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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대륙에 한국문화 꽃씨를 뿌리다

    검은 대륙에 한국문화 꽃씨를 뿌리다

    - 아프리카 대륙에 최초의 한국문화원 개원-설렘으로 1년 6개월 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왔던 한국문화원 개원식이 드디어 5월 24일 오후 5시 알하지 모하메드 사디크 아브바카 나이지리아 문화관광부장관을 비롯, 체육부장관, 상원외교위원장 등 정관계 주요인사와 각국대사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알하지 모하메드 사디크 아브바카 문화관광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 문화원이 있는데 한국과 나이지리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아시아의 먼 나라 한국이 서부아프리카 중심국인 나이지리아에 문화원을 개원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앞으로 두 나라는 활발한 문화교류를 통해 가까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체육부장관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한국대사배 서부아프리카 국제태권도대회가 나이지리아는 물론 서부아프리카 태권도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임체육부장관이 요청한 한국인 태권도사범 파견, 태권도 시범학교 지정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길 당부했다. 주재국 주요 인사들과 많은 외교관들의 환영속에 개원한 한국문화원은 수도 아부자 중심지역에 915㎡의 규모로 한국문화소개관, 영화상영관, 태권도교실, 한국어 강의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삼성전자 나이지리아법인에서 협찬한 20대의 대형 TV를 통해 한국에 관한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어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문화원은 한국어 강좌와 태권도교실을 운영하고 개원행사 일환으로 한국의 수연갤러리와 공동으로 유명 도자기 작가 10인 초대전(2010.5.24~2011.5.24), 수도 아부자 지역 20개 초등학교가 참여하는 한국문화 이미지 그리기 대회(4.16~6.15), 한국서예작품 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 나이지리아 국립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나이지리아 미술전'(5.31~6.12) ▲ 한국 공연팀 나이지리아 방문 공연(9.30) ▲ 나이지리아 수도부 문화센터 공연단 방한 공연(10월) ▲ 나이지리아 국영방송 NTA TV와 공동으로 '한·나 수교 30년 발자취' 제작 방영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문화와 현지문화가 어우러진 환타지문화원 개원식 다음날인 5월 25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아부자시 쉐라톤 호텔에서 10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남원민속국악원 공연팀, 비보이(라스트포원), K-tigers, wHOOL 등 4개팀 40명의 한국공연단과 나이지리아 국립공연단 20명이 함께한 2시간 동안의 공연으로 아부자시의 밤을 달구었다. 잔잔하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부채춤과 전통무용에 숨을 멈추고 정렬적인 비보이와 퓨전공연, K-tigers의 태권도 묘기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공연도 단조롭지만 힘 있는 공연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 공연 내내 관중과 공연단이 일체가 되어 공연장은 나이지리아인 특유의 열정과 함께 열광의 향연을 만들어 냈다. 공연 후반 나이지리아 국가와 전통가요를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고 이렇게 두나라 문화가 어우러진 환타지는 막을 내렸다. 아프리카 대륙 문화선점의 기회로 삼아야 나이지리아에서 한국문화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국경일 행사에 이어 국립남도국악원 공연이 수도 아부자의 쉐라톤호텔에서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돼 현지인들로부터 수준높고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관객들은 우리공연을 보고난 매년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게 되어 행복하다며 내년에도 공연단이 오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아직 문화적 유산을 가꾸어 나가는 여력이나 전문가도 부족하며 문화공연 시설도 열악한 실정이다. 나이지리아 또한 수도 아부자에 공연장이 없어 대개는 호텔을 빌려서 공연을 갖는다. 선진국 공연은 드물고 아프리카 댄스공연이 매년 2~3회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같은 여건에서 한국의 대형 공연을 본 현지인들의 감동은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중국 대사관 문화참사관이 두 번이나 한국문화원을 방문하고 우리 부부를 저녁에 초대까지 했다. 이유는 중국도 아프리카 지역에 문화원을 설립할 계획이며 나이지리아에는 내년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문화원 설립시 필요한 절차와 노하우를 알고 싶다며 한국문화원을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문화원은 문화원을 신설하려는 국가들의 모델이 될 것이고 문화외교 선점의 효과를 갖게 된 셈이다. 얼마전 중국 대사관 문화참사관이 두 차례나 한국문화원을 방문했으며 우리 부부를 저녁에 초대까지 했다. 중국도 나이지리아에 문화원을 내년에 설립하겠다며 필요한 노하우를 알고 싶다고 찾아온 것이다. 한국문화원은 문화원을 신설하려는 국가들의 모델이 될 것이고 문화외교 선점의 효과를 갖게 되리라 본다. 이러한 문화적 선점의 기회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나이지리아는 물론 서부아프리카 지역 국가와의 문화, 체육, 관광분야 교류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도로 연계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한국문화의 꽃씨가 뿌려졌다. 뿌려진 꽃씨를 싹 틔우고 어떻게 잘 가꾸어 갈 것인가가 과제다. 꽃씨가 잘 자라려면 그곳 토양에 잘 적응을 해야 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교류하며 미래를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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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대륙에 첫 한국문화원 개원

