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06.15
페르시아의 한류 열풍, 이 정도일 줄이야...
샬롬 (그대에게 평화를) ! 주이란 대사관 문화홍보관 김근호입니다.
이곳 이란에 나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이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도 같습니다.
페르시아의 영화(榮華)와 낭만(浪漫)을 가진 곳이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신정(神政)과 공화정이 양립하는 곳이라는 상반되고 중첩되는 이미지만을 염두에 두고 이곳에 왔는데, 이 단순한 두 가지가 이곳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못지않게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테헤란에 가서 근무한다는 것은 나름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1년이 넘는 지금도 불편함과 불만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도착하자마자 이란에서는 처음 열리는 '한국의 밤 행사(Korean Night in Iran)'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여기에 밤낮 없이 매달리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생소한 업무와 주위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코리아 스파클링 나이트(Korea Sparkling Night)로 한국 사랑은 더 커
'Korea Sparkling Night'은 숙명여대의 가야금 연주단 '숙명'과 국립남도국악원 연주단, 대장금 음식을 선보이는 요리사팀,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임원, 여행사 사장, 매일경제 등 관광기자로 구성된 관광투자조사단 등 40여명이 넘는 대표단이 찾아오는 대규모 문화이벤트였습니다. 그런 만큼 행사 기획부터 시작해서 장소 임대, 홍보 등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머리 전체를 가리는 히잡을 반드시 써야 하며, 여성의 독창이나 독주가 허용되지 않는 등 여성의 공연을 엄격히 제한하는 주재국의 공연 기준을 지키며 공연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설득과 확인이 필요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김영목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 한인회 모두가 하나가 되어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인 참여로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습니다. 600여명을 수용하는 만찬장은 1,000여명이 넘는 이란인들로 넘쳐났고, 우리 공연에 극찬을 보냈습니다. 이란인들의 한국 사랑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주몽'으로 가족 모두가 한국 사랑에 빠져
이란인들의 이런 한국 사랑은 이제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이곳 국영방송(IRBI)에서 방영된 '대장금'에 이어 '해신', '주몽' 등이 한국 드라마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된 전통 사극 드라마 외에 위성방송을 통해 '내 사랑 삼순이' 등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도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대개가 '가족 중심의 가치관', '화려한 복식과 배경', '유사한 역사적 배경' 등을 말합니다. 특히 역사적 배경의 경우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과 그 뒤를 이어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만든 다리우스 대왕 등이 고구려의 시조 '주몽'과 유리왕과 같이 역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성취한 것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가족중심의 가치관은 한류 국가 중에서 이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현상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여덟 살 먹은 초등학생부터 예순이 넘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국 팬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몽의 주연배우 송일국씨가 이란을 방문했을 때 그가 투숙한 호텔 주변은 삼삼오오 손을 잡고 그를 보기 위해 온 가족들로 북적였다.

특히 높은 구매력을 가진 중장년층이 주몽을 자신의 친구나 먼 친척으로 여기고 있고, 이는 주몽의 나라인 한국의 삼성, LG 등과 같은 한국 전자제품과 현대, 기아 등 한국차 구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과 LG는 60~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경우라고 합니다. 한국 사랑이 우리 브랜드에 대한 선호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에서는 이란인의 이런 한국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 우리 기업들과 함께 송일국씨의 이란 방문, 국립국악원의 테헤란 공연, 그리고 이란 국영방송 회장단의 한국 방문 지원, 테헤란 도서전 참여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 8월 주몽의 종영에 맞춰 준비된 송일국씨의 방문은 이란 전역을 '주몽' 열병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송일국씨의 기자회견장에는 100여개가 넘는 언론 매체가 참석하였고, 그가 가는 곳은 어디나 '주몽'을 보려고 온 사람들로 넘쳐 났습니다. 이에 놀란 송일국씨도 따뜻한 미소와 정성스런 친필 사인으로 화답하였습니다. 진정한 한류 배우의 면모를 보이며 이란인들을 또 다시 사로잡는 그의 모습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테헤란 도서전에 독도, 동해 코너 마련
해마다 5월이면 테헤란 시내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기념 모스크에서 10일간 열리는 테헤란 국제도서전은 1,200만 테헤란 인구의 3분의 1이 찾는 대규모 문화이벤트입니다. 각종 도서를 값싸고 손쉽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의 도서와 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대사관은 해마다 주제를 정해 한국 부스(Booth)를 마련해 왔습니다.

