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2.12.01
우리 술이 궁금한 외국인을 위한 '알쓸신잡'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한국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부상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농산물로 빚어낸 다양한 술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으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전통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지만 새로움이 가득하다. 막걸리부터 약주, 증류주, 한국와인까지 주종이 다양하다. 쌀, 보리, 밀, 고구마 등 곡류부터 온갖 약재와 향신료 등이 창의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포도, 딸기, 귤, 키위, 복숭아 등 맛 좋은 과실들이 가세해 마셔도 마셔도 끝없는 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 술에 관해 외국인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전통주란 무엇인가.
전통주의 사전적 의미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제조 방법에 따라 만드는 술이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넓기 때문에 중요무형문화재, 시도무형문화재, 주류부문 식품명인이 만든 술, 지역특산주를 일컬어 모두 전통주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통주는 한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발효, 숙성한 술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Q. 우리나라 전통주는 총 몇 가지인가?
현재 판매되는 전통주가 몇 종인지는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전국에는 약 800개 정도의 양조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생산되고 있는 막걸리의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2017년 400억 원 규모였던 전통주 시장은 2020년 627억 원으로 56% 증가했다.
Q.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초록색 병 소주, 맥주 등과 달리 전통주의 장점이 있다면?
한국 고유의 좋은 농산물 활용했다는 점이다. 전통주는 쌀과 물, 누룩으로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다양한 부재료들과 함께 맛의 변주를 줄 수 있다. 국화를 넣으면 국화주, 진달래꽃을 넣으면 두견주, 송순을 넣으면 송순주, 연잎을 넣으면 연엽주, 인삼을 넣으면 인삼주가 된다. 요즘은 다양한 과일, 허브 등이 활용되고 있는데, 샤인머스캣이나 귤, 모과, 쑥 등이 들어간 막걸리까지 생산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다.
Q. 전통주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맛의 무한 확장성을 들 수 있다. 전통주는 주종, 제법, 주재료, 부재료, 발효, 숙성 방식 등에 따른 맛의 스펙트럼이 넓다. 가장 쉽게 접하는 막걸리를 비롯해 맑은 부분을 걸러낸 약주, 이를 증류한 소주, 과실을 발효 숙성해 만드는 과실주가 있다. 이런 기본 분류를 차치하고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곡류, 과실, 약재, 허브, 꽃 등이 술에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컨셉이 더해지니 맛의 확장성과 매력도가 증폭된다. 해외에서 결코 맛보지 못한 술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Q. 다른 전통주 중에서 해외 사람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술이 있다면?
외국인들은 기존에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나 재료, 고유의 향, 산미, 새로운 맛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배와 생강, 울금, 계피가 들어가는 이강주의 알싸한 맛이나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매운맛 등 오미(五味)를 즐길 수 있는 오미자 와인 등이 그것이다. 특히 오미자 맛은 해외 와인에서 느껴볼 수 없는 특징이 있어 국내에서는 국빈 만찬장에 오미나라의 오미로제 와인이 자주 등장했다.
Q. 전통주 중에서 임금이 즐겨 먹었던 술이 있는가. 보양식으로는 어떤 술을 먹었나.
고문헌에 가장 많이 소개된 술로 단연 감홍로를 손꼽고 싶다. 38 이북에서는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 3대 명물로 평양 면, 골동반(비빔밥)과 함께 감홍로가 손꼽힌다. 당대의 주당과 기생들이 가장 사랑했던 술이며, 판소리 수궁가에서는 별주부가 토끼에게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고 회유하는 대목이 있다. 역사 속 유명 인물들도 감홍로를 사랑했다. 조선 최고의 기생 황진이는 서화담을 보고 그의 남자다움을 빛이 붉고 맛이 독한 감홍로에 비유하기도 했다.
Q. 전통주 중에는 요거트처럼 떠먹는 ‘이화주’처럼 독특한 전통주가 많이 있다. 맛이나 재료가 독특한 전통주를 소개해주신다면?
이화주는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겼다는 최고급 탁주로 '배꽃이 필 무렵 누룩을 띄워 빚는 술’이라 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술 빛깔이 눈처럼 희고 향이 좋아 백설향(白雪香)으로 불리며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떠먹는 방식이라 많은 분들이 독특하게 느끼는 것 같다.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서 맛보기 좋다. 한 입, 두 입 맛 보다 보면 은근히 취하는 앉은뱅이 술이기도 하다.
Q. 향과 빛깔이 우수한 우리 전통주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전통주를 무조건 도자기 잔에 즐겨야 한다는 편견을 깨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집에 있는 다양한 잔을 활용해서 즐기면 된다. 막걸리는 과일청을 곁들여 칵테일로 즐겨도 좋고, 증류식 소주는 토닉을 타서 하이볼 방식으로 즐기면 도수에 대한 부담 없이 산뜻하게 즐기기 좋다. 안주는 꼭 한식이 아니어도 된다. 평소 즐기는 다양한 음식이면 된다.
Q. 한국인의 숙취 해소법이 궁금하다.
한국인은 콩나물국이나 복지리, 황태국 같은 시원한 국물 요리로 해장하는 걸 즐긴다. 칼칼한 라면을 먹기도 하는데, 전반적으로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전날의 술기운을 땀으로 배출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숙취를 빨리 없애 주는 숙취해소제도 많이 애용하고 있어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가지 이상의 주종을 섞었다면 숙취해소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술 마시는 중에 최대한 물을 많이 마셔주고, 과음한 다음 날도 따뜻한 차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Q. 한국에서 가볼 만한 양조장을 추천한다면?
전국 각지에 가볼만한 양조장이 많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50개소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외국인들이 특히 많이 찾는 와이너리로는 머루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 사과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충남 예산군 예산사과와인, 오미자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경북 문경시 오미나라를 추천한다. 오랜 역사의 흔적이 담긴 양조장을 가보고 싶으시다면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이나 충남 논산시 양촌양조를 추천한다.
Q. 초록색병 소주와 증류식 소주의 차이는?
초록색병 소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저렴한 스피릿(Spirit)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실제로 이 초록색병 소주는 증류식 소주가 아닌 희석식 소주이다. 수입된 저가 곡류를 발효한 뒤 연속식 증류기로 알코올 95% 이상의 주정을 만들어 물로 희석하고 감미료를 첨가해 완성하는 술이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시음 후기를 물어보면 소주의 향이 알코올로 만든 손 소독제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두 번 이상 마시기 힘들다는 의견을 줄 때가 많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술을 말한다. 예로부터 불을 가열한다고 하여 ‘화주’, 빛깔이 희고 맑아서 ‘백주’, 이슬처럼 한 방울씩 받아낸다고 하여 ‘노주’로도 불렸다. 증류식 소주는 기름진 식사 후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삼겹살이나 갈비, 바비큐 등과 좋은 궁합이 잘 맞는다.
Q. 한국에서 한국의 다양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한국에서 전통주를 취급하는 곳이 많이 늘었다. 전통주 전문 바틀샵, 와인 샵,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주점이나 레스토랑 등에서도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겼다.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https://naver.me/5MUSLslR)를 방문하면 다양한 전통주를 만나보고 직접 시음해볼 수도 있다. 술 빚기를 해보고 싶은 분들은 종로구 혜화동 더술컴퍼니(www.thesoolcompany.com)를 방문하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이지민 대표는 전통주 홍보 플랫폼 '대동여주(酒)도'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통주 전문가다. 약 200여 개 우리 술 양조장 컨설팅을 진행했고 다양한 우리 술 대회에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러스트: 제이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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