    아프리카 대륙에 첫 한국문화원 개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24일 아프리카의 정치ㆍ경제 중심국 나이지리아에 한국문화원을 개원하였다. 이날 개원식에는 알하지 모하메드 사디크 아브바카(Alhaji Mohammed Sadiq Abubakar) 나이지리아 문화관광부장관, 고케 아데고로에 수도부차관, 상원외교위원장, 박영국 나이지리아 주재 대한민국대사, 박민권 해외문화홍보원 기획관, 각국 대사, 국립미술관장, 수도부 미술센터소장 등 두 나라의 정ㆍ관계 및 문화예술계 주요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처음으로 개설된 주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은 수도인 아부자시 중심가의 915㎡ 규모 공간에 한국문화소개관, 미술전시관, 영화관, 태권도교실, 도서실, 한국어 강의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특히 PDP TV 20대와 DVD를 설치해 문화, 예술, 경제 등 다양한 한국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이미지 제고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였다.개원식 행사는 박영국 주나이지리아대사 환영사, 나이지리아 문화관광부장관의 축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축사순으로 진행되었다. 나이지리아 문화관광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정부가 아프리카대륙 처음으로 나이지리아에 한국문화원을 설치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고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민권 기획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이번 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 개원을 계기로 그 동안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이룩해 왔던 에너지자원 개발과 건설분야의 협력을 넘어서 양국간의 문화와 관광, 체육분야의 교류를 증진시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미술전시관에서 개최된 양국 주요인사 환영사 및 축사가 끝난 wHOOL팀의 꽹과리 와 피리소리에 맞추어 VIP인사들을 공연장으로 안내하여 공연장을 가득 매운채 공연이 시작되었다. 먼저 남원민속국립국악원의 태평무를 시작으로 소고춤 공연 후 라스트포원의 비보이공연이 이어지면서 많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어서 나이지리아 국립무용단의 공연에 이어 문화원 한국어강좌 수강생들의 '어머나' 노래가 관중을 매료시켰다. 공연장에서 공연이 끝난후 다시 wHOOL팀의 꽹과리 와 피리 소리를 따라 태권도 교실로 옮겨 K-Tigers의 태권도 묘기가 펼쳐 질 때마다 박수가 쏟아져 나와 에어컨이 가동되었는데도 열기가 가득했다. 또 K-Tigers와 비보이 협연후 태권도 교실 수강생의 태권도 시범이 이어졌다. 태권도 수강생 시범은 4살난 어린이부터 남녀 청소년과 장년에 나이지리아인이 아닌 외교관 수련생까지 포함하여 한국어로 구령을 붙치며 시범을 보일때마다 관중들은 코리아를 연발했다. 태권도 교실에서 행사 끝난후 미술관으로 다시 이동하여 VIP와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다음 1층으로 이동하여 현판식을 가졌다. 나이지리아문화원이 이름을 달게 된 것이다. 다시 도서실로 이동하여 한국음식으로 차린 리셉션이 복도, 강의실, 리셉션실을 가득 매운채 성대히 진행되었다. 이번 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개원식은 한 장소에서 행사가 개최되지 않고 각장소를 우리나라 정월 보름날 시골마을에서 풍악놀이처럼 길라잡이를 앞세워 이동하며 행사를 개최하여 문화원 구석구석을 소개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나이지리아 문화원은 개원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의 유명 도자기 작가 10인 초대전 개최, 현지 20개 초등학교가 참여하는 한국문화 이미지 그리기 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ㆍ나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나이지리아 국립미술관과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나이지리아 미술전' 개최(5.27~6.12), 한국 공연팀 나이지리아 방문 공연(9.30), 나이지리아 수도부 문화센터 공연단 방한 공연(10월), 나이지리아 국영방송 NTA TV와 공동으로 '한ㆍ나수교 30년 발자취' 제작 방영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문화원과 수도 아부자 대학에서의 한글강좌, 아부자 국제영화제, 대한민국대사배 서부아프리카 국제태권도대회, 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나이지리아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한국인 태권도 사범 초청, 겸임국인 시에라리온에서의 양국합동 영화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아프리카 지역 한국문화 소개의 거점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 각국과의 문화예술 교류 확대와 한류의 해외 진출 등 우리문화 해외 마케팅 전진기지로서의 핵심거점을 마련하기 위하여 해외문화원을 신설하고 있으며, 현재 16개소인 문화원을 금년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스페인 등 4개소를 신설하고 2011년 10개소, 2012년 7개소 등 지속적으로 문화원을 늘려 갈 계획이다. 주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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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빔밥 처음 먹어본 독일인 안야의 소감 세마디

    비빔밥 처음 먹어본 독일인 안야의 소감 세마디

    안야는 올해 31살에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올해 여름, 남자 친구와 함께 떠날 휴가지도 알아볼 겸 색다른 관광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겸 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장(ITB)를 찾았다고 합니다.베를린 국제관광박람회는 세계 190여 개국에서 1만 1천여 업체가 참가하며, 방문객수만 연인원 18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관광전문 박람회입니다. 관광 분야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실제체험을 통해 국가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치열한 홍보경쟁도 볼 만합니다.안야는 올해 관광박람회의 주빈국인 터키 전시관을 둘러본 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쪽 관광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아시아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열대 태양 아래 해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거야 말로 진정한 여름휴가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홍보책자를 훑어보고 기념품도 챙겨들던 안야는 마침 비빔밥 시연회가 열린다는 한국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료들을 뒤섞는 것을 보니 간단한 조리법만큼이나 그 맛도 단순해보였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느라 배도 고픈 참에, 돈을 내고 먹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공짜로 맛을 보라는 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었습니다."흥미롭다";"맛있다";"아쉽다"첫 숟갈은 "흥미롭다"였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맛있다"였고 마지막 숟갈은 "아쉽다"였습니다. 안야는 비빔밥의 맛에 흠뻑 반하고 말았습니다. 기본 재료를 단순하게 조리해서 기본적인 양념과 간단히 뒤섞었는데도 기존 재료와 다른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이 음식이 대한항공의 기내식으로 제공된다고 귀띔하자 비빔밥을 한번 더 맛보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음식 맛에 빠지자 이런저런 한국의 관광상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기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도 열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좋아보였습니다.한국관광상품 자료를 훑어보던 안야는 자신이 맛본 비빔밥을 정장차림의 말쑥한 독일인과 한국인이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시장 안내원이 안야의 궁금함을 눈치챘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독일인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며 한국인은 문태영 주독대사라고 설명해줍니다.비빔밥에 놀라고 한국의 개방성에 놀라고안야는 외국인에게도 주요 직책을 맡길 수 있는 한국인의 개방성이 놀라웠습니다. 상이한 재료들이 뒤섞여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처럼, 낯선 것들을 포용하고 조화시키는 것이 한국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게다가 한국사람과 독일사람이 함께 만든 비빔밥이라니, 서로 다른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비빔밥의 조리방식에 딱 들어맞는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안야는 과거 독일처럼 남과 북으로 나뉘어졌다는 점이나 요즘 경제적으로 좀 잘 나가는 나라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한국이 새삼 흥미로워졌습니다.베를린에서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을 묻는 안야에게 이곳저곳 한국음식점을 소개하던 끝에 손수 만들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마침 베를린 도심으로 막 이주해서 새로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음식과 관련된 전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한국음식에 대한 설명도 듣고 조리법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일러두었습니다. 안야는 꼭 한국문화원을 방문하겠다며 헤어졌지만, 곧 그녀의 혀가 버터맛에 뒤덮여 비빔밥의 맛을 잊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한국음식 전시기획은 어떻게 만들어졌나한국문화원의 한국음식 전시기획은 술자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문화원은 작년 12월 현재의 위치로 이주를 시작했지만 신임문화원장으로 부임한 2월 말에도 정식 개원식을 열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십 수 년의 세월이 쌓아올린 짐들을 옮기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도 힘에 부친 일인 데다가 새로 마련한 건물의 공간을 전시공간답게 재구성하는 것도 큰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개보수공사가 끝나고 전시공간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면으로만 보고 판단했던 것과 실제 공간 체험이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정식 개원식을 앞두고 전체적인 공간을 다시 한번 조정할 필요를 느꼈습니다.한국문화원이 새로 자리한 곳은 베를린 도심에서도 한가운데로 수많은 유동인구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에 로비로 이용하고자 했던 1층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문제는 어떤 기획을 갖고 무엇을 전시할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원 이전에 지친 직원들에게 전시기획에 대한 고민을 요구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 보였습니다.이런 고민 속에서 신임 문화원장으로 부임했다는 것을 핑계로 문화원 직원들과 '단합대회'를 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흔히 그렇듯 술자리가 흥해지면 아무래도 이런 저런 업무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기 마련입니다. 개원식에 대한 걱정과 1층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자, '무대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탓인지 평소 밉지 않는 튀는 옷차림과 행동으로 관심을 끌었던 직원이 주말 동안 자신이 전시기획안을 마련해보겠노라고 자진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술김의 약속도 약속이라고 못 박으면서도 이 직원의 호언장담을 '소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는 걸지 않았습니다.월요일 아침, 약속대로 그 직원은 문제의 '한국음식'에 대한 전시기획안을 갖고 왔습니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탓에 이틀 만에 전시기획안을 내놓는 순발력이 놀라웠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려는 꼼꼼한 기획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시기획안을 받아들이고 1층 공간구성에 대한 전권을 약속한 후에도 얼마나 잘 해낼까하는 걱정은 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신데렐라의 마녀와 같은 직원 재주 덕에 어엿한 전시공간으로화요일 아침, 작업 상황도 둘러볼 겸 일부러 1층 로비를 통해 사무실로 출근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말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룻밤 만에 1층 로비는 그야 말로 '특별전시장'으로 탈바꿈되어 있었습니다. 김치, 비빔밥 등 한국음식 사진과 한국음식을 맛본 독일인들의 소감 등이 1층 벽을 따라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밤 12시가 되면 모두 다 호박으로 변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룻밤 만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신데렐라의 마녀와 같은 재주를 가진 그 직원 역시 밤샘 작업으로 파김치가 돼있었지만 스스로도 대견하게 느끼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비록 아직까지 문화원을 찾는 손님들은 많지 않지만, 전자제품 양판점처럼 커다란 평면 TV 두 대만 덜렁 놓여있던 1층은 어엿한 전시공간이 되면서 행인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공간은 일종의 기획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번 한국음식 기획전시에서 얻어낸 효과는 또 있습니다. 자발적인 제안으로 실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다른 직원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놓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업무 개선 제안에서부터 진지한 조직운영 개선 제안까지 문화원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주독일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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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직 태국 총리 딸, 마-프랑의 한류 사랑

