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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4.10.31

아르노 베르트랑 기메박물관 학예관 "K-드라마로 대중문화와 한국 전통예술 연결"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외 주요 인사를 초청하는 'K-펠로우십(K-Fellowshi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국제교류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지난 2009년부터 올해로 16회째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 기관의 지도자급 인사 200명 이상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내 기관과 단체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과 교류와 협업 사업을 추진했다. 올해는 재외 한국문화원의 추천을 받은 15개국 문화예술 분야 인사들이 차례로 한국을 찾는다. 코리아넷은 지난 2일 아르노 베르트랑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수석 학예연구관을 만났다.

▲ 아르노 베르트랑(가운데)이 지난 달 30월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과 면담을 가지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 아르노 베르트랑(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서울 = 샤를 오두앙, 길규영 기자 caudouin@korea.kr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기메박물관)은 파리 이에나 광장에 자리한 유럽 최대 규모의 아시아 박물관이다. 1889년 프랑스 기업가 에밀 기메가 설립한 이곳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고려청자와 신라 금관, 퇴계 이황의 서예 작품 등 한국 국보급 문화재 15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기메박물관에서 고대 중국 및 한국관을 담당하는 아르노 베르트랑 학예연구관은 동양 미술의 대가로 꼽힌다. 에콜 뒤 루브르와 파리 카톨릭대학교에서 미술사와 고고학을 가르친다. 2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역사 유튜브 채널 '노타 베네'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 한국 방문이 처음이다.

마치 '미국식 유교 국가'에 온 것 같다. 거리마다 즐비한 카페들만 봐도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서구적 가치관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외국인이라면 '서양 같은 동양'에 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독교, 불교, 도교, 무속 등 여러 종교의 영향으로 전통적, 행정적, 유교적 특징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게 현재 한국이 크게 호응을 받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 이번 방한의 목표가 무엇인가?

이번 방한은 책과 예술 작품, 또는 K-드라마와 K-팝을 좋아하는 프랑스 한류 팬들과 교류하면서 접하던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였다. 이미 알고 지내던 미술계 관계자들과 만나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하는 업무도 협의했다. 음악회, 심포지엄, 콜로키아, 컨퍼런스, 연구 세션, 소장품 디지털화, 전시 공간 개선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는 일이다.

상설 전시에 포함시킬 만한 한국의 '대표 작품' 또는 희귀한 그림, 문헌, 의류 등을 소개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특히 고종이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사디 카르노에게 보내고 1950년대에 그의 아들이 기메박물관에 기증한 예물 '반화' 등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야닉 린츠 기메박물관 관장도 한국을 방문해 같이 회의에 동참했다. K-펠로우십은 이렇게 한불 수교 기념의 해인 2026년을 준비하는 원동력이 됐다.

▲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인 사디 카르노에게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를 기념해 보낸 예물 ‘반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인 사디 카르노에게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를 기념해 보낸 예물 '반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 기메박물관의 한국관을 소개해 달라.

한국관은 주한프랑스 대사가 직접 가져온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양국 간의 우호를 상징한다. 1893년 일본이나 중국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조선 예술이 공개됐을 때는 민속적인 작품밖에 소개되지 않았다. 이제는 일본이나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국 그 자체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만의 세심함과 고유함, 기술적 정밀함을 파악하는 것이 연구관의 역할이다.

- 프랑스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지식 수준은 어떤가?

최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서 기메박물관이 소장 중인 한국문화유산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영어로 출판했다. 하지만 한국 미술과 관련한 서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 내 거의 유일한 한국미술 전문가인 최옥경 보르도몽테뉴대학 교수와 함께 프랑스 최초 한국 미술 수업을 에콜 뒤 루브르에서 신설했다. 2026년을 앞두고 학생들이 한국 미술을 깊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사람과 한국 전통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

▲ 아르노 베르트랑(가운데)이 지난 9월 9월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 아르노 베르트랑(가운데)이 지난달 9일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한국관에서 한국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 한국을 향한 관심이 달라지고 있나?

지난 9월 박물관에서 개최한 추석 행사를 비롯해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전통 미술과 대중문화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2026년 전시에서는 K-드라마로 대중문화가 전통 예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줄 예정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현대 미술 박람회가 경제·문화 분야에서 주목받는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2026년은 2016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세계가 한국 미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 코리아넷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국에 직접 와야 한다. 책이나 영상만으로는 한 나라의 문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한국 길거리에서 목격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근감과 신뢰감 등 한국만의 특성도 직접 느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외국인이든 관광객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저 한국을 방문하러 온 사람으로서 여기저기를 다녀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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