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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1.07.27

루브르박물관과 전통 한지를 이어준 문화재 복원가

▲ 전통 한지를 사용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문화재 복원에 참여한 김민중 문화재 복원가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코리아넷과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



서울 = 서애영 기자 xuaiy@korea.kr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5월부터 오는 9월까지 열리는 ‘부르봉가의 역사’ 전시는 프랑스 풍속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와 샤를 르모니에가 그린 프랑스 부르봉 왕가 18명의 파스텔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다.

18세기에 그려진 이 작품들은 전시에 앞서 1년여 간 복원 작업을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전통 한지(韓紙)가 사용됐다. 종이는 문화재 복원작업의 필수 재료로 가구, 그림, 조각 등에 있는 흠집을 메우는데 다양하게 활용된다. 한지가 세월에 빛바랜 18세기 문화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채워준 것이다.

한지가 루브르 박물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김민중 문화재 복원가의 노력이 있었다. 작품 복원에 쓰이는 종이 선별부터, 테스트까지 복원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복원가는 “이 전시의 모든 작품 복원에 한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한지의 강한 내구성과 뛰어난 품질 등에서 인정받아 최고의 복원용 종이로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김 복원가는 파리12대학 학부에서 우주공학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고 박병선 역사학자를 만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박 역사학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약탈문화재인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했다. 김 복원가는 박 역사학자가 자료를 조사하고 저서를 집필할 때 통·번역 작업을 돕다가 전공을 바꿔 파리1대학 미술품보존복원학과에서 공부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유급 인턴으로 근무했다.

▲ 지난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부인 김정숙 여사(왼쪽 세번째)가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왼쪽 네번째)와 함께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해 전주 한지로 복원한 18세기 고가구 ‘막시밀리안 2세의 책상’을 관람한 바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루브르 박물관이 한지의 우수성을 알게 된 계기는 김 복원가가 쓴 한국, 일본, 중국의 전통 종이를 비교하는 내용의 석사 논문을 당시 보존복원 응용연구책임자인 아리안 드 라 샤펠이 읽게 되면서다. 논문 연구 결과 한지가 수축, 노후화 등에서 복원용 종이로 적합한 것으로 입증돼 루브르 박물관은 지난 2017년 전주 한지를 18세기 고가구 ‘막시밀리안 2세의 책상’ 복원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김 복원가는 한지가 루브르 박물관 문화재 복원에 주목을 받은 이유로 견고함을 꼽았다. “가로, 세로 섬유가 교차해 있기 때문에 강도가 좋아 복원에 강점이 있다”며 “이는 제작 때 세로로만 뜨는 일본 화지의 섬유가 한쪽 방향으로 잘 찢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루브르가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알게 된 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 문화재 복원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루브르가 전통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한지를 주목하는 박물관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민중 복원가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통 한지를 이용해 문화재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김민중 복원가 제공



김 복원가는 루브르 박물관의 다른 문화재를 한지로 복원하는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분관에서 내년 4월 예정돼 있는 ‘세계 종이 역사’ 전시에도 한지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지로 문화재 복원을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며 “세계의 더 많은 박물관이 한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지 복원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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