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말 ‘차밍걸,’ 96전 96패 기록 달성
1등만이 기억되는 세상에서 8세 암말 ;차밍걸;이 우승과는 거리가 먼 보통사람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5월 2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경주에서 ;차밍걸;은 입상에 실패, 2007년에 데뷔한 이래로 7년간 96번 출전한 경기에서 한번도 1등을 하지 못하는 ;96연패;의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현역 경주마 최다출전기록도 세웠다. 이날 차밍걸은 11마리 중에서 9번째로 피니시라인을 밟았다.첫 인상이 좋아 차밍걸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이 말은 사람으로 치면 노년의 나이다. 현재 어린 경주마나 은퇴 직전의 경주마 등 3류 들이 겨루는 4군 경기에서 뛰고 있다.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 100kg이 덜 나가는 430kg의 왜소한 말로 폐활량도 다른 말보다 작다. 우승은 못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는 소시민 ;을;로 비유되면서 서울경마공원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늙은 암말 차밍걸은 경마에 데뷔한 이래 96회의 경기 중 단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지만 끈기 있고 건강한 모습에 언론들의 사랑은 받고 있다. (사진은 차밍걸 관련 중앙일보 기사)오래 전부터 차밍걸이 출전하는 날이면 매번 서울경마공원에서 차밍걸을 응원해 왔다는 편의점 주인 최영일(43)씨는 ;차밍걸은 우리 서민들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요즘 사업이 녹록지 않고, 힘든 일도 많지만 차밍걸을 보면 용기가 생긴다. 차밍걸처럼 우직하게 계속 달리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죠?;라고 말했다.차밍걸의 최고 성적은 3등을 여덟 번 한 것이 전부다. 경마장에서는 1등을 향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경마 팬들은 우승 가능한 말에 베팅을 할 뿐 우승 가능성이 없는 말들에게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도 관중들은 차밍걸에게 찬사를 보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투혼에 경마팬들이 감동한 것이다.차밍걸의 기수인 유미라(29)씨는 96연패의 기록을 거둔 5월 26일 1등을 한 기수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09년 6월 기수로 데뷔한 유씨는 같은 해 8월 차밍걸과 첫 경기를 치른 이래로 차밍걸이 출전한 96회중 75회를 같이 달렸다.유씨는 ;오늘도 레이스 중반까지 꼴찌로 처졌다;며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려 직선 주로에서 두 마리를 제쳤다. 1등을 못하지만 꼴찌도 안 하는 투지 있고 열심히 뛰는 말;이라고 칭찬했다.차밍걸은 앞으로도 100전을 향해 역주를 계속할 전망이다. 팬들은 차밍걸의 우승 여부보다는 차밍걸이 언제까지 뛸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 ;을;들에게는 1등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차밍걸의 마주인 변영남(71)씨는 거의 매번 하위권에서 맴도는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차밍걸에게서 희망을 본 것이다.변씨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며 ;96연패는 96번 완주를 했다는 의미다.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이 100번째 경주에 출전해 개근상을 받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임재언 기자, 코리아넷jun2@korea.kr 201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