    현직 태국 총리 딸, 마-프랑의 한류 사랑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서 7월은 '무더운 여름'의 이미지로 다가오지 만은 않는다. 수은주가 숫자 '35'를 오르내리지만 동남아 특유의 스콜이 한줄기 뿌리고 나면 숨막히던 대지의 열기도 잠시 잦아들고 짧은 순간이나마 청정하고 신선한 호흡을 만끽하게 한다.태국의 명문 국립 출라롱콘 대학교가 '한국'을 주제로, '한국'을 소재로, '한국'을 말하고, '한국'을 생각하는 '한국의 날(완 까오리)' 행사를 개최하던 때는 하늘과 땅이 한줄기 감로수로 보시하던 2009년 7월의 어느 날이었다.예술학부 1학년생으로 교양 한국어를 전공강좌 만큼이나 열심히 챙기는 마-프랑은 '한국의 날'을 맞아 한복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외부 손님 안내를 맡은 그녀는 대학 1학년생답게 아직은 설고 앳된 얼굴이 복사꽃 마냥 더욱 상기되어 있었다.다정다감한 아버지의 당부가 떠올랐다. "한국 대사님께서 학교 행사에 오시면 꼭 안부 전해드리고 정성껏 안내해 드리기 바란다." 아버지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완 까오리'에 참가하는 파랑에게 그 누구보다 중요하고 더욱 긴장되는 외빈은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고 동경하는 나라 한국의 대사님이다.잠시 후 정해문 대사를 행사장으로 다소곳하게 안내하는 마-프랑은 21세기 태국 청년문화의 아이콘 '한류'의 열혈 매니아이다. 슈퍼주니어와 원더걸즈를 노래하고 외모와는 달리 간혹 친구들과 한국식당을 찾아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는 호탕한 그녀는 아피시트 웨차치와 현 태국 총리의 장녀이다.지난해 7월 방콕에서 열린 '한국의 날' 행사에서 아피시트 웨차치와 현 태국 총리의 장녀인 마-프랑 양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외부 손님 안내를 맡았다.태국의 '한류'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한류'로 불리우는 우리문화가 인기와 관심을 얻은 지 어언 10여년 세월이 흐르고 있다. 태국의 문화평론가들은 태국 한류의 진원으로 2002년 월드컵과 2005년 대장금의 태국 전역 방영, 두 사건을 든다.얼핏 국제스포츠제전과 방송 드라마 한편이 한류 확산의 주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 같지만 그 이면에 놓인 한국 사회의 응집력과 역동성, 한국 역사와 문화의 고매함에 대한 태국 국민의 동경과 지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현재 태국의 주요 TV 방송사들은 선덕여왕 등 우리의 드라마와 영화를 꾸준하게 방영하고 있으며 K-POP 스타들의 공연 또한 여전히 최절정의 성황 속에 개최되고 있다.이에 편승하여 한국어문학 등 한국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태국 내 21개 대학교에서 한국 관련 강좌가 개설되어 있으며 그 중 16개 대학에서는 한국어문학을 학사과정 전공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최근에는 한국산 게임소프트웨어 상품과 애니메이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만화와 소설을 대표로 하는 도서의 번역, 출판이 새로운 한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식과 한국 농산품이 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수 해전이다.태국에서 한류는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한마디씩 하게 되는 '국민 화두'이다. 고마우면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나 생산지의 국민으로서 진지하고 겸손하게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는 문화현상이다.김일환 주태국 문화홍보관에필로그2010년 5월 5일은 푸미폰 태국 국왕의 대관기념일이다. 83세 국왕의 대관을 축하하기 위해 아피시트 총리 내외가 주최한 만찬행사에 초대받은 정해문 대사 부부는 태국 총리의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기분 좋은 덕담을 들었다."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우리 딸 마-프랑이 얼마나 자랑을 하던 지 그 아이 덕분에 우리 부부도 한국 매니아가 다 되었습니다."한 시간여 뒤 행사장을 떠나는 정 대사의 발걸음은 경쾌했다. 주태국 문화홍보관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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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홍보관으로 LA에서 겪은 장면 10

