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4.10.30
주한 필리핀대사 " 피로 맺어진 우정의 역사, 새로운 동반자 관계로 진화"
서울 = 윤소정 기자, 테레시아 마가렛 기자 arete@korea.kr
영상 = 이준영 기자, 박대진 기자 coc7991@korea.kr
"피를 나눈 희생, 오랜 역사와 우정."
마리아 테레사 비 디존-데 베가(Maria Theresa B. Dizon-De Vega) 주한 필리핀 대사는 올해 수교75주년을 맞은 한국과 필리핀 간 깊은 관계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디존-데 베가 대사는 "6·25전쟁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운 양국 우정은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필리핀 방문 해외관광객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등 왕성한 인적교류는 "양국 국민 간 우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류 초창기인 지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한국영화를 봤다며 한국 문화를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하는 디존-데 베가 대사와 22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초 필리핀을 국빈방문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번 방문의 의미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윤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은 양국관계에 중요한 성과를 가져왔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에너지, 핵심광물 개발, 해상안보 협력,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7건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 민간 분야 단체와 국영 기업 간 12건의 협력 양해각서도 교환했다.
- 필리핀 정부는 한-필 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한국은 필리핀의 10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게도 매우 중요한 교역상대국이다. 이에 우리는 양국 간 경제 참여를 가속화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유무역(forward-looking FTA)’를 구상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FTA는 관세 등 각종 교역 장벽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창조산업, 지식산업, 녹색기술, 공공 보건, 전기차, 녹색대중교통 등 신흥 경제분야에서의 기술 협력도 포함된다.
혁신산업, 새싹기업(스타트업) 육성과 강화를 위한 경제적, 기술적인 협력 제공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양국은 지난해 FTA를 체결했고 필리핀에서 이미 발효됐다. 한국에도 올해 안에 발효되길 기대한다.
- 필리핀서 진행중인 한국과 협력사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필리핀 정부가 예상하는 양국 간 협력 확대 유망 분야는?
양국은 인프라 분야에서 활발히 협업해오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필리핀의 연결성을 높이고 대중교통, 유통, 도로 등 연결망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인프라 개발사업 ‘BBM(Build Better More, BBM)’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의 하나로 한국 기업들이 필리핀 남부지역의 팡일만(Panguil Bay) 다리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수자원개발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도 협력 유망 분야다. 한국은 디지털 혁신 분야 선도국이다. 필리핀 사법제도의 디지털화 등 양국은 일반인들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공공분야 디지털화를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
에너지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양국은 태양열, 수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에너지부와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이 필리핀 내 원전시설을 구축하는 타당성 조사를 할 계획이다.
- 필리핀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수호와 비핵화 노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필리핀은 언제나 민주주의를 옹호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힘과 위협을 통한 평화가 아닌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 우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미사일 발사 등에 항의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사회 질서를 지지한다.
- 필리핀은 6·25전쟁 때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 병력을 파병한 국가다. 참전을 계기로 맺어진 혈맹 관계를 양국이 어떻게 계승해오고 있는가
양국 관계는 서로의 희생에 기반한 깊은 역사적 유대 위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6·25전쟁 때 한반도의 평화 수호를 위해 함께 싸운 양국의 희생과 우정은 70년 이상 발전해왔으며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남북이 관계 증진을 위해 아세안을 플랫폼으로 삼고 현안을 논의하는 방법을 고려하길 바란다. 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에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필리핀에서 한류의 인기가 높다. 필리핀 정부는 한국과 문화교류와 관광 확대를 위한 어떤 계획이 있는가
양국이 문화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필리핀 국가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가 향후 6년간 양국 예술가들 교류계획이 담긴 문화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광 관련, 최근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문화부가 관광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후도 최다 필리핀 방문국이다. 양국이 오랜 역사와 우정, 피를 나눈 희생 등 유사한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한국을 찾는 필리핀 관광객의 수도 늘었다. 한류와 K-콘텐츠의 성공으로 필리핀에서 한국이 인기있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왕성한 인적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 국민 간 우정의 가장 좋은 증거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를 즐긴다. 지난 1990년대 한류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한국 영화를 즐겨봤다. 최근에는 판소리의 매력에 반했고 한국의 전통차 재배도 관심이 많다. 바빠서 요즘은 어렵지만 11월에 있을 김장페스티벌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