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10.18
제2의 코렐리, Kore Fans(한국 팬클럽)
6.25 참전국인 터키에는 별명으로 '코렐리(Koreli)'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사람이라는 뜻인데 바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지칭하는 것이다.
6.25가 발발한지 한 달 후인 1950년 7월 25일 터키 정부의 파병 결정 후 한국을 도우러 달려온 터키 군인들은 모두 1만 4936명. 이들 중 전사한 765명과 행방불명된 175명을 제외한 1만 4000여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고국으로 돌아와 자신들이 경험한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전을 주위 사람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전하였을 것이고, 이들은 '코렐리'로 불리며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여기게 되었다.
터키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터키인들이 한국을 매우 친근히 여기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왜 그럴까? 6.25 때문이다. 6.25는 터키인들에게 매우 의미가 있는 전쟁이었다.
1299년 설립 이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3대륙에 걸쳐 광활한 영토를 통치하며 팽창하던 오스만터키제국은 1700년대부터 약화되며 유럽의 강대국들과 많은 전쟁을 통해 영토를 빼앗기며 축소 및 쇠퇴의 길로 들어서다가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오늘날 터키공화국이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쓰라린 경험 탓에 2차 세계대전에서는 중립을 지켰고, 6.25는 공화국이 된 후 최초로 나선 전쟁이고, 용감히 싸운 참전용사들의 활약상을 학교에서 중요하게 가르쳤다. 따라서 터키인치고 6.25를 모르는 사람이 없고, 함께 적과 맞서 피를 흘리며 싸운 한국은 '칸 카르데쉬(피를 나눈 형제)' 국가인 것이다.
2010년 5월 30일 이즈밀 한국문화페스티벌에 참석한 터키 참전용사들
올해가 6.25 60주년이 되어 한국민의 감사와 함께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연중 터키 전역에서 개최되었다. 이때 초대된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80이 넘은 고령으로 훈장을 여러 개 자랑스럽게 단 군복 차림으로 와서 한국민인 우리들에게 한국전 이야기를 열심히 들려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잘 표출하였다. 이 분들과 그들의 자손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친한파인 것이다.
참전용사는 아니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제2의 코렐리'들도 있다. 2005년부터 터키 국영방송국인 TRT에서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하며 불기 시작한 한류는 2007년 Kore Fans 라는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를 발족시켰다. 한국 영화, 드라마를 시작으로 노래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주로 젊은 층들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한국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다. 현재 2만 여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9년 9월 터키의 초대 문화홍보관으로 부임하여 얼마 후 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한국 영화 상영행사 및 한국 음악가 연주회 등 우리 문화 소개 활동에 적극 초대하는 한편 그들의 모임에 참석하여 활동을 격려하기도 하였다. 한국을 좋아하는 이들은 터키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적은 탓에(3000명 미만) 한국인을 보는 것만 해도 너무 좋아들 하여 모임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자신이 마치 스타 연예인이 된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2010년 6월 한국의 미 그림 전시회에 참석한 Kore Fans 회원들.
대사관저에 초대된 Kore Fans 임원들.
행사에 초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들 팬클럽 회원들을 문화행사의 자원봉사자로 쓰기 시작하였는데 너무 열성적으로 도와주어 이제는 이들이 없으면 곤란할 정도까지 되었다. 또 각지에서 개최된 문화행사를 계기로 그 지역의 지부 모임이 활성화되기도 하여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인 것이다.
조동우 주터키 문화홍보관
어떤 대사관 직원은 '10만양병설'을 언급하며 이렇게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10만 명 키워 한국 문화 전도사로 써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하였다. 대사관에서는 대사관저로 임원들을 초청하여 한식을 맛보여 주고, 한국을 가보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인 이들에게 한국 방문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이 모임이 더 커지고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터키는 아직 동남아와 같은 한류의 열풍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코렐리'들이 '원조 코렐리'처럼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생각하고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면 6.25로 혈맹의 위치에 있는 한-터 관계가 문화적 유대라는 튼튼한 동아줄로 더 단단히 엮여지게 될 것이다. 10만 '제2 코렐리' 양성은 터키 문화홍보관의 '0' 순위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