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초콜릿 장인, 홍경천
15세기 탐험가 콜롬버스의 신대륙발견은 식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기호식품 초콜릿도 대표적인 변화가운데 하나다. 초콜릿이 이 땅에 건너온 것은 19세기말로 추정된다.19세기말 명성황후에게 외국선교사들이 선물을 줬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대중에게 선보인 것은 1950년대 미군의 한국주둔이 시발점이다. 미군의 필수식품이었던 초콜릿이 한국인들에게 전파됐고 독특한 향과 달달한 맛에 곧 익숙해졌다. 1970년대 초반에는 국내 제과업체들이 속속 초콜릿 생산라인을 갖춤으로써 한국인의 일상속에 자리잡았다.요즘은 동네 가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초콜릿. 과거 십 수 년 전만 해도 한 조각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직접 수작업으로 초콜릿을 만들어내고 디자인까지 덧입혀 판매하는 전문 카페가 생겨나 주목을 받고 있다.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수제초콜릿 가게 폴라비도 그 중 하나다. 한 점의 예술작품을 완성하듯, 정성을 기울여 완성해낸 초콜릿으로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과 ;맛의 교감;을 나누고 있는 폴라비에서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홍경천 장인을 만났다.▲ 홍경천 장인이 초콜릿을 형틀 속에 채우고 있다.2011년 9월 문을 연 폴라비는 총 12가지 종류의 기본 수제 초콜릿과 꽃, 구두, 피아노 등 다양한 테마를 가진 특별 초콜릿을 판매한다. 두 개의 테이블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아담한 공간. 그러나 카페의 구석구석은 온통 주인의 정성과 손길,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초콜릿의 매력에 대해 물었더니, 홍 사장은 ;누구나 어렸을 때 초콜릿의 달달함에 빠지지 않나?;라며 말문을 열었다. 평소 요리하는 걸 즐겼던 그는 폴라비를 열기 전,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했다. 요리가 일상의 즐거움이었던 홍 사장은 마음을 굳게 먹고 2008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적극적인 지원을 쏟아주는 아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수제초콜릿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었던 만큼 그는 발전 가능성을 믿었고, 초콜릿을 제조하는 것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홍경천 장인이 초콜릿 제조과정 가운데 초콜릿을 한 겹 덧입히는 ;딥핑(dipping)'을 보여주고 있다.이탈리아에서 3년 간 머물면서 볼로냐, 베니스, 밀라노, 로마 등을 오가며 초콜릿 제조 과정, 초콜릿 공예과정, 젤라또 제조 과정을 이수했고 페라라(Ferrara) 도시의 작은 수제 초콜릿 공장에서 업무 경험도 쌓았다. 그는 ;유럽에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 맛있는 초콜릿에 대해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홍경천 장인이 온도를 맞추는 작업인 탬퍼링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홍씨는 ;초콜릿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명 ;템퍼링,; 온도를 맞추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초콜릿을 50~60도까지 온도를 높여 모두 녹여낸 다음, 새로운 형태의 초콜릿을 만들기에 좋은 적당한 온도까지 서서히 식혀준다. 이를 위해 초콜릿 반죽 아래 얼음판을 대기도 하고, 예상보다 온도가 많이 내려간 경우에는 재가열 한다. 그는 ;템퍼링 작업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훌륭한 모양과 맛을 갖춘 초콜릿이 탄생한다;고 강조했다.적당한 온도를 갖춘 초콜릿은 이후, 갖가지 문양의 몰드 안에 고르게 뿌려진다. 이 때, 형틀 아래 진동판을 설치하여 초콜릿 속이 기포 없이 가득 메워지도록 자극을 준다.▲ 폴라비의 여름메뉴 ;나비빙수;. 빙수 위에 수제 초콜릿을 얹어 맛과 멋을 더했다. ▲ 폴라비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모양의 수제 초콜릿.식초가 조금 첨가된 ;발사믹; 수제초콜릿을 맛보았다. 일반 초콜릿 가공품과는 달리 카카오 향이 물씬 느껴졌고 당도가 강하지 않아 여러 개를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커피 한잔과 곁들이니, 달콤쌉쌀한 맛이 입안에 서서히 전해져와 기분 좋은 끝맛을 남겼다. ▲ 한국의 빼빼로데이 (11월11일)을 기념해 판매된 초콜릿. ▲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들. 항상 새로운 메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예쁘게 디자인된 초콜릿은 유리 진열대 속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처음 카페를 열었을 때만 해도 사먹는 사람보다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고 나가는 손님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낮 시간에는 커피와 함께 초콜릿을 찾는 3~40대 중장년 여성들,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밤 시간에는 가족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자 선물용 초콜릿을 찾는 남성들이 주로 찾아온다. 미국인, 일본인이 많은 지역인 만큼, 근처에 거주하는 일본인 손님도 자주 방문한다. 한 고객은 얼마 전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며 친구, 친지들을 위한 초콜릿을 한 박스를 주문하기도 했다.폴라비를 운영하게 되면서 그는 직장생활 할 때 사용한 주말, 휴일, 휴가를 모두 반납했다. 어떤 날은 초콜릿 제조에 빠져 하루 14시간 이상을 일할 때도 있지만 카카오 원료의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폴라비 마니아;를 위해 정성스런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하루하루가 장인은 즐겁기만 하다.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구해서 초콜릿 전시회 ;살롱뒤쇼콜라(Salon Du Chocolat);에 출품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폴라비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folabi글 : 이승아 코리아넷 기자사진 : 전한 코리아넷 기자slee27@korea.kr 201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