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시도하는 남북통일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됐다. 남과 북은 거대한 전쟁과 갈등을 겪었다. 한편으론 통일에 대한 희망의 끈은 여전히 질기다.머릿속에서 생각하는 통일과 현실에서 부딪치는 요소들은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은 대기근에 시달렸다. 소위 ;고난의 행군(the Arduous March);으로 불리는 시기에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탈북자;, ;새터민;으로 불리는 3만명의 북한주민이 한국사회에 정착했다. 70년 가까운 단절을 겪어온 그들은 말투, 생활습관,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심해 한국사회는 탈북이주민과 조화롭게 살아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산간오지의 허름한 집에서 남북한 출신 남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체험프로그램 ;잘살아 보세;. 이질적인 남녀들은 잘 살아보기 위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풀어나가고 있다.통일의 최종 목적지는 이질적인 남과 북의 주민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세상이다. 이를 위해선 서로 배려하고 인내하며 양보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선 조화보다는 갈등이 앞선 것도 사실이다. 실제 살아보며 문제점을 극복하자는 시도가 브라운관에서 처음 이뤄졌다.▲ ;잘살아보세;의 남북 남녀를 대표하는 최수종씨(위)와 이순실씨(아래). 한국 최고의 연기자는 온종일 땔감을 구하고 취사준비를 하는 막일을 마다 않고 하고 있다. 북한군 간호장교 출신 이순실씨는 고난의 행군 당시 극빈의 생활로 어려움을 겪다 북한을 탈출했다.지난 3월 종합편성 채널A에서 마련한 ;잘살아 보세;가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 북한출신 여성 4명과 남한 남성 3명, 외국인 남성 1명이 한집에 살며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양출신의 40대 이순실씨, 함경북도 회령출신의 20대 김아라씨, 함경북도 무산출신의 20대 신은하씨, 탈북한지 1년도 채 못된 21세 한송이씨에 이르기까지 탈북사연도 제각각이다. 남한측 파트너는 드라마에서 주로 왕, 장군역할을 해온 연기자 최수종씨, 장군, 변호사 등 화이트 칼라 역할을 주로 해온 연기자 한정수씨, 재미교포 출신 가수 벤지(Benji)가 나온다.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호주출신 샘 헤밍턴씨도 이색 출연자다.▲ 채널 A의 ;잘살아보세; 홈페이지.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해 기록하는 ;통일준비 생활백서;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춥고 배고픈 산간 오지의 생활은 팍팍하다. 남과 북의 남녀들은 살아가기 위해 매사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점차 인식하고 있다.이들은 춥고 산이 많은 북한의 생활환경과 너무나도 비슷한 강원도 홍천의 오지마을의 허름한 집에서 살아간다. 한국의 도시에선 거의 사라진 땔감나무로 난방을 하고 허리를 굽혀야 작업이 가능한 재래식 부엌에서 밥을 짓는다. 주변의 빈땅을 갈아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온 남과 북의 남녀들이 펼치는 일상은 간단치 않다.도시생활에 익숙한 남한 남자들에겐 산골 오지는 고생의 연속이다. 장작으로 불을 때우며 수도는 얼어터지기 일쑤이고 찬물로 세수하는 것도 도시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기근의 시기, 풀뿌리와 나무 껍질을 베어 먹으며 살아야 했던 북한 여성들의 눈에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그동안 겪어온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 또한 상상이상이다.이처럼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다가올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적어도 알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다. 서로의 이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한번 살아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집이란 하나의 공간에 북한 여자와 남한 남자가 함께 살게된 이상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잘 살게 된다;는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글 위택환 코리아넷 기자사진 채널 A보다 자세한 사항은 ;잘살아보세; 홈페이지 참고http://tv.ichannela.com/enter/goodlife 201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