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3.02.27
한국공군의 재치에 세계가 감동
장병들의 노래가 들립니까 비행단에
봄이 오길 기도하며 눈이 그치길 원해
쓸어도 끝이 없는 활주로의 눈 무더기
하지만 난 괜찮아 곧 봄이 와
한국의 공군이 제작한 ‘레미제라블’의 패러디가 한국 현역 군인의 마음을 울렸다. 나아가 예비역의 그리움을 자극하더니 이제는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영상은 원작 영화의 주연 배우 러셀 크로가 트위터에 올리며 알려지기 시작해 뉴욕 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AFP통신, 알자지라 방송, BBC, CNN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을 한국 공군 장병이 패러디한 '레밀리터블'의 인기가 국내외에서 뜨겁다 (사진: 공군 공감).
유튜브에 공개된 지 3주째, 4백2십만 조회수를 넘어선 패러디극 ‘레 밀리터리블’은 삽과 넉가래로 끊임없이 눈을 치워야 하는 겨울 군인의 고된 복무 경험과 면회 온 여자친구에 대한 마음을 영상의 주제로 담았다.
영상물 기획은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미디어 영상팀 소속의 김경신(金慶信) 중위와 정다훈(鄭多勳) 중위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출발했다. 지난 1월,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고 온 두 사람은 감동의 여운을 서로 공유하던 중, 영화 주인공도 한국 공군이 착모하는 게리슨모를 쓰고 나온다는 유사점에 착안해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 패러디물 제작에 대한 의견 일치를 보자 신선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24601은 마치 군번처럼 들렸고 매일 노역을 수행하는 죄수의 모습은 눈 오는 날 제설작업을 하는 군인 같았다. 빵 한 조각에 인생을 걸었던 장발장과 단지 3분의 면회 시간을 원하는 간절함의 정서도 비슷했다. 순간 그들의 눈빛은 빛났다.
각각 다른 배경에서 모인 장병은 서로의 개성과 재능을 십분 활용하여 영상 제작에 힘을 모았다. 공군 내의 유일한 여성 성악 장교 이민정(李旼庭) 중위가 코제트 역으로 투입되었고 독일 쾰른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건희 (金建熙) 병장이 자베르 역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재학중인 이현재(李賢宰) 병장이 장발장 역을 맡았다.
▲(상, 좌) 패러디 영상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민정 중위, 김건희 병장, 이현재 병장; (상, 우) 감독과 연출을 맞은 김경신 중위(좌) 정다훈 중위(우); (하,좌) 미디어영상팀의 기획을 담당하는 천명녕 소령; (하, 우) 영상 제작에 참여한 70여 명의 군악대; 이들은 촬영을 진행했던 일주일의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사진: 전한).
현역 장병 70여 명과 제작 인원 10 여 명은 하나가 되어 기획, 연출, 촬영, 출연, 편집까지 모두 해냈다. 대학 재학 중, 아마추어 독립영화를 촬영한 경험이 있는 방성준(方誠晙) 상병이 카메라를 잡았고 요르단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감독 정다훈 중위는 제작 총괄과 가사 영문 작업을 진행했다. 제작 비용은 촬영장비 대여와 간식비 등을 포함해 총 100만원 정도가 쓰였을 뿐이다.
공군은 그들의 창의성을 존중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분위기 속에서 장병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해 일주일을 채 넘기지 않고 녹음과 녹화를 완료했다. 첫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순간부터 제작이 완료되어 출판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한 달 정도다.
▲약 80여 명의 현역 장병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단결해 제작한 '레밀리터리블'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제작비 100만원을 들이고 완성됐다 (사진: 공군 공감).
영상이 유명세를 타면서 그들의 일상에는 ‘행복하게 바쁜 날’이 찾아왔다.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수도 없이 노래를 반복해 불렀다. 김건희 병장은 “지금 다시 촬영할 수 있다면 감정을 훨씬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발장 역의 이현재 병장은 노래에 대한 아쉬움보다 “자베르 역의 러셀크로우는 리트윗을 해줬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휴 잭맨은 리트윗을 해주지 않아 서운하다”며 아쉬워했다.
영상이 나간 후로 SNS를 통해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두 사람은 곧 다가올 휴가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승아 기자, 코리아넷
slee2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