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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입맛 사로잡은 K-냉동김밥, 인기 비결은?
2023.11.21
▲ 미국 대형마트 매장에 붙여진 냉동 김밥 판매 공지글. 재고 부족으로 10월까지 일시 품절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 미국 대형마트 매장에 붙여진 냉동 김밥 판매 공지글. 재고 부족으로 10월까지 일시 품절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냉동김밥 좀 그만 사가세요. 매일 사러 갔는데 날마다 품절이네요. 기회가 있을 때 몇 개 사다 놨어야 했는데..” 미국의 한 소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레딧(Reddit)에 남긴 푸념이 담긴 글이다.

K-김밥이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중소기업 '올곧'이 미국의 한 대형마트로 수출한 냉동김밥은 지난 8월 초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부 지점에서는 고객당 김밥 한 줄로 구매 수량을 정해놓기도 했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전국적으로 품귀현상을 빚었다.

폭발적인 인기는 한 틱톡 영상에 힘입었다. 8월 한국계 틱톡커 세라 안(Sarah Ahn)이 올린 어머니와 냉동김밥을 시식하는 영상은 3주 만에 1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9월 6일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한국의 냉동김밥이 틱톡 영상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동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김밥 열풍 현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 미국 음식 블로거 세라 안(27)이 지난달 16일 틱톡에 올린 한국산 냉동 김밥 시식 영상. 세라 안 틱톡 계정 갈무리

▲ 미국 음식 블로거 세라 안이 8월 16일 틱톡에 올린 한국산 냉동 김밥 시식 영상. 세라 안 틱톡 계정 갈무리



최근 전 세계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도대체 어떤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화제의 김밥공장이 있는 경북 구미로 향했다.

영등포역에서 ITX 열차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올곧 공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어디선가 따뜻하고 달콤한 우엉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신발을 갈아신고 위생가운을 입고, 위생모자를 꼼꼼히 쓴 후 김밥 생산라인의 문을 열었다. 입구에서 맡았던 우엉 냄새에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더해져 후각을 자극했다. 한 켠에는 손질된 시금치와 진한 주황빛의 당근이 눈을 사로잡았다.

직원들이 속을 얹으면 기계가 김밥을 말고 일정한 두께로 자른다. 김밥 조각을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아 급속냉동한 후 포장하면 제품이 완성된다. 사람의 노력과 기계의 정확성이 조화를 이루며 끊임없이 김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 성형이 끝난 김밥(위)과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겨 급속냉동된 김밥(아래).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 성형이 끝난 김밥(위)과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겨 급속냉동된 김밥(아래).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과연 어떤 맛일까? 냉동김밥 한 줄을 데워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아주 신선했다. 보통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린 김밥은 속재료에서 수분이 나와서 전체적으로 눅눅해지기 마련인데, 한 김 식힌 후 맛본 이 김밥은 채소와 밥의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좋았고 재료의 향도 그대로였다.

이호진 올곧 대표는 “김밥을 냉동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수분이 증발되어 해동 후 식감이 나빠지는데, 올곧은 45분 안에 김밥을 급속냉동하는 기술로 수분 손실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레인지에서 익는 시간을 감안해 당근 등 재료를 70%만 익혀서 냉동한다”고 덧붙였다.

올곧은 김밥이 식물성이라는 점도 채식인구가 많고 건강식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가격도 경쟁력을 더했다. 김밥 9개 조각이 담긴 제품의 가격은 3.99달러(약 5000원)다. 현지의 한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김밥은 7~12달러 내외인 데 반해 올곧의 김밥은 그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이다.

▲ENA 드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가 김밥을 먹고 있는 장면. ENA 유튜브 채널 갈무리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가 김밥을 먹고 있는 장면. ENA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 대표는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면 많은 구매자들이 이미 ‘김밥’과 ‘스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오늘날 무엇보다 김밥이 ‘한국의 음식’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올곧은 미국 뿐 아니라 멕시코, 베트남, 홍콩 등 다양한 나라에 김밥을 수출하고 있다. 추후 할랄과 비건 인증을 받아 중동 등 보다 다양한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냉동김밥 수출에 뛰어들고 있다. 경남 하동에 위치한 기업 ‘복만사’도 지난해 2월 프랑스, 올해 8월에는 영국에 냉동김밥을 수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농식품 수출이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특히 냉동김밥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고실적인 1억7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간편하게 한국의 맛을 알리는 K-가공식품들의 성장가도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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