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0.06.15
현직 태국 총리 딸, 마-프랑의 한류 사랑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7월은 '무더운 여름'의 이미지로 다가오지 만은 않는다. 수은주가 숫자 '35'를 오르내리지만 동남아 특유의 스콜이 한줄기 뿌리고 나면 숨막히던 대지의 열기도 잠시 잦아들고 짧은 순간이나마 청정하고 신선한 호흡을 만끽하게 한다.
태국의 명문 국립 출라롱콘 대학교가 '한국'을 주제로, '한국'을 소재로, '한국'을 말하고, '한국'을 생각하는 '한국의 날(완 까오리)' 행사를 개최하던 때는 하늘과 땅이 한줄기 감로수로 보시하던 2009년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예술학부 1학년생으로 교양 한국어를 전공강좌 만큼이나 열심히 챙기는 마-프랑은 '한국의 날'을 맞아 한복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외부 손님 안내를 맡은 그녀는 대학 1학년생답게 아직은 설고 앳된 얼굴이 복사꽃 마냥 더욱 상기되어 있었다.
다정다감한 아버지의 당부가 떠올랐다. "한국 대사님께서 학교 행사에 오시면 꼭 안부 전해드리고 정성껏 안내해 드리기 바란다." 아버지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완 까오리'에 참가하는 파랑에게 그 누구보다 중요하고 더욱 긴장되는 외빈은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고 동경하는 나라 한국의 대사님이다.
잠시 후 정해문 대사를 행사장으로 다소곳하게 안내하는 마-프랑은 21세기 태국 청년문화의 아이콘 '한류'의 열혈 매니아이다. 슈퍼주니어와 원더걸즈를 노래하고 외모와는 달리 간혹 친구들과 한국식당을 찾아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는 호탕한 그녀는 아피시트 웨차치와 현 태국 총리의 장녀이다.

지난해 7월 방콕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아피시트 웨차치와 현 태국 총리의 장녀인 마-프랑 양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외부 손님 안내를 맡았다.
태국의 '한류'
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한류'로 불리우는 우리문화가 인기와 관심을 얻은 지 어언 10여년 세월이 흐르고 있다. 태국의 문화평론가들은 태국 한류의 진원으로 2002년 월드컵과 2005년 대장금의 태국 전역 방영, 두 사건을 든다.
얼핏 국제스포츠제전과 방송 드라마 한편이 한류 확산의 주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 같지만 그 이면에 놓인 한국 사회의 응집력과 역동성, 한국 역사와 문화의 고매함에 대한 태국 국민의 동경과 지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태국의 주요 TV 방송사들은 선덕여왕 등 우리의 드라마와 영화를 꾸준하게 방영하고 있으며 K-POP 스타들의 공연 또한 여전히 최절정의 성황 속에 개최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한국어문학 등 한국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태국 내 21개 대학교에서 한국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그 중 16개 대학에서는 한국어문학을 학사과정 전공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게임소프트웨어 상품과 애니메이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만화와 소설을 대표로 하는 도서의 번역, 출판이 새로운 한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식과 한국 농산품이 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수 해전이다.
태국에서 한류는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한마디씩 하게 되는 '국민 화두'이다. 고마우면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나 생산지의 국민으로서 진지하고 겸손하게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는 문화현상이다.


김일환 주태국 문화홍보관
에필로그
2010년 5월 5일은 푸미폰 태국 국왕의 대관기념일이다. 83세 국왕의 대관을 축하하기 위해 아피시트 총리 내외가 주최한 만찬행사에 초대받은 정해문 대사 부부는 태국 총리의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기분 좋은 덕담을 들었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우리 딸 마-프랑이 얼마나 자랑을 하던 지 그 아이 덕분에 우리 부부도 한국 매니아가 다 되었습니다."
한 시간여 뒤 행사장을 떠나는 정 대사의 발걸음은 경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