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4.26
전통민요 '아리랑'을 부르는 재즈가수 나윤선
한국이 낳은 재즈가수 나윤선(Nah Youn-sun, 44)이 전세계의 재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의 가냘프지만 선명한 목소리 때문이 아닐지. 특히 그가 깊은 감성을 실어 노래를 할 때면 관중들의 얼굴에는 눈물이 살며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재즈의 본고장 미국이나 프랑스와는 멀리 떨어진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사실이나 언어장벽은 그가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가 한국어로 한국의 전통민요를 부를 때는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눈물을 흘리며 흐느낀다. 아마도 그의 감성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들의 가슴 깊은 곳을 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윤선씨는 인터뷰에서 “아리랑을 부르면 항상 눈물이 나요. 외국관중들도 함께 울죠”라고 말했다.

▲2012년 12월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에서 노래하는 나윤선 (사진: 나윤선 공식 홈페이지)
그는 공연 때 항상 아리랑을 불러왔다. 가장 최근 열렸던 4월 18일 서울 강남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공연이나 3월 파리 샤틀레극장(Theatre du Chatelet)에서 열렸던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윤선씨는 “참 신기하죠. 아리랑은 외국사람들이 들어도 슬프다고 해요”라며 “공연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고, 통곡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가 가사를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슬픔을 공통적으로 느끼는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나윤선씨는 공연을 할 때 아리랑을 부르면 해외 관객들이 유난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리랑 속엔 한민족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거든요”라며 “저는 어딜 가서든 ‘한국의 재즈 보컬리스트’라고 소개 됩니다. ‘아리랑’이라는 한국의 전통 음악으로 세계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출신의 세계정상급 재즈가수 나윤선(왼쪽)이 2011년 5월 저녁 제네바 RTS 방송국 음악홀에서 공연을 마친 뒤 청중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강원도아리랑 등을 부른 나윤선에게 청중들은 3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진: 연합뉴스)
사실 미국이나 유럽 재즈 뮤지션 들과는 다른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는 비록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으로 노래를 하지만 이름도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다른 서양 뮤지션 들을 흉내내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이런 점이 유럽의 평론가들은 그의 음악을 “신선하다” 또는 “이제까지는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라고 평하는 이유다.
한국의 평론가들도 그녀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을 “구름 사이에서 울려 나오는 천둥,” “굵고 묵직한 붓으로 난을 치듯이 노래한다” 또는 “광인과 여제를 오가는 창법을 들려주었다”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나윤선씨는 “제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즈 가수들과는 조금 다른 음악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며 “기본적으로 저는 재즈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크게 그 장르에 구애 받지 않는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좀 과격한 표현이 필요할 때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일 때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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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여덟 번째 음반 렌토 (사진: 나윤선 공식 홈페이지)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팬들이 그의 음악에 열광하는 것 같다. 그가 3월에 공연을 했던 1860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파리 샤틀레극장의 1650개 좌석은 관객들로 가득 매워졌다. 나윤선과 그의 밴드는 앙코르로 3곡을 하고 나서야 무대를 떠날 수 있었다.
파리에서 서울, 그리고 6월에 있을 미국과 캐나다 순회공연은 3월 12일 발매된 그녀의 여덟 번째 앨범 렌토(Lento)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프랑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노르웨이 등 재즈 차트에서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이번 앨범은 6집 Voyage, 7집 Same Girl 을 잇는 트릴로지의 마지막 앨범이다.
나윤선씨는 그동안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아왔다. 프랑스 일간지 Les Echos의 르노 차르네스(Renaud Czarnes)는 “우리는 가끔씩 재즈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한다. 주로 프랑스에서 말입니다”며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을 다 버리셔야 할 겁니다"라고 썼다.
또 차르네스는 "오늘날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재즈 싱어는 한국인이니까요. 그녀의 이름은 나윤선입니다. 그녀가 무대에 서 있는 걸 볼 수 있던 운 좋은 사람들은 그녀가 관객들을 어지러울 정도의 한계까지 이끌고 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윤선씨는 “음악을 하는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음악적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제 자신이 크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며 “성격적으로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걸 좋아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재즈가수 나윤선씨(오른쪽) 가수 인순이가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는 대학교 졸업 후 잠시 의류회사에서 홍보를 담당했었다. 그러다가 20대 중반에 우연히 뮤지컬 ‘지하철 1호선’ (Subway Line No. 1)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음악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파리에 재즈를 공부하러 떠났고 유럽을 본거지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나윤선씨는 “저의 지난날들을 생각해보면 운이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임재언 기자, 코리아넷
jun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