    문화홍보관으로 LA에서 겪은 장면 10

    "Last year's Korean Cultural Day was one of the most memorable events we have had in years in Cedar City and many of our residents still talk about it with excitement…"아직도 주민들이 작년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꼭 와달라는 유타주 Cedar City의 Joe Burgess 시장의 편지가 얼마전 LA 한국문화원에 도착했습니다. 또 이어서 시장들간에 이야기가 있었던지 네바다주의 Henderson City의 Andy Hafen 시장도 극장과 숙박을 모두 제공할테니 Cedar City 오가는 길에 자기 시에도 들러 한국문화 공연을 해달라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런게 문화홍보관의 보람입니다.문득, LA에 부임한 지 한 달만인 작년 9월에 있었던 유타에서의 공연과 그때의 감동과 보람이 되살아나면서 마치 슬라이드쇼처럼 지난 몇 개월간의 몇몇 장면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납니다. # Scene1 : Cedar City 문화홍보활동LA,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교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한국음식, 한국공연 등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내륙에 들어가고, 교민들이 많이 없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미국땅의 내륙으로 들어가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엽니다. 작년 가을, 네바다주 사막을 가로질러 대형버스를 함께 타고 온 전통무용단과 현대무용가, LA에서 활동중인 국악공연단은 유타주의 페스티벌로 유명한 도시 Cedar City의 Heritage Theater 무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지 7년이 되었다는 이 극장은 좌석이 1,100석인데 아직 한번도 만석이 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 걱정하면서 리허설 중인 공연단과 한복패션쇼 모델로 나선 이곳 고등학교 학생들을 지도하는 문화원 직원과 한식을 준비 중인 자원봉사자들을 뒤로 하고, 저는 저의 개막연설을 한 모퉁이에서 연습을 합니다. 행사 시작 무렵 이미 객석은 꽉 찼고, 극장 밖에도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아, 그 감동이란! 잡채, 불고기, 김치, 떡을 너무나 맛있게 먹고 저희들이 준비해 간 한국소개 자료를 유심히 보는 사람들을 봅니다. 시장이 저를 인사시킵니다. 저는 오늘 공연을 소개하고 이곳 주민들에 대한 감사를 전달합니다. 아, 이 사람들의 반응이란! 이곳에서 공연하는 기쁨과 감사를 전하는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정말 열렬한 호응과 반응을 보여주었고, 시장은 무대 뒤에서 저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관객들은 국악, 무용의 장면마다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한복패션쇼는 비록 그곳 상공회의소 회장과 고등학생들이 모델로 나선 아마추어의 그것이었지만, 그들은 즐겼고, 한국을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참전용사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요.공연을 마치고, 입구에서 그곳 주민들과 인사를 합니다. 한국을 이 만큼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떠나갑니다. 텅 빈 극장에서 정리를 하면서 공연단과 행정지원을 한 우리들은 마치 국가대표가 되어 메달을 딴 것처럼 뭔지 모를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이 느낌! 보람이라는 말도 포함하는 이 느낌을 찾아 앞으로 계속 일해 나갈 것을 예감하기도 합니다. # Scene2 : LACMA 한국관문화원이 위치한 곳은 Miracle Mile이라고 불리는 Museum Row입니다. 이곳에서 넉넉히 15분만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서부 최대의 뮤지움인 LA County Museum of Arts가 있습니다. 이곳에 한국관이 번듯하게 들어섰습니다. 몇년전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 한국관을 보고 무척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LACMA에 한국관이 크고 잘 정돈된 형태로 단장을 해서 재개관을 했습니다. 작년 국보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이곳에 전시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얼마전 르누와르 전이 LACMA에서 있었고,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재개관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국관을 찾는다는 것은 담당 큐레이터로부터 들었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하고 조심스레 한국관에도 가보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외국인들이 그곳을 천천히 관람하고 있습니다.규모가 있고 체계적으로 잘 전시된 한국의 유물들을 현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문화홍보에 있어 아주 큰 힘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문화원도 좋지만 보다 효과가 있으려면, 이곳의 LACMA, Getty Museum, MOCA (현대미술관) 같이 주류사회의 대형 박물관, 미술관을 통해 한국관련 전시를 자주 개최할 수 있도록 교섭을 하고,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Scene3 : 산타모니카 할로윈 거리공연 원장님은 문화원으로 사람을 불러모으는 홍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자고 하십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리궁싯 저리궁싯 하는데, 작년 할로윈을 앞두고 문화원 직원중 한명이 "할로윈인데 우리도 탈 쓰고 한번 놀아볼까요?"라고 제안합니다. Why not? 그 날로 할로윈때 탈 쓰고 현지인들 축제 때 자연스레 어울려 우리도 한번 놀아볼 작전을 짭니다. 장소는 한국의 대학로와 같은 곳인 산타모니카 3가의 프로미네이드라는 곳으로 하고, 시청에 거리공연 permit을 신청합니다. 공연자를 구하고, 콘텐츠진흥원에 이야기해서 뿌까 대형인형도 준비를 합니다. 할로윈날 현장에서 '이게 되려나, 혹 개망신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조건 프로미네이드 거리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꽹과리를 한번 울려봅니다. 탈을 뒤집어쓴 무용단원들이 얼쑤 하면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춥니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빙 둘러섭니다. 이제 한 마당을 펼치기에 충분합니다. 10분정도 공연하니 레파토리가 떨어집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고 다시 제 갈 길을 갑니다.잠시 쉬는 공연단에게 보여줄게 더 없냐고 묻습니다. 좀 더 길게 해보라고 합니다. 다시 공연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다시 모여듭니다. 새로운 관객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외국인 아주머니가 탈춤 추는 사람들 뒤에 서서 따라 춤을 춥니다. 공연단은 정해진 레파토리는 끝났지만, 문화원 부원장이 "좀더 좀더" 하면서 째려보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각자의 개인기를 선보입니다. 반응이 좋습니다.공연팀은 몇번씩이고 같은 공연을 되풀이 합니다. 허가 받은 공연시간을 다 채우고, 뭔가 가능성을 발견한 느낌에 설레입니다. 적절한 계기에 거리에 나가서 공연을 하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접촉할 기회를 주는데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외국사람들 문화원으로 불러모으는 것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꽹과리 한번 치면 빙 둘러서는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다음 할로윈 때도 더 준비를 잘해서 여기에 오고, 헐리우드나 베블리 힐스 로데오거리에서도 계기만 되면 한번 놀아볼 참입니다. # Scene4 : 문화산업…계속 부딪쳐 봅니다지난 연말 노신사 한 분이 문화원을 찾아오셨습니다. 그 분은 LA에서 한국영화제를 부산영화제처럼 키워보시겠다면서 제대로 된 영화제를 한번 해보겠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노신사는 영화판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정창화 감독이었습니다. 