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08.05
서양문화 발상지에서 한국문화 알리기
로마제국과 르네상스 그리고 축구와 파스타의 나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탈리아.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이탈리아이지만 막상 맨처음 문화홍보관으로 발령받아 로마공항에 도착한 후 느꼈던, 새로운 문화에 대한 낯설음이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아직 생생하다.
로마제국이후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여 일상적으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라, 이탈리아어로 더빙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외국영화를 상영할 수 없는 나라, G-7국가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세계화 못지않게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가족경영이 보편화되어 있는 나라. 한때는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지배하고 세계국가를 경영했던 로마제국의 후예이자, 중세이후 유럽문화를 다시 꽃피운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지, 또 우리 문화와 이탈리아 문화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접점은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 시작되었다.
별도의 우리 문화원이 없는 이탈리아에서는 우선 우리 문화행사를 많이 기획하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우리 문화를 알게 하고, 여기저기 열리는 문화행사에 참여하여 교류를 넓히는 등 문화홍보관이 발품을 팔고 다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로마에 도착한 지 한달도 안되어 개최되었던 피렌체한국영화제. 당초 2002년 월드컵 당시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 때문에 패배했던 이탈리아이지만 영화에 관한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관심이 높아, 서먹해진 양국간 분위기를 풀어보기위해 2003년 작은 극장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영화제가 이제는 우리의 대중음악공연도 같이 개최되어 열흘의 영화제기간중 약 1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한국문화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동양예술박물관내에 별도로 마련된 '한국실' 개관식 날 우리 유물을 둘러보고 있는 인사들.

'한국실'에 전시된 유물들
이어서 개최된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의 주빈국참가, 강진도자기의 유럽순회전 개최, 대표적인 규방문화인 한국의 아름다운 매듭전, G8확대정상회의 기간중의 해군태권도 시범단과 이탈리아 태권도시범단의 공동 시범, 산마리노공화국 초청으로 개최된 한국 문화의 날 행사 등 한달에 한두번씩 이어지는 크고작은 행사들을 통해 문화적인 낯설음은 점점 사라지고 국민들이 역사적·문화적으로 자부심이 강하고, 역동적이고 낙천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너무도 비슷하고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양국간 문화에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겠구나하는 안도감도 생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여기의 대표적인 국립박물관과 이를 관장하는 문화부의 분위기였다. 국립동양예술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도자기, 매듭, 나전칠기 등과 같은 우리의 우수한 공예전시가 계속되자 이탈리아 문화부는 내부 법률검토를 거쳐 올 6월에는 국립동양예술박물관내에 "Korean Art Gallery"라는 별도의 한국실을 개관하여 이 박물관이 존속하는 한 앞으로 한국 유물 및 작품들에 대한 상설전시장으로 사용토록 하였다. 이 박물관이 문화부 산하 유일한 국립동양예술박물관으로, 중국과 일본의 유물을 현저히 많이 소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먼저 한국실을 내어준 것은 그동안 두 나라간의 문화교류 발전에 따른 한국문화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방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7월초(7.10-8.1)에는 조각으로 유명한 마싸-카라라道(Provincia, 미국의 주보다는 작고 시보다는 큰, 일종의 광역자치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인 조각가 10인의 조각전이 개최되었다.

마싸-카라라에서 열린 한국인 조각가 10인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는 현지인들

마싸-카라라 조각전의 전시작가들
이 지역은 아름다운 이탈리아 서부해안을 끼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휴양지일뿐 아니라 지난 1000년간 대리석을 캐왔고 앞으로 1000년을 써도 다 못쓴다는 대리석산이 있어 르네상스시대부터 미켈란젤로나 도나첼로같은 유명한 조각가들이 활동했던 조각의 명소이다.
이 지역에서 먼저 자기들 부담으로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조각가의 전시회를 제안하고, 우리에게는 한국전통공연을 부탁하는 등 우리 문화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서 태극기와 이탈리아 국기를 같이 휘날리며 개최했던 이 전시회는 조각의 본산지라고 생각하는 그 지역민들, 그곳에서 휴가를 즐기던 이탈리아인들과 전시하는 우리 작가들 모두에게 자긍심과 두 문화의 융합을 보였다.

지중해의 사르데냐섬에서 열린 한국음식주간
또한 7월말(7.26-31)에는 지중해의 사르데냐섬에 위치한 Forte Village Resort라는 고급휴양지에서 한국의 요리사를 초청하여 불고기, 잡채, 김치 등 한식을 제공하는 한국음식주간을 개최하였고, 작년 7월 G8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었던 아부르조州에서는 체재비부담 조건으로 우리 태권도 시범단을 8월말에 초청했으며, 도자기로 유명한 파엔자라는 도시는 우리 광주, 이천 도자기의 10월초 전시를 협의하고 있다.

김낙중 주이탈리아 문화홍보관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다양해 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가 1861년 가르발디 장군과 엠마뉴엘 2세에 의해 통일되기까지 각각의 도시국가로 고유의 문화를 형성해서인지 그 지역마다 특성을 고려한 행사가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콜로세움, 판테온, 스페인광장, 바티칸성당 등 셀 수 없는 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는 영원의 도시 로마, 다른 나라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아름다운 두오모의 도시 피렌체.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패션 아이콘까지 아우르고 있는 이탈리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문화를 알기에,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리는데에 문화홍보관으로서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