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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3.10.13

“K-팝 댄스는 세대를 거쳐 이루어 낸 교육과 예술 산업의 결과물”

▲ 오주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 무용과 교수(오른쪽 두 번째)가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K-팝 공연 ‘K-Performance’를 선보인 후 댄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프로야구팀의 ‘한국문화유산기념(Korean Heritage Celebration)’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 오주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 무용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K-팝 공연 ‘K-Performance’를 선보인 후 댄서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프로야구팀의 ‘한국문화유산기념(Korean Heritage Celebration)’ 행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고은하, 박혜리 기자 shinn11@korea.kr
사진 = 오주연

최근 한국 언론에서는 K-팝 가수들의 글로벌 차트 진입, 해외 대중음악 시상식 수상 등의 소식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지난 7월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팝 음반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1% 증가한 1억3293만4000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중 돋보이는 성과는 세계 최대 음악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음악 시장에서의 성장세다. 4852만3000달러로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한 일본에 이어 미국은 2551만9000달러로 2위 수출대상국이 됐다. 2020년을 제외하고 2012년 이후 줄곧 2위 자리를 지켜온 중국을 제친 기록이다.

특히 올해는 BTS 멤버 지민의 솔로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의 ‘빌보드 핫100’ 1위, 블랙핑크의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s)’ 2관왕에 이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키즈, 뉴진스가 차례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전보다 다양한 K-팝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처럼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K-팝의 영향력에 힘입어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에는 북미 최초로 K-팝 댄스 이론·역사 수업이 개설되기도 했다. 올해 가을학기에 처음 시작된 해당 수업 개설에 앞장선 이는 다름 아닌 오주연 SDSU 무용과 교수다.

오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북미 최초 K-팝 댄스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SDSU 무용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7월 출간돼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K-팝 댄스: 팬더밍 유어셀프 온 소셜 미디어(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 저서를 집필하기도 한 오 교수는 지난 10년간 K-팝을 주제로 한 다양한 논문과 더불어 운영 중인 ‘오니즈 랩(Oniz Lab)’ 연구소를 통해 ‘K-팝 크리에이터 자격증’을 발급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내 K-팝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오 교수는 K-팝 댄스에 대해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세대를 거쳐 이루어 낸 교육과 예술 산업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코리아넷은 K-팝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오 교수를 서면 인터뷰로 만나봤다.

▲ 오주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 무용과 교수.

▲ 오주연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 무용과 교수.



- 올해 SDSU에서 가을학기부터 제공하는 K-팝 댄스 이론·역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K-팝 댄스와 관련된 교과 과목 개설을 제안한 이유는.

K-팝 댄스 팬덤의 규모를 고려해 2017년 임용 이후부터 학교 측에 건의해왔다. 미국, 특히 문화적 다양성이 뿌리깊은 캘리포니아의 경우 거의 모든 대학에 K-팝 댄스 팀이 있고 치어리딩, 힙합 댄스팀과 맞먹을 만큼 규모가 크다. 2022년 ‘K-팝 댄스: 팬더밍 유어셀프 온 소셜 미디어’ 책이 출판되면서 현실적으로 행정 작업이 진행됐다. 대규모의 이론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과서가 필요하고 새로운 과목 주제의 학술적 의미가 검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교육은 전통적인 학문을 가르치는 것 만큼이나 새롭게 변화하는 학생들의 관심사 역시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 과목을 개설하기로 결심했다.