그 분과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 분이 일찍이 홍콩에 진출했었고, 헐리웃에도 이미 그의 영화가 개봉되어 큰 인기를 얻은 감독이었고, 임권택 감독과 오우삼 감독을 수십년 전에 데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LA 인근에서는 소규모 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상영하는 경우가 가끔 있고, 문화원에서 그 상영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한국영화제를 해 보고 싶다는 아쉬움은 제게도 있었습니다. 정 감독의 소망은 이제 저에게도 같은 것이 되었습니다. 영화제는 우여곡절 끝에 올 3월 개최되었고, 성대한 개막식이 헐리우드 한복판 이집션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성공적이었던 개막식과는 달리 영화제 기간 내내 흥행은 그리 잘 되지 않았지요. 그러고 보면 부산영화제 때 극장을 가득 메우는 부산시민들이야 말로 부산영화제 성공의 가장 큰 공로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 영화제 기간내 진행상황 등등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영화판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도 좀 더 이해하게 되었구요. '우여곡절이란 보다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소설 바리데기에서 말하던데 정말 우여곡절을 겪고 나니 다음에는 더 잘 준비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LA에는 Hollywood가 있습니다. 전세계 문화산업의 중심지가 있는 곳에서 문화원을 운영하다보니, 헐리우드와 관계된 어떤 실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좀 있습니다. 그러나 8개월째를 보내고 있는 지금도 그곳의 문은 두텁고, 높습니다. 문화원장을 필두로 콘텐츠진흥원 LA지사, 영진위 LA사무소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화산업 관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현재 주안점을 두는 것은 Networking과 Location유치입니다. 헐리웃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작자, 감독, 작가, 배우 등 Korean-American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Dari Award라는 상을 제정해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산업을 연결하는데 기여한 개인과 업체를 시상하고, 이 사람들을 지한파, 친한파로 육성해 나가거나 세계최대 영화판매 시장인 AFM (American Film Market) 행사장 바로 옆에서 Korean Film Night 행사를 개최해서 사람들을 서로 소개한다든지 하는 Networking에 일단 힘을 쓰고 있습니다. # Scene5 : 타깃 그룹을 집중 공략하다그제 아침 저는 문화원 3층 아리홀 객석에 초등학생들과 함께 앉았습니다. 문화원에는 거의 매일 미국 초중고생의 필드트립이 있습니다. LA 한국문화원의 가장 큰 사업 중의 하나가 이 학생들 대상 필드트립입니다. 연간 150개 학교에서 8000여명이 참가하고 있는 이 행사는 앞으로 문화소비자가 될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Rick Philips가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생각보다 적습니다. 40여명의 학생 중 겨우 두 사람만 손을 듭니다. 다 알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 그외에도 태권도, 김치가 답인 쉬운 질문을 하지만 제대로 답을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Rick은 저에게 어떤 학교는 한국에 대해 아는 학생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잘 모른다면서 미안해 합니다. 웬걸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소중한 것이지요. Rick은 우선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와 간단한 인사말을 가르쳐 줍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담은 Image of Korea라는 13분짜리 영문 홍보영상을 틀어줍니다. 아이들은 메모도 하고, 유심히 새로운 나라에 대한 정보를 듣습니다. 아마도 숙제로 뭔가를 써서 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아이들을 따라 2층의 전시장에 전시된 미술품 구경도 하고, 1층으로 내려갑니다. 1층은 상설전시장으로 작은 박물관입니다. Rick은 한국의 지도도 설명하고, 한국의 의식주에 대해서 설명을 해줍니다. 한참을 이곳에서 머문 아이들은 옆집인 Korea Center 1층 전시실로 이동합니다. 이곳은 한국 문화산업을 보여줍니다. VFX기술, 영화도 인기지만 뿌까나 마시메로 등 만화캐릭터를 전시한 것과 한국의 게임이 가장 인기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것들이 모두 한국산이라는 것에 놀랍니다. Rick은 아이들에게 거북선이나 왕관 같은 기념품을 나눠주고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을 가르쳐 줍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웃으며 재잘거립니다. 아이들 말고도 문화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두 성인그룹을 대상으로 한국 역사문화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미국 공립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희들의 주 타겟그룹입니다. 선생님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주고, 직접 체험하게 합니다. 올 1월에 두번 했고, 이번 여름방학때도 3-4일간 할 예정입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또 한 그룹은 LAPD(LA경찰)입니다. 한인타운을 관장하는 이들은 한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좀 많이 알려주고 싶어서 이 행사를 하는데 LAPD에서도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경찰들에게 한국문화, 역사, 이민사 등을 알려주고, 조그만 카드를 나눠줍니다. 그 카드에는 경찰이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사람을 대할 때 한국말로 전달해야할 기본적인 내용 몇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효과가 좋아서 교육에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LAPD 전체에도 나눠줬습니다. # Scene6 : 세종학당세종학당 학생들도 휘리릭 지나가는 기억의 한 단면입니다. 문화원에서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무척 인기가 좋습니다. 수강신청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이 학생들과 함께 연말에는 한국노래자랑 대회를 열었고 올 정월대보름 행사때는 제기차기, 윷놀이도 같이 했었습니다. 제기차기를 신기하게도 좋아하더군요.이곳의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한국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국이 좋아서, 이곳에서 한국인들과 대화하기 위해, 한류 음악, 드라마 때문에 배우러 오는 사람들입니다. 미국인들이 한국말을 배우면서 함께 문화를 배우는 이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룹이라는 점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객집단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관리를 잘해줘야할 그룹입니다. 지금도 있는 세종학당 출신 한류매니아들인 "한류서퍼"를 좀 더 키워봐야겠습니다. # Scene7 김치, 소주, 막걸리지난 3월에는 한덕수 주미대사님이 FTA 비준 홍보를 위해 LA에 오신 참에 헐리우드 문화산업 관계자들과 만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만찬참가자들이 원해서 한식당에 모였습니다. 와인을 할 지 여부를 물어보니 Hollywood Report 발행인인 Eric Mika가 한식에는 당연히 소주를 마셔야 한다면서 소주를 주문합니다.또한 요즘 한국 막걸리도 맛있으니 먹어보자는 말에 모두 찬성. 문화산업과 관계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동시에 소주와 막걸리도 오락 가락 합니다. 이 장면은 이제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소주와 갈비, 김치를 알고 즐기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문화원에서는 지난해에 한식시식회, 한식세계화를 위한 한식당 종업원, 주방장, 주인 워크샵 등을 개최한 바 있고 각종 문화원의 전시나 공연 리셉션시 한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마전LAPD 워크샵 때 그동안 제공하던 도시락을 비빔밥으로 한번 바꿔 봤습니다. 