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 시리즈②] 한국소설, 낭만적 사랑을 재창조하다
- [K-문학 시리즈②] 한국소설, 낭만적 사랑을 재창조하다 -2010년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출간한 은희경 작가가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낭만적 사랑은 모더니즘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자유였다. 낭만적 사랑과 함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더욱 포괄적으로 변했으며, 사람들은 계층, 권력 같은 외부요인들보다 감정적인 교감을 갖는 순수한 낭만적 관계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열정적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져 단란한 가정으로 귀결되는 '정서적 개인주의'라는 주관성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은희경 작가의 첫 소설작품인 '새의 선물'은 1960년대 산업화 시대 걸음마를 떼는 한국인의 삶과 관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은 1969년, TV앞에 사람들이 모여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달 착륙은 인류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달에 대한 신비스러움과 낭만적 인식의 끝을 의미했다. 월계수 나무 아래 토끼가 절구를질을 한다는 낭만적 믿음은 달이 그저 건조하고 버려진 행성이라는 발표에 산산조각났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에서 '사랑'은 신비감이 사라진 달과 다르지 않다.착하고 평범한 주인공 진희는 12살 이후로 자랄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사춘기 소녀로서의 삶은 단지 농담이다. 그녀는 왜 더 이상의 성장을 부정하는가? 진희의 마음속에는 자살한 부모의 부재로 인한 상처가 곪아있었다. 삶은 단지 상처의 연속일 뿐이고, 만약 사랑이 삶의 일부라면 낭만적 기대들 또한 상처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녀에게 사랑에 대한 낭만적 기대는 지루한 삶처럼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어른이 된 진희는 삼촌의 친구와 함께 산다. 그들은 결혼을 한 것도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진희는 사랑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거나 그녀가 따라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희에게 사랑은 우연, 유머 그리고 냉소가 섞인 쇼일 뿐이다.윤대녕의 소설에서 사랑은 구원과 운명의 형태를 가진다 (사진: 연합뉴스)윤대녕 작가의 '사슴벌레여자'는 첨단 디지털 시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이성호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서울의 어느 지하철역에서 잠이 깨고, 자신이 기억을 잃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하루종일 컴퓨터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서하숙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하숙은 그에게 기억을 이식받을 것을 추천한다. 성호는 이명구라는 남자의 기억을 이식받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어깨에 사슴벌레 문신을 한다. 성호는 차수정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이명구의 기억을 받았기 때문에 명구의 애인이었던 차수정에 대한 살인충동을 어렵게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호는 하숙의 어깨에서도 사슴벌레 문신을 발견한다. 서하숙 역시 차수정의 기억을 샀던 것이다.윤대녕의 소설에서 사랑은 구원과 운명의 형태를 갖고 있다. 어째서 하숙은 그녀를 죽음으로도 몰 수 있는 차수정의 기억을 샀을까? 그녀는 단순한 수정의 기억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운명의 상대가 있다는 가능성을 같이 산 것이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그녀에게 사랑에 대한 낭만은 사라졌지만, 동시에 사랑만이 그녀의 구원이 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욕망은 존재하였던 것이다.정이현 작가는 2009년에 '너는 모른다'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사진: 연합뉴스)'나는 레이스가 달린 팬티는 입지 않는다'는 정이현 작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첫문장이다. 1990년대 출시된 폭스바겐의 뉴비틀 자동차는 주인공 유리의 모든 열망을 상징한다. 그녀는 인생에서 돈, 명예 스타일을 갈망하지만 그녀가 가진 것은 육체, 정확하게 말해 그녀의 처녀성 뿐이다. 레이스가 없는 팬티는 소설에서 '처녀성'을 의미한다. 그녀는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지만 아무와도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남자를 만났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녀는 처녀가 아니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명품 가방을 주고 호텔을 나갔고, 그녀는 그 가방이 가짜가 아닐지 의심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만약 당신이 소설의 제목을 '낭만적 사랑과 자본주의 사회'라고 바꾼다면 소설의 메시지는 좀 더 명확해 진다. 주인공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이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자본주의적 욕망을 만족시킨다. 낭만적 사랑은 물질적 요인들에 흔들리지 않는 순수한 감성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낭만적 사랑의 지속과 행복은 자본주의 물질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사랑은 탈낭만화되는 동시에 돈에 의해 재낭만화된다.만약 과거의 소설들이 일반적인 사랑을 전하는 매체였다면, 오늘 날의 소설들은 탈낭만화 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TV 쇼에서는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지만, 소설에서는 현대사회에서의 사랑은 불가능하다는 메세지로 환상을 깨고 있다. 사랑은 끊임없이 재낭만화되고 동시에 탈낭만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사랑은 운명이고 구원이며 교환의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 그 자체와 연관된 상징적인 혼돈들은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낭만적 관계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소설이 계속해서 인간에 대해 조명하는 한, 사랑은 계속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다. 원문 : LOVE: Reinventing Romantic Love By Kim Dong-shik *Article from Korea Magazine (October 2012)정리: 해외문화홍보원 신해 newsun126@korea.kr 201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