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공화국, 대한민국
한반도의 역사는 약 반만 년 전, 단군왕검에 의해 세워진 고조선에서 시작된다. 이 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옛 선조들은 태양신을 숭배했기 때문에 밝음을 뜻하는 '부루, 불, 박, 밝 등을 사용한 '박달'을 종족명으로 썼는데, 이후 이것은 '배달(倍達)'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배달민족'이라 불리게 됐다.최근 '배달' 민족성이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광고와 수많은 패러디물에서 요즘 회자되고 있는 배달은 밝음을 강조하는 종족명이 아닌 '물품 운반'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물품 운송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국인들의 생활 패턴과 특징을 이중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실제로 오늘날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달 서비스 이용은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고 있다. 배달과 택배를 중심으로, 30대 직장인 ;평범씨;의 하루를 구성해봤다.▲ 한국에 거주하는 현대인들은 대개 어디서든 전방 1km 내에서 필요한 물품을 쉽게 배달 받을 수 있다.오전 7시, 평범씨는 눈을 뜨자마자 현관문으로 향한다. 문 앞에는 매일 보는 신문과 요구르트가 나란히 배달되어 있다. 요구르트 한 모금을 마시며 신문의 주요 헤드라인을 확인한다. 오전 8시, 회사에 도착한 평범씨는 매일 가는 근처의 커피 전문점에 들러 샌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하루 업무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주문한 아침 식사가 배달된다. 오전 업무가 마무리되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온라인 마켓 사이트를 방문한다. 생수와 조미료부터 과일, 고기, 생선처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음식까지,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후 배달 시간은 퇴근 이후인 7시쯤으로 지정한다. 무거운 물품을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 좋다.오후 업무를 보던 중 파트너 업체에게 급히 보내야 할 물품이 생겼다. 평소 계약이 맺어져 있던 퀵서비스 배달 업체에 요청했더니 오토바이를 탄 배달부가 10분 만에 도착했다. 그에게 물품을 전달했고, 30분 정도 후 파트너 업체에게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오늘은 친한 친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지인이 개업할 때, 축하의 표시로 꽃이나 화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무실 근처의 꽃집에 전화를 걸어, 위치와 화분에 넣을 축하 메시지를 불러주고 배달을 부탁했다.귀갓길, 집 근처의 세탁소에 들러 방문을 요청한다. 잠시 후 세탁소 직원이 집을 방문해 드라이크리닝이 필요한 옷감을 챙겨가며, 내일 이 시간쯤까지 가져오겠다고 말한다.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요리하긴 귀찮고 나가서 사 먹긴 더더욱 귀찮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기로 맘먹었다. 어플리케이션을 보니 먹고 싶은 음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피자, 치킨, 중국식 음식, 족발 가운데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프라이드, 양념이 반씩 나오는 치킨 세트와 맥주 한 병을 주문한다. 3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뜨끈뜨끈한 치킨이 배달됐다. 치킨을 먹은 후 소화를 시킬 겸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걷기로 결심했다.산책을 하다가 이웃 주민을 만난 평범씨. 그냥 서서 말하기도 뭐해 근처 벤치에 앉아 전화를 건다. 여기 공원벤치인데 카페라떼 두잔을 보내달라고 연락하자 10분도 안돼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커피를 가져왔다. 평범씨와 이웃은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유쾌하게 대화를 나눴다.한국을 대표하는 이 같은 배달문화가 사회에 정착한 배경에는 혼자 사는 평범씨와 같은 이른바 '싱글족' 등 소규모 가족의 증가가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편리하고 간편한 생활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그런데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의 습관도 한몫을 한다. 오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즉시 해결하는 것이 습관화된 환경이 배달의 일상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 대형마트에서는 피자, 치킨 등 음식을 원하는 시간대에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장면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배달시켜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다. 사진 속 어린이가 자장면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이런 현상은 점차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서비스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먹고 싶은 음식, 위치 등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는;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해 택배 물품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택배' 등 고객에게 편리함과 감동을 주기 위한 서비스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이승아 코리아넷 기자사진 연합뉴스slee27@korea.kr 201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