그 인기는 대단했고, 그 다음 워크샵 때는 비빔밥을 먹으러 한번 더 참가한 경찰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5일에는 김치와 관련한 재밌는 행사를 하나 개최합니다. 이곳의 한인 영화감독 한 분이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지는 뽀빠이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 "김치워리어"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계속 올리고 있고, 제법 인기가 있습니다. 김치를 먹고 힘을 내 태권도를 주 무기로 삼는 이 히어로를 한번 키워보고 싶습니다. 아직 먼길일지 모르지만 문화원에서 이 김치워리어 스크리닝 행사를 합니다. 감독은 이 동영상을 바탕으로 실사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One Source Multi Use 계획을 그날 발표하고 투자를 받고자 합니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김치와 태권도 홍보에 이만한 영향력을 가진 것도 없을 겁니다. 지금은 성공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 부딪쳐 보기로 합니다. 관계자들을 초청했는데 벌써 150명 이상이 RSVP를 보내왔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것이 일조일석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 코리아타운 한식당과 aT센터, 문화원 등 각 기관이 하는 노력들이 하나 하나 쌓이고 쌓이면 언제고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믿습니다. 그만큼 우리 음식은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Scene8 문화홍보 + 국정홍보문화홍보관에게 주어진 또 다른 일은 국정홍보입니다. 문화홍보를 잘하면 그 자체가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일로 이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문화홍보 외에도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만한 일은 또 찾아서 해야합니다. 최근에 몇가지 일을 한번 시도해 봤습니다. LA의 한 환경단체와 LA시의회에서 청계천 복구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LA강 복구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친환경적인 강복구 성공사례인 청계천 복구팀에 상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런 기회를 그냥 흘릴 수는 없죠. 이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더니 4대강 팀도 함께 초청하고 싶어합니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팀과 국토해양부의 4대강팀이 LA에 왔습니다. LA River에서 환경단체, 미국언론과 한국언론, LA시의원과 롱비치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청계천물과 LA강물의 합수식을 진행했습니다.그리고 한국문화원과 LA시청에서 환경단체 관계자 및 시청관계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청계천사업과 4대강사업에 대한 설명과 진지한 질의응답을 하였습니다. LA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청계천팀이 대상을 받고, 4대강팀이 다시 한번 그곳을 가득 메운 주류인사들에게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지요. 또 이명박정부 출범 3년을 맞이해서 UCLA와 함께 "Contemporary Korea"라는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는데, 한국의 현대사가 다소간의 아쉬운 점이 있지만 '발전의 역사'였다는 점을 집중 조명하고, 특히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과 G-20유치 등 국격을 높여가는 모습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다만, 현지언론에서는 잘 받아주지 않았지요. 이곳 현지언론들은 서울에 있는 자기네 특파원이 쓰는 기사가 아니면 왠만해서는 한국관련 기사를 잘 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호적인 관계를 좀 맺으려고 해도 잘 만나주지 않고, 만나서 밥을 같이 먹어도 규정상 밥값을 꼭 자기들이 내야한다면서 밥빚을 질 생각도 안하더군요. 깍쟁이 같기도 하고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헐리우드처럼 언론계도 벽이 높고,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역시 헐리우드처럼 계속 부딪치면서 한 뼘씩 올라가고 있습니다.#Scene9 : 문화원 건물 외벽 재단장문화원이라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자산입니다. 이곳에서 각종 전시, 공연, 상영, 세미나가 열리고 한국문화 접촉의 산실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건물의 앞벽은 중세식의 양각이 두드러지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보였지만, 주차장면의 뒷벽은 그냥 회색빛의 우중충한 채로 있었습니다. 문화원 측면의 한국문화나 한류를 알리는 대형포스터를 최신버전으로 교체하고, 문화원 주차장면 뒷벽 - 사람들은 이곳으로 출입합니다 -을 한국적인 어떤 문양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했지요. 그래서 짜자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공사이후 문화원을 찾는 사람들이 문화원이 너무 예쁘게 바뀌었다고 말해줄 때,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문화원 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을 볼 때 공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산뜻한 이곳으로 들어갈 때 더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까요.# Scene10 : 사람에게서 기회를 찾는 열린 문화원문화부 출신이 아니면서 문화원에 와서 일을 하기 때문에 원장님으로부터 처음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지만, 가장 큰 가르침은 아마도 열린 자세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막상 일을 하다보면 작년에 계획한 사업만 집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수요와 요구가 있습니다. 문화원에는 많은 분들이 나름의 사업계획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문화원에서는 만나자는 분들은 외국인이든, 교포든 모두 만나주고, 무슨 말씀을 하는 지 진정성을 가지고 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이 분들이 가지고 오는 계획들은 우리가 일부러라도 찾아서 만들어야 하는 사업들이기도 합니다. 기존의 계획된 사업들을 집행하면서, 새로운 사람에게서 기회가 있으면,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업들이 얼마전 개최한 Korea-Japan Festival, LA 한국영화제, 청계천 및 4대강 홍보, 입양아 단체 초청 한국문화 홍보, 한국 퓨전국악팀 공연, 6.25 60주년 기념전시 등입니다. Korea-Japan Festival은 한국과 일본커뮤니티에 모두 관계하시는 분의 제안으로 일본문화원과 함께 공동개최한 행사입니다. 양국간의 영화, 공연, 음식을 교류하고, 양국의 고객집단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상호간의 이해를 증진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산상의 제약이나 기획의도가 문화원에서 할 일과 맞지 않아서 찾아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그분들 중에는 문화원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비난을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진심으로 듣고, 소상하게 사정을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해 주시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돈이 없어서 하지못한 Beverly Hills Fashion Week나 LA Book Festival의 세계문화 공연 프로그램은 반드시 내년에는 하고 싶은 일들입니다. 주LA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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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의 다원주의, 톨레도에서 배우다

