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6.10
한국의 발견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라면 새로운 나라를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훌륭하다.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인천국제공항, 빠르고, 밝고 깨끗한 공항철도, 길을 찾기 쉬운 지하철, 도심의 현대적인 마천루, 옷을 잘 차려 입은 시민들, 그리고 넘쳐나는 식당과 가게들. 이후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발견하는 한국의 모습은 때로는 긍정적이지만 때로는 부정적이기도 하다.
수많은 젊은 방문자들은 Psy 또는 K-pop을 포함한 한국의 대중문화에 이끌려 한국에 오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인기로 그들은 활기찬 강남을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이들이 강남에서 발견한 것은 많은 젊은 인파로 넘치는 강남역과 거리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머리 속에 그려오던 그런 이미지를 갖춘 곳을 찾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비슷한 일이 15년 전에도 벌어졌다. TV드라마 ‘겨울소나타’의 팬들인 수백 명의 일본여성들이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이 꿈꿔왔던 것은 신비로운 풍경과 예쁜 카페에서 여자 친구와 몇 시간씩 속삭이는 듯이 담소를 나누는 로맨틱한 젊은 남성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이들 일본 여성들은 비슷한 동경을 품고 한국을 방문한 다른 일본인들을 한국에서 마주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안선재수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전한 기자
한국에 온 방문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갖게 되는 의문은 무엇이 정말 한국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현대적인 빌딩과 옷차림, 북미나 유럽과 별로 다르지 않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또 비슷한 브랜드의 많은 카페들을 지나치게 된 이들은 커피의 맛조차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이 한국적이라고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중에 가장 분명한 것이 바로 한국어이다. 바로 한국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사용한 다는 것이다. 한국에 오랜 세월을 보낸 외국인들은 한국어가 자신들의 언어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한국어의 구조가 서양과는 다른 인간관계 그리고 의식구조 등을 반영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오늘날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를 부를 때 성이나 직위대신에 이름을 부른다. 이것은 대학교수와 학생처럼 분명한 사회적 지위의 차이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형제와 자매들조차도 이름대신 누가 나이가 많고 적은지에 따라서 형이나 언니와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 이것은 오로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온 방문자들이 금방 발견하게 되는 또 하나의 문화적 차이는 바로 한국음식이다. 한국음식을 맛본 이들의 반응은 물론 정말 다양하다. 서양인들 중에는 낯선 맛이나 향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아마 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새로운 나라의 고유음식을 무척이나 맛보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먹어보던 음식과 다른 맵고, 새로운 맛과 감촉을 가진 음식을 사랑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에 막 도착한 외국인들이 자기 문화를 소개할 때 지나칠 정도로 방어적인 한국인들 때문에 문제에 봉착하기도 한다. 이들은 “외국인”(안타깝게도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을 지칭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이 자신들이 먹는 음식을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믿기 힘들어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 머물 때 아무리 음식으로 유명한 고장에 왔다고 하더라도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서양사람”이 서양음식만 먹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외국인과 한국식당에 동행할 때는 한국사람들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을 것” 이라고 하면서 김치, 된장찌개, 비빔밥 등 거의 모든 음식을 맛보는 것을 막는 경향이 있다. 어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매끼 불고기만 먹었던 경험을 가진 이도 있다.
아마 외국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들으려 할 때일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판소리, 가야금, 민요, 사물놀이 등을 외국인들이 듣고 싶어 할 때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모른다. 더군다나 “별로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한다.
외국인이 전통가옥인 한옥에서 온돌방에서 요를 깔고 자겠다고 하면 또 “별로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내가 한번은 한국인 교수들과 미국과 영국에서 온 꽤 이름있는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한적이 있다. 당시 온양온천에 외국인 방문자들을 데려가자고 내가 건의를 했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별로 마음에 들어 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내 주장을 밀어 붙였다.
그리고 보통 한국사람들이 하듯이 한 시간 동안 온천을 즐기는 대신 이들 외국인 방문자들은 무려 세시간 동안이나 탕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온천에 있는 순간순간을 너무나 즐겼다. 그러고 나서 산나물로 만들어진 코스요리를 된장찌개와 함께 먹었다. 이들은 이 음식을 너무나 즐겼다.
왕립아시아학회는 1900년에 설립되었다. 설립된 이유는 서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을 발견하고 더 잘 이해하도록 서로 돕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설립자들이 한국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조선이나 대한제국은 외국인들이 사랑에 빠지기는 힘든 곳이었다. 19세기말 한국을 방문한 유명 여행가 영국의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shop)은 “처음 한국에 여행을 왔을 때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내가 여행한 나라 중에 가장 재미가 없는 곳이었다는 것이다”며 “하지만 이 나라의 정치적 동요, 급속한 변화, 이 나라의 암울한 운명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기술했다. 그는 또 “한국에 충분히 오래 산 사람이라면 이 나라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발견하는 일은 그 복잡성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무조건적인 동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조금씩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게 되면서 이 나라와 조금씩 사랑에 빠지는 우리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가끔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인들보다 당신 외국인들이 더 한국인 같다”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 한국인들이 과장해서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우리 외국인들이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에 대해 감동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기쁘다.
안토니 수사 (안선재)
왕립아시아학회 회장
왕립아시아학회와 함께하는 한국의 발견
[ 1900년대에 설립된 왕립아시아학회(www.raskb.com)는 한국의 생활, 문화, 역사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고 영어로 공유하기를 원하는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단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