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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10.10.12

홍콩의 ‘食神’, 전라도 음식에 반하다

추아람

홍콩의 대표적 대중 일간지인 '빈과일보(Apple Daily)'는 지난 9월 15일~28일 총 8회에 걸쳐 홍콩 최고의 음식 평론가인 추아람(蔡瀾)의 '한국음식기행'을 연재했다.

홍콩에서 '식신(食神)'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추아람은 동 '한국음식기행'에서 "(중국 사람들은) 한국 음식이 불고기 빼고는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이는 우물안 개구리적인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평가하면서 남도 음식을 중심으로 한식을 시리즈로 상세히 소개했다.

추아람은 현재 음식관련 미디어 프로에 자주 출연하고 있으며 '보보여행'라는 음식 특화 고급여행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지난 9월 광주 등지를 방문했다. 추아람의 전라도 음식기행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주 여행① 광주(홍콩 빈과일보, 9월15일자)

광주 여행① 광주(홍콩 빈과일보, 9월15일자)

한국 음식은 맛이 없고, 불고기 빼고는 먹을 게 없다는 것이 줄곧 들어오던 반응인데, 이는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이자,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가 이런 반응에 극도로 반감을 가지는 것은 내가 먹어본 한국 음식은 그야말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 여행에서 나의 관점은 더욱 확실히 증명됐다.

당신이 프랑스 사람에게 파리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다가 프로방스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고개를 흔들며 칭찬하고, 페리고르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경의를 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한국인에게 서울과 부산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별 반응이 없다가 광주 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릴 것이다.

광주는 서울 서남부에 위치해 있고, 서울에서 4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한국 비빔밥의 발원지인 전주와 불교가 최초로 전수된 영광 해안을 지나면 도착한다.

이번에 현지 관광국 초청으로 여행잡지 모델, 기자 및 촬영기자와 방문했다. 일반적으로 기내식을 먹지 않지만, 대한항공의 비빔밥은 반드시 맛 봐야 한다. 기내에서는 입맛이 없지만 이 비빔밥은 향기롭게 입맛을 자극했다.

광주 여행② 영광(9월16일자)

광주 여행② 영광(9월16일자)

한국 친구가 인천 공항으로 마중 나와 김포로 이동한 뒤 국내선을 한 시간 가량 비행기로 이동하고 나서야 광주에 도착했다. 이 친구는 나의 한국 음식에 대한 지식에 감동받아 나를 '사부'라고 부른다.

광주 관광국 안 주임과 중국부 주관 정경화씨가 우리를 맞았다. 도착하기 무섭게 호텔에 짐을 풀고 영광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영광으로 가는 길에 많은 돈을 들여 꽃으로 수놓은 길은 꼭 한번 볼 가치가 있다.

불교 외에 천주교, 기독교 등 각종 종교가 한곳에 모인 곳이라 지역명이 영광이 됐고, 느낌상 확실히 영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은 조기다. 야생 조기는 중국 남부 일대에서는 거의 멸종됐는데, 한국에는 아직 있었다. 영광 부근 해안에 거의 모든 조기가 집결했다가 전국의 해산물 시장으로 수출됐다.

광주 여행③- 굴비(9월20일자)

광주 여행③- 굴비(9월20일자)

'조기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냐'고 묻자 내 친구는 '굴비'라고 답해주었다. 굴비는 말린 조기를 말한다. 한국에서 최고의 선물은 소고기인데, 소고기보다 한 단계 수준이 높은 것이 바로 굴비다. 40여년전 처음 서울에 갔을 때 굴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중국인은 조기를 먹을 때 날 것을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은 숯불에 구운 굴비를 찢어서 술안주로 먹는 맛이야 말로 진정한 맛이라고 여긴다. '굴비'라고 이름 지은 것은 조기만 유일하게 말려도 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도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부정사를 뒤에 둔다. 그래서 '비(非)'를 뒤에 둔 것이고, 비(非)는 Fei로 발음되지만 한국어에는 F 발음이 없어 B로 발음하는 것이다. 그래서 굴비가 됐다.

구매한 굴비를 가지고 '일번지'라는 식당에 가서 요리를 부탁했다. 반찬만 30,40여개나 됐고, 굴비도 구이, 찜, 국 등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다. 또 하나는 홍어로, 홍어 삼합 또한 별미였다. 굴비를 맛보는 것은 복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광주 여행④ - 효심 갈비(9월21일자)

광주 여행④ - 효심 갈비(9월21일자)

더는 못 먹을 정도로 배가 불렀지만, 광주 음식을 맛보기 위해 다시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먼저 시골에 장어구이를 먹으러 갔다.

기다리는 동안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반찬들도 별미였다. 그중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정말 달콤했다. 장어구이는 아무 것도 바르지 않고 오리지널로 구워 먹는 것과 양념장을 바른 것 두 종류가 있었다. 오래간만에 야생 장어를 맛보았다.