    문화의 다원주의, 톨레도에서 배우다

    마드리드에서 남쪽으로 80km, 차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톨레도(Toledo)라는 옛 고도가 있다. 타호강을 옆에 끼고 언덕 위에 세워진 이 아름다운 도시는 한마디로 말해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하나의 박물관이다.이곳에는 아랍인들이 세웠던 성, 그들이 살았던 아랍풍의 아름다운 집들, 기독교 대성당, 교회들, 유태인 회당, 유태인들이 몰려서 살았던 거주지, 각종 역사적 건축물, 골목길, 그림, 조각 등등이 곳곳에 즐비하다.일찍이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족 왕국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었고, 그 뒤를 이어 이슬람왕국이 300년 넘게 이곳을 중심으로 문화의 꽃을 피웠다. 서기 1085년 기독교 왕국이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면서 지금의 도시가 이곳에 형성됐다. 톨레도는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고트족, 아랍, 기독교, 그리고 유대 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진 다문화 도시다. 이런 다양한 문화유산으로 톨레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최고의 관광지이자, 우리로 하여금 문화의 다원성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체험토록 해주는 생생한 장소다. 우리들은 이슬람 세력이 물경 8세기간 스페인 전역을 지배했던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시 이슬람 세력은 스페인 북부 일부를 제외한 모든 전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아랍은 스페인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그가 기독교인이거나 유대인이거나 상관없이)에게 개방정책을 썼고 배척이 아닌 포용을 통해서 그들을 지배했었다.제7회 런던한국영화제 트레일러 영상지금이야 이슬람인과 기독교인, 이슬람인과 유태인들은 앙숙이지만 당시의 스페인은 이 세 문화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곳이었다. 아랍 세계는 기독교에 관용적인 정책을 펼쳤고, 심지어 유태인들까지도 포용하여 그들을 박멸하기는커녕, 그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책 또는 글자를 숭상하는 민족이라고 간주하여 존중했다. 당시의 이슬람 사원에서 오전에 아랍인이 예배를 보고, 오후에 기독교인들이 예배를 보는 것은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유태인들 역시 그들의 회당(시너고그)에서 자신들의 예배를 볼 수 있었다. 아랍 남자들은 기독교 백인여성들의 좋은 신랑감이었고 유태인 학자들은 이 세상에서 대해서 아랍 철학자들과 토론하고 함께 고민했다. 관용이나 개방은 아랍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기독교 왕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훗날 1492년, 기독교 왕국이 이슬람세력을 완전히 밀어내고 스페인에 피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순혈주의와 정통 기독교 사상이 지배적인 이념으로 등장하고, 그것으로 아랍인과 유대인이 박해받고 추방당하기 전까지 스페인 기독교 왕국에서도 문화의 다원주의 정신은 존재했다. 스페인에는 우리나라의 세종대왕에 비견할만한 알폰소 10세(1221년~1284년)라는 현왕이 있었다. 그는 코란이나 유대교 최고의 경전 탈무드, 유태 신비주의 사상인 카발라, 멀리 인도 동화까지 유태인, 아랍인 철학자, 사상가들을 동원하여 번역시켰고, 유태인 지식인들의 도움을 받아 법, 사상, 역사가 망라된 종합 대전을 쓰기도 했다. 우리가 서구인들의 놀이로 알고 있는 체스(실은 아랍인들의 놀이지만)에 관한 책이 서구 최초로 나온 것도 바로 이 때다.당시 스페인 남부의 코르도바는 사라센 제국의 바그다드와 더불어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였다. 지금이야 이슬람 문명이 많이 왜곡되어 있고 무시되고 있지만 당시 스페인의 이슬람은 대수학을 발명했으며, 아라비아 숫자는 로마숫자를 대체했었다. 종이가 유럽에 소개된 것도 이 무렵이다. 동시에 이슬람 문명은 그리스 철학이나 로마법을 배우고 수용했으며 멀리 비잔틴, 페르시아의 예술을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유대교나 기독교의 신학, 교리들을 공부하고 토론하고 논의했다. 코르도바를 통해서 아랍문화는 북유럽으로 전해졌고, 또 아랍의 스페인을 통해서 유럽세계는 그리스 고전이나 철학을 새로이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랍어를 알았을 리 만무한 유럽세계가 어떻게 해서 아랍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서구문명의 한 축인 그리스 고전들은 어떻게 해서 유럽에 전해졌을까? 톨레도는 이미 아랍의 지배를 받았을 때도 학문의 중심지로로 유명했었다. 그러다가 1085년, 기독교 세력이 아랍세력을 쫓아내고 기독교 왕국을 세우면서 기존의 아랍, 유대문화의 기반위에 기독교 문화까지 합쳐지면서 이곳은 말 그대로 유럽 최대의 문화, 학문의 중심지가 된다. 그러면서 아랍세계가 이룩한 학문세계에 더하여 유럽에서 잊혀졌던 그리스 고전의 재발견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톨레도 번역자 학교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인문주의의 황금기인 르네상스를 일구게한 힘은그리스 고전들이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번역된 것은 아니다. 이미 바드다드에서는 수많은 그리스 고전들이 아랍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프랑스의 툴루즈, 마르세이유, 그리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팜플로나, 세고비아 등에서도 라틴어 번역이 성행했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그 중심지는 톨레도 번역자 학교였다.당시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은 최고의 학문을 자랑하던 톨레도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교도가 지배하는 이슬람 왕국에는 갈 수 없다가, 톨레도가 기독교 왕국에 의해 재정복되자 12세기 플랑드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의 많은 학자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그들은 유럽에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수많은 아랍 책들, 고전들을 그곳에서 발견했다. 그들은 바로 이 번역자 학교에서 모여서 아랍어로 이미 번역된 그리스 고전들을 라틴어로 열심히 번역했다. 그렇게 해서 그리스 철학 및 아랍의 과학, 의학, 천문학, 문학 철학 등이 톨레도를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같은 철학서, 로마 최고의 의학서라는 갈레누스의 저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서구 천문학의 바탕을 이루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체학(Almagest), 유클리드의 기하학, 아르키메데스의 원주율 계산법 등 수학서, 그리고 코란, 아라비안나이트, 신드밧의 모험 등 문학작품들도 라틴어로 번역되어 서구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당시 톨레도 번역자 학교에는 아랍 저작물뿐만 아니라 히브리어로 된 저서도 많았고, 그것들 역시 라틴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유감스럽지만 지금 톨레도 번역자 학교의 건물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이 학교가 구현하던 지적탐구와 문화교류의 정신은 하나의 상징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기독교 중심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로 인해 분쟁, 폭력, 테러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이슬람 문명이 오늘날의 세계가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슬람 문명의 개방성 및 공존의 정신과 문화적 창조의 힘이 바탕이 되어 그리스·로마 고전 문화를 보존·계승하였으며 이것을 통해 중세의 암흑시대를 벗어나 인문주의의 황금기인 르네상스를 일구게 되었다는 것이다.아울러, 이와 같은 이슬람 문명을 바탕으로 한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많은 이민족과의 혼합, 융합을 통해 다민족, 다문화를 이룩했고 작금의 세계적인 문화추세인 퓨전(Fusion), 또는 문화의 융합주의를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실천하고 경험한 나라다. 이런 점에서 스페인이 현재 기독교, 이슬람 문화권의 상호 이해 증진과 협력을 위한 "문명간 연대"라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쉽게 이해가는 일이다. 폐쇄가 아닌 개방, 배척이 아닌 포용의 정신 지향해야교통수단 및 인터넷 등 정보수단의 발달로 세계는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사람의 이동은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하게 되었다. 한국도 이전의 폐쇄된 사회를 벗어나 여러 다양한 인종,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들어와 일하고 삶을 꾸리고 터전을 잡는 다민족사회,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아직도 폐쇄된 사회에 머물러 있어 실제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들에게 차별, 폭력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문화와의 소통과 융합을 통한 창조적 발전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두말할 것도 없이 폐쇄가 아닌 개방, 그리고 배척이 아닌 포용의 정신이다. 만약 우리가 스페인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리나라 속에 있는 타 문화나 이주민에 대한 개방과 관용의 관점이 아닐까? 주스페인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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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의 초원길’에 한국문화를 심다

