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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로봇 지휘자 에버 6 공연···현장 가보니
2023.07.06

▲ 한국 최초 로봇 지휘자 ‘에버(EveR) 6’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를 통해 데뷔했다. 국립극장

▲ 한국 최초 로봇 지휘자 ‘에버(EveR) 6’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를 통해 데뷔했다. 국립극장


 
서울 = 이경미 기자 km137426@korea.kr
영상 = 국립국악관현악단 공식 유튜브 채널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무대와 객석의 조명이 어두워졌다. ‘붕’ 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아래에서 지휘자가 등장하자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한 건 인간이 아닌 로봇 ‘에버(EveR) 6’, 한국 최초의 로봇 지휘자다.
 
로봇 '에버 6'가 지난달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를 통해 지휘자로 데뷔했다.
 
에버 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2006년 개발한 한국 최초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의 여섯 번째 시리즈다. 실제 지휘자의 몸에 30개의 센서를 붙여 포착한 움직임을 그대로 학습했다. 세 번째 시리즈인 '에버 3'는 2009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린이 공연에서 소리꾼으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그동안 로봇이 지휘자로 나서는 시도는 해외에서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 1200여 명의 관객이 모였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1부 공연에서 에버 6가 단독으로 지휘한 곡은 ‘깨어난 초원’(비얌바수렌 샤라브 작곡)과 ‘말발굽 소리’(만다흐빌레그비르바 작곡). 두 곡 모두 경쾌한 리듬과 빠른 박자가 돋보이는 곡으로 정확한 박자감이 가장 큰 장점인 에버 6를 위해 선곡됐다.
 
팔과 목, 어깨의 관절을 이용한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연주를 이끈 에버 6. 강약을 조절하는 섬세한 손동작에,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을 들썩이는 모습은 여느 인간 지휘자와 다르지 않았다.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서는 “오오오오!”, “생각보다 잘하는데?”와 같은 반응이 들려왔다.
 
최수열 지휘자는 본 공연에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에버 6의 지휘 동작이 굉장히 섬세해 놀랐다”고 말했다.
 

▲ 로봇 지휘자 에버 6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지휘를 시연하고 있다. 서울=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

▲ 로봇 지휘자 에버 6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지휘를 시연하고 있다. 서울=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


 
2부에서는 로봇과 인간이 함께 지휘봉을 잡은 무대가 펼쳐졌다. 에버 6와 최 지휘자가 동시에 뒤돌아 인사하는 모습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둘이 지휘하는 모습은 무대 양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곡의 클라이맥스에서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에버 6와 풍부한 표정과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하는 최 지휘자의 모습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평소 로봇에 관심이 많아 에버 6를 보러 왔다는 11살 신지훈 군은 “로봇이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움직였어요!”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연주 씨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이런 무대가 더 많아질 것 같다”며 “다음에는 어떤 기술이 추가될지, 또 어떤 부분이 보완되고 디테일한 공연이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에서 최수열 지휘자가 로봇 지휘자 ‘에버(EveR) 6’의 팔 동작을 따라 하며 함께 인사하고 있다. 국립극장

▲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공연 ‘부재’에서 최수열 지휘자가 로봇 지휘자 ‘에버(EveR) 6’의 팔 동작을 따라 하며 함께 인사하고 있다. 국립극장


 
에버 6 개발을 이끈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공학 박사)은 "실험실에서 2~3번 멈춘 적이 있어 걱정했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며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실제 공연에서 에버 6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대응 시나리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로봇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며 "사람을 대신해 서비스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쪽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돼서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에버 6와 함께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신선한 경험이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창단 멤버로 4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거문고 연주자 오경자 씨는 “에버 6가 주는 정확하고 동일한 박자에 맞추려고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나오니까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서 조금 질투 나기도 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직무대리는 “투자를 통해 실현 가치와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은 그런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일단 가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한 상상력에서 무한 창의력이 나올 수 있다”고 이번 공연이 가진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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