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3.04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태권도 열풍
2012년 12월 콜롬비아, 툰하(Tunja, Colombia)에서 열린 제7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7th WTF World Taekwondo Poomsae Championships)를 지켜보기 위해서 많은 관중들이 평상시 축구장으로 사용되는 독립경기장(Independence Stadium)에 모였다. 약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태권도 대회라고는 믿기 어려운 대규모 개막식이 펼쳐졌다. 이번 개막식은 콜롬비아는 물론이고 넓게는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태권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주었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툰하 시의 조직위원회는 잉카제국(Incan Empire)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연을 준비해 콜롬비아의 역사와 전통을 알렸다. 150명의 콜롬비아 현지 태권도 수련생 들이 나와 태권도 기본 품새 자세인 주먹지르기, 발차기 등을 선보였다.
▲제7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를 지켜보기 위해 콜롬비아, 툰하 독립경기장(Independence Stadium)에 집결한 수많은 관중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Federation)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오스카 무노즈 오비에도 (Oscar Munoz Oviedo)가 2010년 싱가포르 청소년올림픽(2010 Singapore Youth Olympic Games)에서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태권도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페르난도 플로레즈 에피노사(Fernando Florez Espinosa)툰하 시장은 “이번 대회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첫 번째 국제 태권도 대회입니다”라고 기념사에서 말했다.
에피노사 시장은 이번 대회가 태권도의 인기를 증명한다고 설명하면서 “태권도는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포츠 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태권도의 인기는 콜롬비아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태권도는 멕시코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영어채널인 아리랑TV(Arirang TV)는 최근에 ‘Viva Taekwondo’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중남미에서 일고 있는 태권도 붐을 자세히 소개했다.
▲콜롬비아, 툰하(Tunja, Colombia)에서 2012년 12월 열린 제7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기념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이 프로그램은 멕시코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푸에블라(Puebla)에서 아이들이 밤 늦게까지 태권도를 익히는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멕시코 인들이 가지고 있는 태권도에 관한 많은 관심과 열정을 묘사했다.
태권도 사범인 가브리엘 디아즈 로드리게즈(Gabriel Diaz Rodriguez)는 아리랑 TV 와의 인터뷰에서 “태권도는 멕시코에서 축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하는 스포츠입니다”라고 말했다. 로드리게즈 씨에 따르면 푸에블라에는 약 200여 개의 태권도장이 있는데 각 도장에는 50여명의 수련생 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멕시코는 태권도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들 중의 하나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네 명의 멕시코 태권도 선수가 참가했으며 마리아 델 로사리오 에스피노자(Maria del Rosario Espinoza)가 동메달을 따냈다.
더군다나 푸에블라는 올해 WTF세계태권도대회를 유치하기로 되어 있다. 이 대회는 멕시코에서 급증하는 태권도 인기에 가속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엑셀센터(ExCel Centre)에서 열린 여자 67kg급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마리아 델 로사리오 에스피노자 멕시코 선수가(Maria del Rosario Espinoza of Mexico)가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미에 위치한 온두라스도 태권도에 대한 사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포르피리오 로보 소사 (Porfirio Lobo Sosa) 온두라스 대통령은 유명한 태권도 팬이며 3단 유단자다. 그는 아직도 매일 아침 태권도 수련과 함께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에서 온두라스로 건너간 송봉경 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송사범은 온두라스 육군의 초청으로 육군에서 태권도를 가르쳤으며 온두라스에는 태권도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진다.
소사 대통령은 온두라스에서 태권도의 장점에 대해 피력해왔다. 신체를 단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규범을 강조하는 태권도가 정신을 단련하고 연마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역설해왔다.
▲콜롬비아, 툰하(Tunja, Colombia)에서 2012년 12월 열린 제7회 WTF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기념축하공연이 열리고 있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특히 소사 대통령은 온두라스 젊은이들에게 태권도 정신을 퍼뜨려 온두라스를 한국처럼 잘 사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다짐해왔다.
소사 대통령은 2011년 2월 한국방문 당시 연설에서 “저는 송봉경 사범의 가르침을 통해 규율과 용기, 그리고 인내심을 배웠습니다”라고 하면서 “이것이 제가 태권도를 사랑하게 된 이유이며 태권도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온두라스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수련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 말에 발간된 국기원(Kukkiwon) 보고서에 의하면 온두라스는 UPN국립대학 일반학과에 태권도를 교양과목으로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공립 중고등학교와 경찰, 군대와 같은 공공기관에도 태권도 수업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남미의 태권도 역사는 1960년대에 소수의 한국태권도 사범들이 파라과이로 이민을 가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이 남미에서 태권도의 개척자가 된 것이다. 이후 대통령 경호원으로 활동하면서 태권도 보급이 널리 이루어졌다.
1986년 8월 남미경기연맹(ODESUR)이 태권도를 공식 종목으로 선택하면서 남미스포츠계에서 태권도가 정식으로 인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기원의 2010년 11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남미에는 10,823명의 유단자들이 있다고 한다. 브라질이 2,929명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2,301), 칠레(1,371), 페루(1,296) 순이다.
에콰도르와 멕시코가 세계태권도연맹 설립연도인 1973년에 가입했고 브라질은 1975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는 1976년에 가입했다. 2010년 11월 기준으로 중남미의 40여 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임재언 기자, 코리아넷
jun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