    ‘황금의 초원길’에 한국문화를 심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중국 그리고 남으로는 우즈벡,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서쪽 국경은 카스피해에 연하고 있어 바다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이란과 연결된다. 실크로드의 북쪽 루트인 카자흐스탄 서북쪽의 우랄스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다. 서기 751년 고구려출신 고선지 장군이 원정한 사라센제국과 동서양의 패권을 다툰 탈라스 전투의 무대가 이 곳으로 전략적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에 외부 문화에 대한 카자흐민족의 개방성이 더하여져 카자흐스탄은 동서를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카자흐스탄은 광활한 대초원의 나라다. 초원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북방 유목민족들이 알타이 산 황금을 서쪽 그리스로 나르던 '황금의 초원길'이다. 오늘날에는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들을 운반하는 또다른 '황금의 초원길'이 됐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이 나라의 면적은 270만㎢로 한반도의 12배이며, 세계 아홉번째로 크다. 동서 길이가 3,000km나 되는 대초원 땅 속에는 322억 배럴의 원유(세계 7위)와 텅스텐(2위), 크롬(2위), 망간(3위) 등이 매장돼 있는 자원부국이다.광활한 국토에 비해 인구는 우리나라의 3분의 1인 1천5백만여명 밖에 안된다.카자흐스탄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 국민의 의욕 넘치는 개발의지와 누르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합쳐져 해마다 1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1992년 1월 우리나라와 국교를 맺은 이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원, 건설, 산업·금융 등 각 분야에서 공동협력하고 있다.올해 3월4일 이 나라의 수도 아스타나에 한국문화원이 문을 열었다. 한국문화원 개원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도 문화원을 개설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험이나 다름없는 도전이었다.유라시아 대륙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이 나라에 한류센터를 마련하여 영화와 드라마, 음악,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전파하고 유구한 전통을 지닌 이곳 문화와 소통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무한한 잠재력과 한국이 거둔 경제적, 문화적 발전은 다가올 미래에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문화원 설치는 지난 2009년 7월 아스타나 중심지에 문화원 건물을 임차하고 디자인 설계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문화원 디자인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최첨단 IT 생활문화와 접목,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화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입구에서부터 세계 IT 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우리의 최첨단 기술에 공감하고 체험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과연 이와 같은 컨셉의 디자인을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할 것이며 주어진 시간내에 완공할 것인지 우려가 앞섰다. 문화원 설치 배경을 이해하고 한류문화 전파에 열정을 가진 분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다행히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문화원 신설에 동참해 줄 디자인 업체와 시공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문화원으로서는 큰 행운이었다.참여 업체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집중하여 공사를 6개월만에 마치고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 문을 연 한국문화원은 양국 국민들의 문화 예술 교류의 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가장 최첨단 시설을 갖춘 문화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얼마전 개최된 문화원 개원 기념공연에서는 우리 가야금과 카자흐 전통악기인 제티겐의 합동연주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이들 두 악기의 어우러지는 화음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두 나라 문화가 소통함으로써 서로의 영역을 넓히고 다양성을 더해가는 계기를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문화원이 개원된 지 두달 째 되는 지금 8개반 180여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수강 희망 대기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교류협력단(KOICA)이 문화원 개원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라시아국립대 한글 강좌도 3개반 80명의 학생들이 우리말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상상을 초월한 추위속에서도 왜 이렇게 우리말 배우기가 열기를 뿜어 내고 있을까? 카자흐스탄에서는 1998년 이래 KBS의 '첫사랑', '가을동화', '초대', MBC의 '다모', '대장금', '주몽', '허준', SBS의 '올인 등 우리 TV 드라마가 카자흐 국영TV, 하바르TV, 라하트TV 등 주요 방송사를 통해 소개되었고 현재는 '선덕여왕'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지 진출 한국 기업체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수강생들은 한국의 발전상과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한국의 매력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국민의 한국과 한류문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방문과 최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한국방문, 2010~2011년 '양국 공동의 해' 행사 등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은 이곳의 한류 수요와 한글강좌 수강 열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수도 아스타나 뿐만 아니라 알마티, 꼭시따우, 침켄트, 까라간디 등 주요도시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변 국가를 상대로 순회공연, 영화제 등을 개최해 중앙아시아에 한류를 전파 하고 상호 문화교류에 주력하며, 아울러 우리의 자원외교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가교역할을 할 계획이다. 주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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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중심에서 보여주는 한국작가들의 비전, Supervisions 전시

    런던 중심에서 보여주는 한국작가들의 비전, Supervisions 전시

    2010년 주영한국문화원의 첫 번째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브리티시 카운슬과 함께 기획한 제2회 재영한국인작가전시회이다. 오는 2월 6일(토)까지 개최하는 본 전시회에는 '감독'과 '관리'를 주제로 작업을 한 19명의 순수미술작가와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통제'를 뜻하는 단어 'Supervision' 단어를 활용한 전시 타이틀은 작가들의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초월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CCTV와 가상 네트워크 등 참신한 소재와 함께 금번에 새롭게 시도된 미술과 디자인분야의 합동 전시회는 크로스오버적인 현대미술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IT와 디자인강국인 한국의 이미지와 기존 시각미술 범주를 넘나드는 작품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영국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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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란드 문화원 개원

    폴란드 문화원 개원

    중․동유럽 최초로 폴란드에 한국 문화원이 개원했다.(1.27) 이곳에서 한국영화, 한복입기 체험, 한식요리 강습, 사물놀이 등 전통공연, 한국 폴란드 서적 등 한국 문화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다. 공연 전시 공간인 다목적홀 '마당', 도서실 '한울', 강의실 '배움', 영화감상실 '울림', 조리실 '수라', 사랑방 등을 갖추고 있다.개원식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폴란드 체육관광 장관 등 양국의 문화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서예퍼포먼스, 한복 갈라쇼, 폴란드 합창단의 공연 등이 개최되었다.개원식을 시작으로 한국 문화주간 행사 기간 동안, 비빔밥 등 한식 체험․강좌, 한복 갈라쇼 , 춘향가 공연 등 한국 문화를 폴란드에 알리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어 폴란드 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폴란드 문화원을 통해 동유럽과의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폴란드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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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한국영화제 (KOFFLA) 기금마련 행사

    LA한국영화제 (KOFFLA) 기금마련 행사

    2010년 1월 20일 LA한국영화제 (Korean Film Festival in LA: KOFFLA)의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가 LA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되었다. 코리안 시네마테크가 주최하고 LA한국문화원이 후원하는 LA한국영화제는 2010년 3월 4일부터 7일까지 개최될 예정으로, 이 영화제의 기금 마련과 스폰서 확보를 위한 기금마련 파티에는 50여명의 영화 관계자, 비즈니스 업체 관계자, 영화제 스태프 등이 참가하여 기부품 경매와 영화제 소개 및 리셉션 등을 진행하였다. 영화산업의 중심인 미국 LA에서 개최되는 한국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스폰서들에게 영화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소개한 행사였다. 주LA 한국문화원 | 201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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