- K-팝 댄스가 미국 대학교의 정규 교과 과목 과정으로 채택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먼저 가장 큰 비판은 ‘전통’(canon)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어떤 나라든 자문화 혹은 기득권의 전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역시 식민지 역사 이후 다문화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백인 위주의 전통이 강하다. K-팝은 극장 예술이 아닌 대중춤이면서, 백인이 아닌 아시아 문화권의 춤이기 때문에 이중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 수업에서는 어떤 내용이 진행되나. 참여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K-팝 댄스: 팬더밍 유어셀프 온 소셜 미디어’ 책을 교재로 사용해 한학기 동안 K-팝 댄스의 역사와 댄스 팬덤의 문화적 의미에 대해 배운다. 이론 수업에 더해 학기 초에 80명 학생이 댄서, 조명·의상 디자이너, 음악을 담당해 쇼케이스를 마련했다. 학기 중간에는 ‘K-팝 댄스 챌린지’ 과제를 통해 실기 및 창작 경험을 쌓아 K-팝 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현재 수업에는 80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수업이 인기가 많아 몇십 명의 학생이 대기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는데 가장 큰 강의실 인원 수용 제한이 80명이라 부득이하게 수강생을 줄여야 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K-팝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워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K-팝 아이돌 1세대를 보면서 자란 내가 들려주는 숨은 이야기들을 흥미로워한다. 예를 들어 내가 중학교 때 그룹 S.E.S.의 화장과 의상을 따라하고 운동회 때 치어리딩 댄스를 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춤을 통해 S.E.S.처럼 되고 싶었던 욕망, 이러한 모방의 과정이 청소년기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반면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부분은 수많은 이름이나 용어들이다. ‘애교’, 손가락 하트,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이름들이 팬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발음 조차 어려워한다.

- 지난달 초에 열린 쇼케이스에서 수강생들에게 직접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론 수업임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K-팝 댄스는 요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많은 요리 사진, 혹은 요리 비디오를 보지만,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그 지식이 자기 것이 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미국 학생은 소셜미디어에서 짧은 몇 초짜리 비디오로 접하는 K-팝이 전부다. 실제로 공연한 학생들은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숨은 인력이 필요한지, 직접 댄서로 공연하거나 공연하는 것을 보면서 진짜 춤의 의미를 경험하게 된다.

▲ 지난달 6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K-팝 댄스 이론·역사 수업 수강생들이 K-팝 공연을 하고 있다.

▲ 지난달 6일(현지 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SDSU)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K-팝 댄스 이론·역사 수업 수강생들이 K-팝 공연을 하고 있다.



- 지난달 19일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프로야구팀의 ‘한국문화유산기념(Korean Heritage Celebration)’ 행사에서도 K-팝 공연을 선보였다고 들었는데.

K-팝과 한국 문화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프로야구팀 역사상 처음이다. 쇼케이스를 기반으로 열린 오픈 오디션에서 3팀 정도가 SDSU 학생들과 함께 총 50분 가량의 공연을 펼쳤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2023년이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것과 더불어 두 나라의 문화 교류에 기여하게 돼 기쁘다.

- BTS와 블랙핑크 뿐만 아니라 올해 더 다양한 K-팝 그룹이 빌보드 차트 등 미국 음악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음악 시장이 K-팝의 어떤 특징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K-팝 아이돌은 음악, 춤 실력, 의상, 화장, 무대 조명, 영상의 활용, 댄서의 외모, 안무 구성, 무대 전후 매너까지 거의 모든 것이 완벽하다. K-팝 댄스는 단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세대를 거쳐 이루어낸 교육과 예술 산업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월등한 실력이 첫번째 매력이라 생각한다.

- 저서 ‘K-팝 댄스: 팬더밍 유어셀프 온 소셜 미디어’를 통해 K-팝 댄스를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학문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팝에 대한 이론 정리와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떤 예술 현상이든 이론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한순간 유행으로 사라진다. 특히 춤은 더 그렇다. 7살 때 발레를 시작해 무용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무용 미학으로 논문을 쓰며 배운 가장 큰 가르침 역시 학술적 기록의 중요성이었다. 학술적 기록이 곧 역사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2012년에 K-팝 댄스 박사 논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K-팝이 이미 하나의 완성된 춤 장르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K-팝 댄스는 더욱 정교히 발전해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K-팝 댄스에 대한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중요성을 지식인들이 언급해주고 또 나아갈 점까지 제안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K-팝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만 기회가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여전히 많은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프로야구팀 공연처럼 크고 작은 무대에서 K-팝 댄스를 공연해달라는 부탁을 정말 많이 받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차후에 한국의 뛰어난 K-팝 댄서, 예술가, 아이돌들과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를 희망한다. 대학 측에서도 K-팝 이론 수업이 인기가 많아 실기 수업 개설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K-팝 열풍은 한국과 다르게 전문성 보다는 취미와 참여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K-팝 산업과 관련된 실무 경험이 있는 한국인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싶다.


또 현재 교육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K-팝 댄스 교육에 관한 두 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K-팝을 통해 한미간 대학 예술 교육 및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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