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필리핀 대사, ‘한국정부, 통일에 올바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63년 전 한국전 당시 필리핀은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50년부터 5년간 5개 대대 7,420명의 병력을 파견하고 또 한국의 재건을 위해 UN 한국통일부흥위원회 회원국으로 인적, 물적 지원을 했다.루이스 티 크루스(Luis T. Cruz) 주한 필리핀 대사는 코리아넷과의 인터뷰에서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노력과 통일 이후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가 통일에 올바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크루스 대사는 또 한국이 점점 다문화사회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 ;수출을 증대하려면 세계화된 사회에 살아야 하고 다문화 사회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루이스 티 크루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혈맹임을 강조하며 필리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한 기자최근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사관에서 크루스 대사와 대담을 나누었다.Q: 필리핀은 한국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최초로 참전한 혈맹국이다. 또 UN군의 참전을 이끌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A: 한국전쟁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인해 끝났지만 필리핀은 1950년부터 1955년까지 5년간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총 7,420명의 군인들이 1년씩 파병됐다. 총 5개 대대가 파병됐고 1개 대대는 약 1,300명의 병력으로 편성됐다.Q: 전쟁 후에도, 필리핀은 한국 경제가 일어서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당시 한국에 대한 필리핀의 경제적 지원은?A: 우선 7개국으로 구성된 UN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 Commission for the Unification and Rehabilitation of Korea)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필리핀도 이 위원회의 회원국이었다.UN 한국통일부흥위원회는 한국의 재건을 목표로 전쟁 발발 3개월 뒤인 1953년 10월에 설립됐다.이 위원회에 참여한 지도자들은 전쟁을 피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재건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필리핀은 회원국으로서 실질적인 재건과 복구 작업을 감독할 뿐 아니라 한반도의 재건과 복구를 위해 2백만 달러를 UN에 기부했다. 그렇기 때문에 1953년 정전협정 이후에도 필리핀 병력들이 한국에 남아서 재건과 복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루이스 티 크루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해온 양국의 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 지기를 희망했다. 전한 기자Q: 한-필리핀 수교 60주년 당시 필리핀에서 제작한 영화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은 어떤 내용인가?A: 주한 필리핀 대사관은 한국전쟁 참전에 관한 영화 제작을 기획했다. 우선 2009년 한-필리핀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에 알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 영화는 2시간 분량으로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생존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인터뷰다. 주로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벌어졌던 ;율동리 전투;(Battle of Yultong)에 관한 내용이다.당시 중국이 참전하면서 UN사령부는 후퇴 명령을 내렸다. 필리핀 군인들은 안전한 후퇴를 위해 율동리 지역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안타깝게도 이 임무를 맡으면서 많은 필리핀 군인이 전사했다.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리고지(Hill Eerie) 전투; 승리에 관한 내용이다. 이리고지는 남북 경계선 인근이지만 북한 쪽에 속해 있었다.당시 중국군이 점령했던 이리고지를 되찾는 임무를 44명의 필리핀 군인들이 맡았다. 이 전투는 라모스 전 대통령(당시 중위)이 지휘했는데 전투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44명 모두가 살아남았다. 아주 중요한 승리였다.Q: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A: 한국정부와 여러 기관, NGO 등이 한국인들, 특히 젊은 층에게 한국전쟁을 상기시켜주는 일을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내전이든 이웃국가와의 전쟁이든 매우 큰 고통이다.정전 60주년 기념식 등의 행사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선조들이 치른 희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Q: 대사께선 6년째 한국에서 근무 중이다.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나?A: 모든 필리핀 외교관의 목표는 같다. 주재국과의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는 것이다.우리 역할은 주로 세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주재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역, 투자를 통해 경제적 협력관계를 도모하면서 문화, 교육, 관광 등을 통해 인적 교류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세 번째는 주재국에 거주하는 필리핀 국민들의 이익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다. 한국에는 약 4만5천명의 필리핀 국민들이 거주하는데, 고용허가제 노동자, 기술자, 전문직, 그리고 결혼이민자들이 있다.Q: 매년 약 1백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필리핀을 방문한다. 필리핀 관광의 매력으로 어떤 점을 꼽을 수 있나? 필리핀 관광 홍보를 위해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A: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은 보라카이와 세부의 리조트를 가장 많이 방문한다.하지만 제가 보기에 필리핀 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필리핀 사람들이다. 필리핀 관광 광고 슬로건이 ;필리핀에서 하면 더 즐겁습니다;(It's More Fun in the Philippines)인데 정말 맞는 말이다.