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세계와 소통
세계 만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제17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지난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열렸다. '만화, 시대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근;현대사를 조명한 작품들이 전시됐다.이번 축제에서는 주제별로 이루어진 특별전이 많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만화, 시대의 울림전'은 1909년 제작된 만화를 시작으로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의 500여 년의 역사를 20권으로 압축해 그려낸 작품이다. ▲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만화, 시대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 ▲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주제별로 특별전이 열렸다. (위) 이연세의 만화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아래) 프랑스 만화가 엠마누엘 르파주의 '체르노빌의 봄' 특별전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프랑스 만화가 엠마누엘 르파주(Emmanuel Lepage)가 원전문제를 파헤친 '체르노빌의 봄 특별전'도 열렸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22년 만에 체르노빌을 찾은 작가의 그림들이 전시됐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참상과는 달리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올해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고발한 '지지 않는 꽃'전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노랑, 희망을 노래하다'에서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만화들이 소개됐다.한국 만화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각종 세미나도 열렸다. 한국 작가들은 '만화정글세미나'에서 웹툰의 등장으로 격변하고 있는 만화 시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 '더파이브'의 정연식 작가 겸 영화감독,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참여했다.▲ 한국 작가들이 참여한 '만화정글세미나'에서는 웹툰과 만화의 미래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다.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토론자들은 웹툰 중심으로 만화시장이 변화하는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아직 시스템이 완성된 단계가 아니라서 플랫폼의 안정과 편집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창작시 만화 자체보다 타 장르 진출이 우선은 아니지만 만화가 점차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흐름을 볼 때 2차 콘텐츠를 염두에 둔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미국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 만화출판사인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의 악셀 알론소(Axel Alonso) 편집장과 엠마누엘 르파주 작가와의 대담도 열렸다. 알론소 편집장은 마블코빅스의 창작 방식, 영화화 과정, 한국 작가들의 영어판 만화 출판 전략 등을 설명했다. ▲ 마블 코믹스의 악셀 알론소 편집장(위)과 엠마누엘 르파주 작가(아래)와의 대담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알론소 편집장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비롯해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를 봤다"며 "한국 웹툰은 인생의 단면을 담고 있고 소재가 다양하다.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웹툰은 미래 만화의 지표"라며 "하드카피와 디지털 시장은 공존할거라고 보지만 만화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문화예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데생악퇴르;(Dessin;acteurs;활동하는 데생)의 회원인 르파주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가 전혀 다르지만 깊은 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르파주는 "이 작품에는 원전에 대한 특정 메시지나 객관적 진실을 전하려는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실제로 본 체르노빌의 아름다움에 놀랐다.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명이, 삶이 지속되고 있었고, 그 사람들이 나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르노빌에서 내가 본 삶, 조금씩 되살아나다 어느 순간 확 다가오는 생명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다"며 ;체르노빌에서 내가 느낀 삶에 대한 감동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체르노빌의 봄' 한국판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임재언 코리아넷 기자jun2@korea.kr 2014.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