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4.10.14
[파리 패럴림픽의 자랑스러운 영웅들①] 박진호와 정호원이 쏘아 올린 도전과 감동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종합 22위의 쾌거를 이뤘다. 선수단은 투지와 용기, 탁월함을 보여주며 여러 종목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감동과 영감을 선사했다. 코리아넷이 한계를 넘어선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선수 4명을 차례로 만나 도전과 성장의 여정을 들었다. 첫 번째 시리즈는 사격 신기록 제조기 박진호와 한국의 보치아 10연패를 이끈 정호원 선수다.
홍안지, 길규영 기자 shong9412@korea.kr, gilkyuyoung@korea.kr
사진 = 대한장애인체육회
※ '사격 간판' 박진호
"제 자신을 믿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선수 박진호가 파리 패럴림픽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비결이다.
스포츠를 향한 열정을 살려 '휠체어 탄 스나이퍼'로 변신한 그의 여정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줬다.
25살 때 체육대학에 재학 중이던 박 선수는 낙상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며 하반신이 마비됐다. 충격 속에 꿈과 희망을 잃었다고. 재활 과정 중 신촌 세브란스병원 사회복지과를 찾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스포츠를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여러 선택지 중 총기에 매력을 느껴 사격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당시엔 이 스포츠가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박 선수는 "이제는 사격 없는 삶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며 "사격은 내 삶의 일부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원동력"이라고 사격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격은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스포츠인 만큼 루틴이 중요하다. 성공의 열쇠는 "총을 안는 순간부터 격발이 이뤄지기까지 똑같이 실수 없이 반복하는 행위"라고 박 선수는 귀띔했다.
"정상적으로 동작이 이뤄지고 격발 순간에 땅하고 총알이 나가면 몇 시 방향, 몇 점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사격 선수들이 말하는 '추적 예언' 이다. 그 추적 예언과 표적지에 형성된 탄착이 정확히 일치할 땐 온 몸이 짜릿하다." 사격의 가장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온 그의 대답이다. 그러면서 "그 순간 집중력과 정밀함이 정확히 일치할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 신기록을 달성하며 R1 남자 10m 공기소총과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 2관왕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도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응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터.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첫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라고 했다.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났을까. 그가 환한 미소를 띠며 "그 순간 저의 모든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결실을 맺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펼치고자 하는 꿈을 물었다. 그는 "금메달을 땄지만 계속해 발전하는 선수로 많은 분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겸손해 했다.
패럴림픽 선수단 해단식에서 최우수 선수(MVP)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 '보치아의 황제' 정호원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보치아 한국 대표팀이 10연패의 역사를 썼다. 정호원 선수가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다.
정 선수는 "최근 보치아 선수 간 실력이 비등해져서 쉽게 금메달을 딸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면서도 "자신감 있고 과감하게 플레이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어린 시절 침대에서 떨어져 뇌성마비를 얻게 됐다. 12살 무렵,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보치아는 그에게 새 삶을 줬다. 2008 베이징을 시작으로 패럴림픽에 5회 연속 출전했다. 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금4, 은2, 동1)도 달성했다. 그는 이제 '보치아의 전설'로 불린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패럴림픽의 독자적인 종목.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적색 공과 청색 공을 6개씩 투척해 흰색 표적구에 가까이 붙인 공의 점수를 계산해 승패를 가린다.
BC3등급은 신체를 움직이기 힘든 선수가 참가하는 종목이다. 보조자와 보조장치가 필수적 일 수 밖에. "보조자는 선수의 지시에 따라 홈통의 높이와 각도, 방향을 조절한다. 경기 중에는 선수에게 말을 걸거나 뒤를 돌아볼 수도 없다"고 정 선수는 설명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정 선수도 지난해 슬럼프를 겪었다. BC3 종목에서 비뇌성마비 선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단다. 그는 "그 시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지원군은 경기 보조자이자 친구인 김승겸 코치였다"고 했다. "함께 보치아를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동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 선수가 20년 넘게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삶에서 보치아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며 "많은 사람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보치아를 넘어서서 패럴림픽 간판이 되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도 밝혔다.
앞으로도 박진호와 정호원 선수가 계속해 도전과 성장 이야기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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