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4.09.30
용슈홍 싱가포르 작가축제 위원장 "작가축제 협력으로 양국 문학 교류 꽃 피우길"
테레시아 마가렛 기자, 윤소정 기자 margareth@korea.kr, arete@korea.kr
"한국과 싱가포르의 작가 축제 간 협력."
용슈홍(Yong Shu Hoong) 싱가포르 작가축제 위원장이 밝힌 양국 문학계 간 협력 활성화 방안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용 위원장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서울국제작가축제 관계자들과 출판계 인사들을 만나 양국 문학계 간 교류와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용 위원장은 싱가포르 문학상을 2006년과 2014년에 두 차례 수상한 시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독학으로 우연히 시인이 된 사람(self-taught accidental poet)' 이라고 소개했다. 정식으로 문학을 공부하지 않고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 같은 배경 덕분에 독자들에게 자신의 시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는 "과학과 문학은 분리할 필요가 없는 개념" 이라며 오는 11월 싱가포르 작가 축제에서 이러한 주제를 비중 있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축제의 '컨트리 포커스(Country Focus)' 프로그램에 한국이 선정됐다며 "앞으로 한국 문학작품이 더 많이 번역돼 싱가포르에 소개되길 바란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이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용 위원장과의 인터뷰.
- 컴퓨터과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했다. 어느 날 대학 친구들과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전자 채팅공간의 게시판에 대화를 적기 시작하면서 여기에 글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1992년에 경영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학교에서 글을 쓰는 학생 소모임을 발견해 가입했다. 거기서 활동하면서 시를 쓰는 즐거움을 재발견했다. 나는 스스로를 '독학으로 우연히 시인이 된 사람(self-taught accidental poet)'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 용어를 보면 이를 시의 언어로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라는 단어는 구름을 뜻하는 말이지만 정보 기술(IT) 분야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이런 식으로 기술 용어를 시에 적용해 본다.
- 싱가포르 문학상을 두 번 수상했는데 어떤 부분이 높이 평가받았는지
작품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이라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아마 시가 간결하고 여러 의미가 중첩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 안에 특유의 유머가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음악, 공연, 영화에 관한 평론 등을 각종 매체에 기고하며 글쓰기 훈련을 해왔다. 유명한 시인의 작품이나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 시가 독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 오는 11월 8일 개최되는 올해 '싱가포르 작가축제'가 이전 축제와 차별화하는 부문이 있다면
올해 1월에 위원장직을 맡았다. 기존의 축제와 달리 내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반영해 기술이 문학과 창작,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이 우리의 문학과 창작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논하는 것이다. 여성과 청년을 겨냥해 여성학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룰 생각이다. 특히 미국 여성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캣 보해넌(Cat Bohannon)을 집중 조명할 작정이다.
- 앞으로 한국과 협업 계획은
올해 싱가포르 작가축제 '컨트리 포커스' 프로그램에 한국이 선정됐다. 한국의 안톤 허(Anton Hur) 번역가 겸 작가를 포함해 한국 작가 3명을 초청했다. 안톤 허는 한국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온 싱가포르 출신 번역가 샤나 탄(Shanna Tan)과도 친분이 있다. 양국 간에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돼 싱가포르에 소개되길 바란다.
양국의 작가축제가 얼마든지 협업할 수 있다. 서울국제작가축제 관계자와 앞으로 관련 논의를 활발히 하고 싶다. 양국 작가 초청행사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작가들을 많이 만나고 싶고 양국 문화의 이해도 더 넓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