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4.08.01
권한슬 감독 “누구나 AI로 영화 만드는 시대 올 것”

▲ 권한슬 감독은 지난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서울 = 길규영, 이경미 기자 gilkyuyoung@korea.kr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와 카메라, 컴퓨터 그래픽(CG) 없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제작한 영화가 있다. 200살 넘게 장수하는 노부부의 비밀을 다룬 공포 영화 '원 모어 펌킨'이다. 권한슬 감독은 이 영화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AIFF)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AI 영화의 선구자로 등장했다. 지난달 초 개최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특별 언급을 받았고 AI 국제 학술회의에 한국 대표로도 참여했다.
“유튜브와 함께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열렸듯이 이젠 누구나 AI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닥쳐올 겁니다.” 권한슬 감독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한 코리아넷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 감독은 중앙대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킹 오브 백야드’(2018), ‘바이스탠드’(2020), ‘맨 오브 나만자’(2021), ‘마법소녀 신나라’(2023) 등 다수의 영화를 찍었다. 그러나 신인 감독으로서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AI는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였다. “AI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죠.”
그렇게 영화 ‘원 모어 펌킨’이 탄생했다. 한국인 노부부, 저승사자, 잭 오 랜턴 등 한국적 배경과 서양 핼러윈 요소를 접목한 이미지가 생경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AI 기술에만 치중하지 않고 영화적 내러티브와 주제의식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권 감독은 프롬프트에 카메라 렌즈 mm 수와 앵글, 조명, 조리개값, 피사계심도 등을 입력해 수백 개의 이미지들을 뽑아낸 후 각 이미지를 편집해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 그는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머릿속으로 상상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며 “AI는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을 돕는 혁신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 권한슬 감독이 생성형 AI로 제작한 영화 ‘원 모어 펌킨’.
일각에서는 AI가 예술계를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에 대해 권 감독은 “AI는 예술의 주체가 아닌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탄생한 예술” 이라며 “영화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발전했듯이 이젠 AI를 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감독은 지난해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새싹 기업(스타트업)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을 창업했다. 전 세계 AI 서비스를 소개하는 플랫폼 ‘AI-Kive’을 운영하며 한국형 AI 비디오 모델도 개발 중이다. 단순 콘텐츠 제작에 그치지 않고 AI 보급률을 높여 K콘텐츠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게 권 감독의 꿈이다.
“지금 헐리우드를 비롯해서 전 세계에서 AI를 도입하려는 추세예요. K콘텐츠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예술가와 기업을 넘어서서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절실해요.”
‘원 모어 펌킨’을 잇는 권 감독의 차기작 ‘Poem of Doom’(가제)도 조만간 공개된다. 세계 최초 AI 뮤지컬 영화로 그동안 쌓아온 기술(노하우)을 집대성해 만든 작품이라고. “‘원 모어 펌킨’이 AI의 가능성을 모색한 실험 영화였다면 이번 신작은 시청각적 요소를 전부 AI로 구현해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에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권한슬 감독이 지난달 5일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