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07.15
G20 열린 캐나다인들이 보는 한국은 과연…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캐나다 최대 도시인 이곳 토론토는 월드컵 열기에 더해 경제월드컵 개최 열기로 더욱 뜨거웠다. 세계인의 시선이 쏠린 제4차 G20 정상회의가 토론토에서 6월 26~27일 열렸기 때문이다.
캐나다 한국대사관의 문화홍보관으로서 회의 한 달 여 전부터 오타와(한국대사관은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에 있다)에서 이곳 토론토로 와서 G20 회의를 준비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의미가 큰 행사였다.
2010년 G20 의장국 '캐나다-한국'
캐나다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나라다. 캐나다는 한국전 참전국으로 여단급 규모의 병력을 파견했다. 특히 캐나다 제2대대는 가평전투에서 탁월한 전투능력과 의지로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캐나다군은 한국전 참전으로 300여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토론토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도착 직후 가장 먼저 한국전 참전기념비(Meadowvale Centre)를 찾아 헌화했다.
현재 토론토에는 10만여 명, 벤쿠버에 5만여 명의 한국인 이민자가 살고 있다. 또한 한국을 방문했던 캐나다인도 적지 않다. 캐나다에 부임해 놀라웠던 것 중 하나가 한적한 시골마을에 가도 아들 딸, 혹은 형제자매 등이 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토론토의 한인 밀집 지역으로는 블로어(Bloor & Christie) 지역과, 노스욕(North York) 지역이 있다. 캐나다는 45여년의 짧은 이민역사로 인해 동포 1세들의 주류사회 진출 기반은 아직 견고하지 못하지만 동포 대다수는 편의점, 세탁소, 식당 또는 부동산 중개인 등 자영업에 종사하며 비교적 안정적 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 해마다 1만 명 가량의 캐나다인이 원어민 영어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대체로 젊은 층으로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며 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캐나다 대사관에서는 이 같은 '친한파' 캐나다인들을 활용,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한국 방한 영어교사 모임의 공식 홈페이지 개설 지원을 비롯해서, 2007년부터는 이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송년의 밤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한국=경제·스포츠·문화 강국'
지난 2월 열렸던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로 온타리오 주 남부에 있는 온타리오 호수의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약 248만명으로 주변의 요크, 핼튼, 필, 덜햄 등의 주요 도시를 합친 광역 토론토(Greater Toronto Area, GTA) 인구는 약 550만명 규모다.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 강국이다. 이 때문에 캐나다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경제 강국 코리아'다. 하지만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이 경제 강국뿐만 아니라 스포츠 강국, 문화 강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5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으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단연 최고의 인기였다. 캐나다 문화홍보관으로서 벤쿠버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며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끝난 후 응원의 표시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스테이지에 곰인형을 던져 준 것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벤쿠버 올림픽은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도 큰 몫을 했다. 국립극장은 올림픽 당시 벤쿠버 현지에서 '춤, 춘향' 공연을 선보여 세계의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캐나다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활기 넘치는 토론토 시내의 모습, 토론토는 대표적인 다문화도시로 1945년 부터 다양한 민족들이 이주해 와 살고 있다. 토론토는 휴론(Huron)족의 언어로 '만남의 장소(Meeting Place)' 라는 의미다. 오대호와 인근한 지리적 이점으로 물류의 발달, 자동차 산업 등의 급속한 발전, 증권 거래소 설립 등이 이루어지면서 경제분야 캐나다 제1의 도시로 부상했다.
G20 의장국 한국,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영향력
벤쿠버 올림픽이 캐나다인들에게 한국은 경제·스포츠·문화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면, G20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지도자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는 G20 제4차 회의 의장국으로 차기 의장국인 한국에 대한 관심 역시 높다.
이번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홍보와 취재 지원을 위해 캐나다 공무원과 언론인을 만나는 일이 잦았는데, 그때마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의전 또한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언론 역시 우호적이었다.
