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추석 2014
5일 한반도에선 거대한 대이동이 시작된다.전국을 이어주는 도로는 끝없는 차량행렬로 이어져 거북이 걸음을 하게 된다. 철도, 항공편은 일찌감치 매진돼 며칠간은 당일 편을 살 수 없게 된다. 다름아닌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최대의 명절 추석이 있기 때문.추석은 한해 농사의 결실을 맞는 시기에 시작된다. 이 기간 모든 일터는 움직임을 멈춘다. 직장은 며칠 동안 작업을 멈추고 시장 또한 문을 닫는다. 평소 교통체증에 시달렸던 도심은 한산해진다. ▲ 한국최대의 명절 추석이 시작되면 전국의 도로에는 차량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사진 위), 도심은 텅비게 된다.(사진 아래) (사진 연합)추석은 흩어진 가족들이 고향을 찾는 시기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고향으로 향한다. 부모, 형제,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가능한 한 많이 장만하여 양손에 한껏 들고 고향으로 향한다. 한국인에게 고향은 사라질 수 없는 정신의 안식처이기 때문이다.고향을 찾는 발걸음 변함 없어고향으로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도 멀다. 평소 4,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부산, 광주 등 지방의 대도시들도 추석이면 10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설렌다. 반갑게 만날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추석기간 중 3천5백여만명이 이동한다고 한다. 5천만 한국인구 가운데 75% 이상이 움직이는 셈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이어지는 것은 급속한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 추석 시기 상가엔 추석 선물로 가득찬다. (사진 전한)1970년대 이전 한국은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다. 국토의 대부분이 농촌이었고 국민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했다. 대규모 공업단지로 상징되는 급속한 산업화는 한국인의 삶을 바꿔놓았다. 상당수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게 됐고 일년에 두차례 고향을 찾는 게 불문의 약속이 됐다. 하나는 음력 1월1일 설날이고 다른 하나는 음력 8월15일 추석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완전히 변모했어도 고향을 찾는 한국인의 전통과 정서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다시 말해 전통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나눔의 추석축제추석은 풍성한 결실을 나누는 축제다. 추석시기 한반도의 농사는 결실을 맺는다. 4,5월에 모내기한 벼들은 고온 다습한 여름에 무럭무럭 성장하여 낮과 밤이 일교차가 벌어지는 추석을 전후하여 단단한 열매를 맺어 무게를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알곡이 넉넉해진다. 사과, 배로 상징되는 과실들은 따가운 햇살 속에서 달고 단단하게 성장하여 식탁에 오를 준비를 한다. 뿐만인가. 대부분의 직장에선 이 시기에 상여금을 지급하여 환한 마음으로 고향길을 가도록 지원한다.▲ 추석 시기 수확한 쌀로 빚는 송편을 빚는 모습. (사진 연합)▲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송편. (사진 전한) ▲ 고국의 가족을 생각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을 넘어 인지상정이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이 한국식 제사를 올리는 모습. (사진 서울글로벌센터)이렇듯 풍성한 결실을 안고 가족들이 다시 만나 밤을 세워가며 못나눴던 얘기들을 나눈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사과, 배 등 햇과일을 장만하여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다정하게 나누어 먹으며 보낸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으므로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생겨났다.▲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여 조상의 묘에 들러 애도하고 예의를 올린다. (사진 연합)추석에는 빠뜨릴 수 없는 일이 있다. 조상의 묘를 찾아 예의를 올리는 성묘다. 대개 낮은 구릉에 자리잡은 공동묘지나 주거 인근의 납골당을 온가족이 찾아 조상, 부모를 추억한다. 음식, 과일, 말린 고기 등이 담긴 제사상을 올리거나 간단한 음식으로 대신하기도 하지만 먼저 떠난 이들에게 경의를 드러내는 마음은 한가지다. 이렇듯 성묘는 세상을 떠난 이와 대화를 나누며 내일을 생각게 한다.추석 때는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지며 놀이가 벌어진다. 소싸움;길쌈;강강술래;달맞이 등을 한다. 농악을 즐기는가 하면 마을 주민들끼리 편을 가르거나 다른 마을과 줄다리기를 한다. 잔디밭이나 모래밭에서는 씨름판이 벌어지는데, 이긴 사람은 장사라 하여 송아지;쌀;광목 등을 준다. 이렇듯 추석은 추수기를 맞이하여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한국 최대의 명절이다.며칠동안 복잡한 일들을 접고 가족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낸 후 사람들은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피곤을 풀고 위로 격려를 나눠 다시 충전된 후 삶의 의욕을 안고 부지런히 일한다. 다음 추석을 기약하면서.위택환;임재언 코리아넷 기자whan23@korea.kr 20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