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07.22
싱가포르 속 한국, 놀라운 두 가지 사실
세계 속 또 다른 작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나라.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매일매일 부딪치며 살아가는 곳,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국민은 75%가 중국계, 13%가 말레이계, 9%가 인도계 등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다. 더욱이 싱가포르의 인구 약 500만 명 중 외국인이 150만 명이며 1년에 1천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다양한 생활방식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우리는 동남아시아의 한류인기를 당연시한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천불을 넘는 선진국이며, 영어를 공용어로 쓰면서, 다민족국가에 외국인들까지 넘쳐나는 싱가포르에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싱가포르에 부임한 지난 해 초, 두 가지 사실에 놀라고 또 자랑스러웠다. 우리의 '경제적 성취'와 '문화적 매력'이 그것이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변화시킨 우리 기업들
다양하고 현대적인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수놓은 멋진 건물들은 대부분 우리 기업들의 작품이다. 1986년 준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었던 스위소텔 스탬포드(73층)와 래플즈 더 플라자(지금의 페어몬트)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서 있는 래플즈 시티는 전체가 우리 건설기업의 작품이다.
또한 싱가포르 최대의 여성아동 전문병원인 KK병원과 각종 주거용 콘도미니엄, 사무실 빌딩, 항만, 공항(창이 제2터미널), 하수처리장 등 우리 건설업체의 손길이 묻어있는 것들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에 싱가포르정부가 야심차게 건설 중인 Marina Bay Resort의 대표적 건물 Marina Sands Hotel은 우리기업이 시공한 건축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건설기업이 시공한 싱가포르 건축물의 아이콘 Marina Bay Sands Hotel
이 호텔은 약 1조원에 이르는 공사비와 지상으로부터 52도 기울어지는 특이한 외형 때문에 현대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화제의 건축물이다. 57층 3개 동의 건물을 이어 축구장 세 배 크기의 스카이파크를 옥상에 조성하여 지난 6월 개장한 이 호텔은 싱가포르 건축물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이 분명하여 더욱 자랑스럽다.
싱가포르에도 한류가 있다.
이러한 경제적 성취만큼 뿌듯한 것은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의 문화다. Best Home for Singaporeans, Vibrant Magnet for International Talent! 싱가포르정부가 싱가포르를 문화예술의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Renaissance City Plan'의 제3기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이 말해주듯이 세계 각국이 서로의 문화예술을 뽐내는 싱가포르에서도 한국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은 열정적이다.
싱가포르 정부각료의 부인들이 '겨울연가', '꽃보다 남자'를 몇 번씩이나 돌려본다는 얘기는 대사님의 각료면담 배석 때마다 들어서 귀에 못이 박혔고, 젊은이들이 K-Pop과 노바디 댄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일도 이제는 아주 흔한 일이 되었다.

싱가포르 The Straits Times의 K-Pop 기사들.
매달이다시피 한국의 가수들이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한다. 그때마다 공항과 공연장, 한국식당이 팬들로 북적거리고, 싱가포르 언론은 특집 판으로 대문짝만한 기사를 낸다. 이때만큼은 기자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매번 언론관계자와 씨름해야 하는 문화홍보관의 시름을 달래주기도 한다.
대사관은 2008년 가을 코리아페스티벌에서 싱가포르인을 대상으로 하는 K-pop Cotnest를 열었다. 1등 대상에 한국 자동차가 부상으로 걸려 큰 반향이 있었던 성공적인 행사가 되었다.
그 행사를 협찬했던 한국을 사랑하는 한 쇼핑몰은 올해도 싱가포르인을 대상으로 K-Pop Talent Contest를 개최하였다. 문화홍보관이 심사위원중의 하나로 초대된 이 행사에는 총 120팀이 한국노래와 무용의 재주를 겨뤘다.

지난 5월에 열린 제2회 K-Pop Talent Contest.
싱가포르인들의 음식 사랑
화려한 한류가 이곳의 젊은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동안 비교적 조용히 싱가포르 안으로 퍼져나간 우리 문화도 있다. 바로 한국의 음식문화이다.
중국계가 많아서일까? 일상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큰 행복 중 하나가 바로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에 싱가포르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동의한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들이 싱가포르에는 존재한다. 'Hawker Center'라 불리며 중국, 말레이계 음식을 주로 파는 서민용 야외식당에서부터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나라의 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 문화 속에서도 한국음식의 인기는 드높다. 싱가포르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김치를 먹을 줄 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려주면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얘기와 함께 싱가포르내 진짜(authentic) 한국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 어디인지를 묻는 것이 단골메뉴이다.

싱가포르 The Straits Times와 음식전문잡지 Wine & Dine의 한국음식 기사들
드라마 '대장금'이 싱가포르 공중파에서 4회나 반복 방영되는 히트를 치면서 5년 전 10여 개에 불과하던 한국음식점은 지금 60여 곳에 이른다. 한국 사람이 아니라 싱가포르인들이 주요한 고객층이다. 주말저녁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러 나온 싱가포르인들로 북적이는 한식당을 보면 누구라도 뿌듯할 수 밖에 없다.
음식 때문일 것이다. 10월에 열리는 우리 대사관의 국경일 리셉션은 싱가포르 고위관계자와 각국의 외교관들로 붐빈다. 귀한 한국음식을 마음껏 맛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문화홍보관은 물론이요 여타 외교관들, 부인들까지도 국경일 리셉션에는 음식설명이 필수다. 이름이나 재료는 물론 조리법까지 캐묻는 사람들도 많아서이다.
매력에 의한 외교
요즈음 문화외교가 뜬다. 국력의 전통적 요소인 Hard Power (군사력, 경제력) 보다 Soft Power(국가의 품격, 이미지 등)가 국가브랜드 가치에서 더욱 부각되는 추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문화외교는 강제나 대가가 아닌 상대방의 매력(attractiveness)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외교인 셈이다.

2009년 10월 한-싱가포르 합동공연에 앞서 싱가포르 문화부장관과 각국 대사들의 기념촬영

임상준 주싱가포르 문화홍보관
싱가포르대사관은 2008년과 2009년에 다양한 문화행사를 집중하여 개최하는 Korea Festival을 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의 Korea Festival은 G-20 서울정상회의 직전에 개최할 계획이다. Korea Festival을 통해 G-20 개최를 사전홍보하기 위함이다.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극찬을 받았던 한국 화가전 'The Korean Eye'의 싱가포르 전시를 시작으로 이번 행사 역시 대한민국의 세련된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는 한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