이는 과거 해외에서 비슷한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며 느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필자는 홍보관으로서 지난 94년에 인도네시아에서 APEC 행사를, 95년과 96년에는 미국에서 UN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있으며, 지난해에는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제3차 회의 지원을 위해 파견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 모습. (사진 = G20서울 정상회의 공식홈페이지)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공식초청을 받아 국빈방문을 하거나 양자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 초청국으로부터 배려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G20과 같은 다자회의에서는 이와 같은 배려를 기대하기가 사실 어렵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캐나다 정부의 세심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국제 사회의 지도자 그룹으로서 부상한 대한민국의 영향력 덕분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G20의 일원이 되고 차기 G20 의장국이 된 것은 그에 걸맞은 경제력과 함께 외교적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G20은 국민 모두의 잔치,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주길
얼마 전 G20 본회의가 열리게 될 서울 강남 코엑스 인근 상가의 영업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3차 회의 당시 미국 피츠버그시 도심은 3일간 출입이 통제됐다. 피츠버그는 지형적으로 강으로 둘러 쌓여있는데 강을 건너는 다리를 기점으로 모든 상점 등이 문을 닫았다.
캐나다 토론토 역시 마찬가지다. 제4차 회의 장소인 토론토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act)에 위치한 메트로 컨벤션 센터(MCC) 주변 금융기가 및 상점들은 회의 기간 동안(3일)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 관련, 경호·경비구역은
① Red Zone(적색구역 : 정상숙소 및 행사장 지역, 완전통제, 3m 높이의 펜스 설치),
② Traffic Controlling Zone(교통 통제구역 : 보행자나 차량 정상 통행, VIP 차량 통과시 순간 통제),
③ Yellow Zone(황색 구역: 보행자는 통행이 가능하나 이 구역 거주자와 행사관계 차량 외 차량은 우회조치, 이 구역 거주자는 등록을 하고 출입카드를 발급받음)으로 나뉘었다.
또한 경비를 위해 회의장 주변을 높이 3미터가 넘는 펜스로 둘러쌓느라 도로 등이 통제되었고, 회의장 주변 거주자들의 경우 사전에 거주자등록을 하고 비표를 발급받아 회의 1주일 전부터는 이를 소지하고 다녀야 했다. 캐나다는 이번 정상회의 경비업무를 위해 약 1조 1500억원($1billion CAD) 규모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불만을 토로하는 캐나다 시민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토론토 시민들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서 개최하게 된 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도심에서 만난 켈리(Kelly)씨는 "이렇게 큰 행사를 내가 사는 도시에서 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며 "안보 등을 위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불편함은 있지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론토에서 투어가이드로 활동하는 데이브(Dave)씨 역시 "최근 G20 때문에 도심 어디를 가도 경찰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토론토에 경찰이 많아졌는데, 덕분에 관광객들은 언제 어디서건 치안 걱정 없이 관광을 할 수 있다(웃음)"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또 "최근 토론토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듯하다"며 "G20 관련된 내용도 많이 소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 시내 어디를 가든 경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차량 통제 등으로 인해 자전거, 오토바이, 심지어 말을 타고 도로를 활보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번 회의기간 동안 캐나다 연방경찰(RCMP) 및 온타리오경찰(OPP), 토론토·필지역 경찰로 구성된 통합보안팀이 활동하고 경찰 병력의 규모는 무려 5600여 명에 달했다.

박영국 주캐나다대사관 홍보공사참사관
G20 정상회의 본회의는 세계 각국에서 취재 기자들만 수천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번 제4차 G20 회의 취재를 위해서 한국에서도 70여명의 기자가 토론토에 왔다. 오는 11월 열리는 G20 서울 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3500여 명의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 기자들의 눈에 비친 G20 제5차 회의 개최국(한국), 개최도시(서울)의 이미지는 어떨까. 정부는 G20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격 높이기 캠페인' 등 국민이 함께하는 G20가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G20 회의 개최로 인해 인근 지역주민과 상인들은 잠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G20는 월드컵과 올림픽 같이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제행사이고, 우리는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잔치의 의장국이다. G20를 개최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잔치를 즐길 줄 아는 마음과 배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