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아프리카에 희망을 심다
남아공 노스웨스트(North West Province)주에 사는 19살 요하네스(Johannes)는 이 지역에 사는 다른 청소년들처럼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오래 전에 에이즈(AIDS)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른다. 한때 그는 성질이 급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소년이었다.하지만 태권도를 배운 이후로 그의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TV채널인 KTV는 남아공의 작은 마을에 태권도가 불러온 변화의 바람을 다큐멘터리에 담았다.요하네스는 ;전에는 인내심이 없고 욱하는 성격이었어요;라고 하면서 ;항상 다른 아이들과 싸우고 화를 내곤 했어요. 어쩔 때는 때리기도 했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태권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보다 어린 동생들도 포함해서요;라고 덧붙였다.요하네스는 남아공의 지역 태권도대회에서 매달도 땄다. 그는 다른 청소년들도 스스로를 위해 태권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라마쿠카스타트에서 열린 남아공 ;자유의 날; 행사 (사진: 국기원)2월 5일 K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남아공의 태권도 드림;은 남아공 노스웨스트 주에 위치한 농촌 마을 라마쿠카스타트(Ramokokastad)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잘 그려냈다. 이 지역은 농업과 운송에 당나귀를 이용할 정도로 발전이 더딘 곳이다.이곳의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학교가 끝나면 마을을 배회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 원불교재단이 태권도와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기자신을 단련하고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초기에는 40명으로 시작했던 라마쿠카스타트의 태권도 참가 인원이 태권도 인기가 점점 늘면서 80명으로 불어났다.태권도는 이미 오래 전에 남아공에 뿌리를 내렸다. 1997년 남아공태권도연맹(South African Taekwondo Association)이 출범했고 이듬해인 1998년에는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Federation)에 가입했다. 현재 남아공에는 15,000명의 태권도 인구가 있고 60여 개의 태권도 클럽이 형성되어 있다. 남아공의 태권도 수준은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태권도 사범인 던캔 마상구(왼쪽)가 프리토리아대학 체육캠퍼스에서 열린 한국대사배 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김영태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 단장으로부터 사범 인증서를 건네 받고 있다. 가운데 초록색 재킷을 입은 이는 던캔의 코치로 남아공 국가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조정현 사범. (사진: 연합뉴스)이 나라에 태권도가 잘 알려진 것은 남아공 육군이 군에서 가르치는 공식 격투기의 한 종목으로 유도와 가라테에 이어 태권도를 포함시킨 이후부터다. 남아공 육군이 태권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무엇보다도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남아공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던캔 마상구(Duncan Mahlangu)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태권도 사범이다. 그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지만 2004년 여름에 열린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흑인선수가 남아공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당시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180여명의 남아공 올림픽 대표팀 중 8명의 흑인선수가 있었는데 던캔이 그 중 한 명이었다.던캔은 ;사람들은 우리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어요;라고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보고 놀랐지요;라고 대답했다.던캔은 금세 유명해졌고 남아공 국영방송에서 올림픽 태권도 시합을 중개 방송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국기원 시범단이 2012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범은 남아공 올해의 스포츠대상 시상식 행사의 일환인 갈라디너쇼 이벤트로 이뤄졌다. (사진: 연합뉴스)던캔은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남아공 사람들은 그들이 축구 외에도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던캔은 ;저는 남아공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싶어요;라고 하면서 ;저는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서 이들이 저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래요. 그게 제 꿈입니다;라고 설명했다.최근 태권도는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점점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태권도본부(World Taekwondo Headquarters)인 국기원(Kukkiwon)은 1968년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를 시작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태권도 사범들을 아프리카에 보내 태권도를 보급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많은 어려움에 부딪쳤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많은 사범들이 무더운 기후나 안전상의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미주나 유럽 등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하지만 아프리카 국가에 있는 한국 대사관들과 한국문화원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한 사례로 나이지리아의 치카 추쿠메리제(Chika Chukwumerije)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그의 가족들은 상원의원인 아버지와 형제자매 4명이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 태권도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전기부족으로 어두컴컴한 아부자 국립경기장에서 한국대사배서부아프리카국제태권도대회에 참가한 한국문화원 태권도 시범단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해외문화홍보원)또한 수 백 명의 선수들이 나이지리아, 가나(Ghana), 베닌(Benin), 말리(Mali), 토고(Togo), 니제르 (Niger) 등 6개국이 참가하는 한국대사배서부아프리카국제태권도대회 (Korean Ambassador's Cup West Africa International Taekwondo Championship)에 매년 출전해왔다. 가장 최근 열린 세 번째 대회는 2011년 나이지리아 수도인 아부자 벨로드럼(Velodrome) 국립경기장 (Abuja National Stadium)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서부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태권도 대회이다.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위원인 하부 구멜(Habu Gumel)이 매 대회때마다 참석해 격려해주고 있다. 나이지리아 일간지인 뉴 나이지리안(New Nigerian)은 ;이 대회는 나이지리아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태권도가 발전하는데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한 연설을 보도한봐 있다.대회를 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기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2010년 대회 때는 어두운 불빛 아래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또 전기공급부족으로 CD플레이어가 작동하지 않아 국가가 연주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전선수들도 제대로 된 도복이 없어 한국에서 보낸 중고 도복을 입고 경기를 해야만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에서는 태권도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전국체전의 한 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종현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태권도인구는 40만에 달한다고 한다.임재언 기자, 코리아넷jun2@korea.kr 2013.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