단지 리조트나 관광지를 방문한다고 즐거운 경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맞고, 도와주고, 안내해주는 필리핀인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영어를 배우러 온 한국 유학생들에겐 필리핀 교사들이 언어 구사력을 향상시켜 준다. 필리핀이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관광객들에 대한 필리핀인들의 친절함이다.▲루이스 티 크루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부인도 외교관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부인과 (한국의 인스턴트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한 기자Q: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에는 많은 필리핀인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한국 다문화 사회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대사께서는 한국에서 필리핀인들의 융합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A: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공장근로자들이 대부분으로 4만 5천 명 중 절반을 차지 한다. 두 번째로 많은 분들은 결혼이민자들이다. 그리고 학생과 전문직 근로자들이 있다.우선 필리핀인들에게 이곳은 타국이므로 한국 법을 존중하라고 말한다. 필리핀이 한국전쟁 참전국이기 때문이라 그런지 한국인들은 필리핀인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필리핀을 좋게 봐주고 필리핀인들을 따뜻하게 맞아 준다.우리도 필리핀인들이 한국사회의 일부가 되도록 도움을 주고 서로가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도록 독려하고 있다. 다음으로 각 단체들과 만나고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한다. 지자체나 NGO 또는 교회에서 계획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접 사회적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계획하기도 한다.지난 6월 필리핀 이주 노동자의 날과 필리핀 국경일이 있었다. 필리핀 사회단체를 위해 큰 행사를 준비했다.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이 행사를 열었는데 인천시에서 체육관을 무료로 개방해 줘서 매우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 필리핀인들은 한국 지인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필리핀인들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특유의 쾌활함과 친절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한국은 필리핀인 커뮤니티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인데 이러한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의 필리핀인들이 한국의 다문화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Q: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성숙하기 위한 조언의 말씀 부탁 드린다.A: 되돌아보면 한국은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다. 과거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또 많은 국가들이 한반도를 차지하려고 했다.한국의 입장에서는 과거 외국인과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 많았으며 따라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우리는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고 한국은 수출 기반 경제이다. 수출을 증대하려면 세계화된 사회에 살아야 하고 다문화 사회를 형성해야 한다. 지난 5년간 한국 정부는 다문화 사회 지원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쳤다. 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교육도 제공했다.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외국인들을 자산으로 볼 수 있는데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성장하면 한국경제에 큰 기여를 하게 되므로 잘 돌봐야 한다.경제 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기여도 크다. 싸이(Psy)의 강남 스타일이 매우 유명해 졌는데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리틀 싸이도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어린이다. 어머니가 베트남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 어린이가 벌써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한국정부의 다문화사회 지원정책에 한국국민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루이스 티 크루스 주한 필리핀 대사가 남산N타워가 보이는 대사관 옥상에서 서울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전한 기자Q: 마지막으로,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A: 60년 전에 서명한 것이 평화협정이 아니라 정전협정이기 때문에 엄연히 말하면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께 축하를 드리고 싶다.두 번째로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지셨으면 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노력과 통일 다음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최근 개성공단 재가동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양측 모두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저는 이런 협력이 미래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통일의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해봐도 개성에서 이뤄지는 협력은 올바른 접근이다. 한국은 자본과 장비,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고 북한은 장소와 노동을 제공하는데, 개성공단이 지난 몇 년간 잘 운영되면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많은 경제적, 사회적 도움을 줬다.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며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이런 신뢰는 결국 북한에 있는 한민족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본보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임재언 코리아넷 기자jun2@korea.kr
201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