영을 구가했다. 이같은 역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o. 한국의 경제성장, 급격한 사회변화는 유례없는 경우라고 본다. 그럼에도 행복지수는 정체내지는 후퇴인데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물리학에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the action-reaction law)이 있듯 높은 성취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율 등 우울한 현실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조선시대 예학의 전통을 성찰하고 재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겉모습에 대한 집착은 원래 한국문화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invisible) 본질이 핵심이다. 21세기 한국은 위기와 함께 기회를 맞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You pay the most of for the things you get for free"(받을 만큼 치러야할 대가도 크다)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은 책임감을 갖고 세계에 공헌해야 한다. 완벽할 순 없지만 한국의 정부, 기업은 건강하다. 이런 장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차이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꿈속의 선진국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나라든 사회적 모순, 빈부격차를 나름대로 안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선 정부가 할 수 있다고 국민들이 믿고 있다. 혼란한 시대에 의미가 큰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프로그램, 제도를 만드는 능력이 한국에는 있다.

위택환, 임재언 코리아넷 기자
whan2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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