올해는 독도 및 동해 코너(Dokdo and East sea Corner)를 메인으로 정하였습니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에 대한 지명 표기(Naming)와 3개 도서에 대한 영유권으로 UAE 등 인근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어 이란 국민이면 누구나가 이에 대해 높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입니다. 실제로 코너 앞에서 독도 및 동해에 대해 설명하면 이란인들이 먼저 자기들도 '페르시아만' 표기로 이웃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 입장에 100% 공감한다고 말하였습니다.

독도 코너 외에 올해는 LG(주)의 협찬을 받아 이란 최초로 3D TV를 체험하는 코너도 마련하였습니다. 이를 체험한 이란인들은 역시 "한국의 기술은 최고" 라며 빠짐없이 값이 얼마인지를 문의하였습니다. 우리 문화와 함께 앞선 IT 기술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해외의 민원에 답하는 외국인 옴부즈만 제도 운영
도서전 한국 부스를 지키고 있으면 다양한 계층의 이란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 학습 방법은 물론 한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문의하는데, 수 많은 질문에 대답을 해 주다 보니,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들처럼 해외에서 한국에 대해 문의할 경우 답변을 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가 제기된 민원이나 질문에 대해 최대한 빨리 답을 해 주는 것인데, 이를 외국인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한국에 대한 그들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급상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선호하는 외국인의 궁금증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창구로도 작용할 것입니다. 'foreigner's Ombusman' 이라고 할까요. IT 강국으로서의 면모도 살릴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전시에 대한 기본적인 매뉴얼 만들고 활용해야
그런 반면 도서전을 2회째 준비하면서 아쉬운 것들도 많습니다. 도서전 부스를 디자인하고 꾸며야 하는데,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적으로 대사관에서 알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웃 부스인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그리고 터키 까지도 그 나라를 상징하는 디자인과 문구로 꾸며진 부스를 만듭니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항상 부스(Booth) 상단에 국기 이미지를 활용한 엠블렘을 만들어서 멀리서 봐도 스위스 부스가 있음을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으며, 프랑스는 3색으로 된 국기색을 활용한 패널을 기본 색깔로 해서 부스를 만듭니다.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해외 전시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전시규모가 크든 작든 장소에 맞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design 이나 layout, 상징물, 이미지 등을 모은 매뉴얼을 만들어 사용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Dynamic Korea 든 Korea Sparkling 이든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우리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Korea Sparking을 대체할 이미지에 대해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루 빨리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져 내년에는 자랑스럽게 붙여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 가지 보탠다면 관광대국인 스페인의 관광 로고는 스페인의 유명 화가 후안 미로(Huan Miro)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나 유명 광고대행업체가 아닌 자기 나라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진 자국의 유명 화가에게 이를 맡긴 스페인 정부의 발상이 신선했고, 그 이름에 걸맞게 독특한 관광 로고를 만들어낸 후안 미로의 상상력이 부러웠습니다.
한류 열풍을 '한국식 발전 모델'의 이식 계기로 삼아야
그러나 이런 아쉬움들은 앞으로 10여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지난 50여년 동안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해 왔고 이제 전 세계가 이를 인정하듯이 우리의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도 지금 압축적으로 지구촌 곳곳에 전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근호 주이란 대사관 문화홍보관
어쨌든 이란인들의 한국 사랑을 생각하면, 문화홍보관으로서의 역할에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주몽에 나온 한예진씨랑 결혼하고 싶어 자살한 사람이나 주몽을 보기 위해 너무 서둘러 가는 바람에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 얘기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 한국드라마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한국처럼 해야 한다는 '모델국가론'이 더 우세한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주몽의 종영으로 그 기세가 조금은 수그러진 한류 열풍도 지난달 국영방송에서 주몽2(바람의 나라)를 시작함에 따라 이번에는 '한국 열병'에 사로잡힐 것 같습니다. 주몽에 비친 전통적인 이미지와 함께 우리가 일궈낸 새로운 형태의 발전모델, 첨단 IT 기술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헤일리 모챠케람.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