바다고기, 민물고기 모두 맛보았으니 산에서 나는 음식을 맛볼 차례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대나무밥과 대나무통 술이다. 대나무밥만 먹기에는 심심하던 차에 같이 곁들인게 효심 갈비인데, 노인들도 먹기 좋은 연한 고기였다. 효는 한국 전통의 미덕이다.

광주 여행 ⑤ 광주 한정식(9월22일자)

광주 여행 ⑤ 광주 한정식(9월22일자)

한정식은 셀 수 없이 많은 반찬과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골라먹을 수 없고 주는 대로 먹어야 하지만 종류가 다양해 입맛에 맞는 것을 먹을 수 있고 배고플 리 없다. 미식가들은 서울에서 먹는 한정식보다는 광주 한정식을 먹어야 진정한 한정식이라고 말했다..

기왕 광주까지 온 거 한정식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의 보쌈, 김치, 꽃게 요리 등은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주 요리로는 송이와 소고기전, 조기 등이 나왔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곳의 된장 맛이 일품이었다. 한국 음식의 디저트로는 호박죽과 수정과 등이 있다.

광주 한정식을 한번 맛보고 나면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누가 한국 음식은 맛이 없고 배가 부르지 않다고 말하는가?

광주 여행 ⑤ 광주 광주 여행⑥ 채소 시장(9월23일자)

광주 여행⑥ 채소 시장(9월23일자)

다음날 아침 일찍 광주의 시장을 둘러보았다. 양쪽 길에 각종 식재료들이 가득 늘어져 있었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나 굴비조기였다.

낙지도 많았는데, 산 것도 있고 죽은 것도 있었다.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달고 매운 채소와 함께 요리한 아구찜을 좋아한다. 미역, 김 종류도 많았다. 대추와 밤은 알이 컸고, 인삼처럼 생긴 도라지도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김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이다. 겨울이 되면 김치를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관광국 미스 정은 이전에는 시장이 더 컸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마트를 이용해서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내 친구도 마트 물건은 전통시장만 못하다고 한탄했다.

광주 여행 ⑦  움직이는 산수(山水)(9월27일자)

광주 여행 ⑦ 움직이는 산수(山水)(9월27일자)

광주시 중심은 신구(新區)와 구구(舊區)로 나뉘는데 후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한적한 골목에서 '다담(茶啖)'이라는 찻집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대추차와 오미자차, 인삼차를 마셨는데, 앵두모양,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내놓은 떡을 간식으로 주었다. 모양도 예쁘고 맛도 끝내주었다. 한국의 떡 종류는 수천수만 가지로 이에 달라붙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아 노인들이 먹기에 적합하다. 한국인들은 경로의 미덕을 갖고 있으며, 부모님 50,60,70세 생신 때 내놓는 떡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광주는 이름 속의 '광(光)'자처럼 전국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제품이 가장 선진적이고 발달된 지역으로 제일 얇은 TV스크린이 제작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대학교수가 발명한 8장으로 된 병풍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산수화 같지만, 수면에서 갑자기 물고기가 노닐고 새와 나비가 날아다닌다. 또한 글자가 흩어졌다가 결합됐다가 하는 최초의 움직이는 시(詩)가 들어있었다.

광주 여행 ⑧  전주 비빔밥(9월28일자)

광주 여행 ⑧ 전주 비빔밥(9월28일자)

광주를 떠날 때가 되었다. 한 시간 떨어진 전주에는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비빔밥이 있다. 또한 빠트려서는 안되는 민속촌도 있는데,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곳은 마치 시간의 터널을 지나온 듯 현대화된 건축물을 볼 수 없었다. 고대 궁전과 대부호의 저택은 현재 문물박물관과 문화교실로 변했고, 한지 전시관에는 각종 종이로 만든 기구들이 진열돼 있었다. 또 다른 방에는 한국 미주(米酒)인 막걸리의 양조기구와 제작과정이 진열돼 있으며, 옆 교실에서 전문가가 설명을 하고 있었다. 다른 방들은 객실로 만들어 손님들이 역사 속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나면 그곳에 가서 며칠 머물고 싶다.

오후에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에서 전주의 비빔밥을 먹었다. 다른 곳과의 차이점은 먼저 생고기에 달걀을 얹은 것으로 그 위에 뜨거운 밥을 얹으니 단숨에 익었다. 참기름과 고추장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배합이 완벽해 다른 어떤 조미료도 필요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모든 이의 입맛에 잘 맞았다.

비빔밥을 먹지 않는 사람은 전복죽이나 삼계탕도 별미다. 전주와 광주의 미식을 맛보고 나니 한국은 불고기 외에는 먹을 게 없다는 말이 한국인에게 미안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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