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물 본 러시아인들 “오 놀라워라!”
"쁘리끄라스나!. 자미차?나(더 이상 아름다울 수가 없다. 완벽하다)!"지난 1일 오후 2시 러시아 옛 수도이자 문화수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2층 니콜라예프스키홀. 우리의 신라금관을 본 러시아 관람객들이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이들의 시선을 끈 유물은 니콜라예프스키홀 맨 앞쪽에 전시된 경주 서봉총(瑞鳳塚) 출토 신라금관(보물339호). 금관 뒤에는 보살이 앉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통일신라시대 돌 위에 새겨진 판보살좌상이다. 모두 한러수교 20주년을 맞아 세계3대 박물관중의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나들이를 하고 있는 터였다.국보 2점;보물10점 등 354점, 세계 3대박물관 나들이서봉총 금관 외에 니콜라예프스키홀에 전시된 우리 유물은 모두 354점.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거의 1년간 갖은 공을 들여 주최한 <'솔 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에 출품된 유물들이다. 이 가운데는 경주 금령총(金玲塚)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토기(국보 제91호), 전남 화순군 대곡리에서 출토된 팔주령(국보 143호) 등 국보 2점을 비롯해 청자거북이모양 주자(보물 452호) 등 보물 10점이 포함되었다.표트로프스키 에르미타주 박물관장, 최광식 국립박물관장, 이윤호 주러시아대사(왼쪽부터)가 '솔 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 개막식 테이프를 끊고 있다.앞서 니콜라예프스키홀 앞에서는 개막식이 열렸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표트로프스키 에르미타주박물관장, 그리고 이윤호 주러시아대사 등이 참석했다. 홀 앞에는 <'솔 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을 보기위해 앞 다퉈 모여든 관람객들이 개막 두시간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의 중요 문화유산을 한자리에 모으는 뜻 깊은 전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박물관에서 열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표트로프스키 관장은 "동양의 신비한 유물 수백점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특히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전으로 양국의 관계가 풍부해지고 더욱 깊어 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인터뷰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국영 텔레비전방송국인 TV-RUSSIA 여기자.개막식에 앞서 양국의 박물관장이 러시아 신문 방송 통신사 10개사 기자들과 회견을 가졌다. 이타르타스 통신 기자는 "한국이 이처럼 오랜 역사와 함께 풍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며 "유물전이 없었으면 한국은 2차대전 이후에 탄생한 나라정도로만 알고 있을 뻔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표트로프스키 관장 "한국미술전으로 양국관계 풍부해지고 깊어질 것"개막식 테이프가 끊기자 기다렸다는듯 관람객들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보통 유물 한 점에 수명씩 한꺼번에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은 개막 한 시간 쯤 지나서야 유물을 각 방향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솔 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은 한국문화를 통사적으로 보여주는 5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제1부 한국의 선사시대부터 삼한시대의 미술은 '추상과 구상', '실용과 미의식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 간돌검, 팔주령, 잔무늬거울 등으로 구성하였다. 한국을 2차대전 이후쯤에나 탄생한 신생국가로 알고 있는 일부 러시아인들에게는 매우 좋은 '효과'가 있었다. 제2부 삼국시대의 미술은 '역강, 섬려, 고졸의 미'란 주제로 국보 기마인물형토기, 보물 서봉총 출토 신라 금관, 허리띠 장식 등으로 구성되었다.경주 계림 장식보검, 카자흐스탄 발굴품과 비슷해이미 5~6세기에 한-러 교류특히 경주 황남동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굴된 길이 36cm의 장식보검은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보로보에 출토품과 유사하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도 두 유물을 함께 전시하는 데 흔쾌히 동의, 서기 5~6세기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 간의 문화 교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보물 339호 경주 서봉총 신라금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오른쪽은 이윤호 대사.제3부 통일신라시대의 미술은 '위엄 속에 깃든 관능', '국제성과 다채로운 미'라는 주제였다. 전시유물은 안압지 출토 판보살좌상, 금동불상과 와당, 인화문토기 등으로 구성됐는데, 러시아 관람객들은 특히 우리의 주거형태 요소인 기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제4부 고려시대의 미술은 '정려한 형태미', '세련된 우아미'라는 주제로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와 금속 공예의 정수를 보여줄 장신구, 각종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금동보살상 등으로 구성되어 관심을 끌었다.니콜라예프스키홀, 문인석;장명 등 '한국공간 아니냐' 착각 들 정도마지막으로 제5부 조선시대의 미술은 '소박한 외면과 엄정한 질서의 미'라는 주제로 분청사기와 백자,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겸재 정선의 <정양사도>, 높이 3.5m의 1749년명 <대흥사 불화>, 나전과 화각, 그리고 목가구 등을 선보였다. 홀의 중앙에는 문인석 한 쌍과 무게가 1.3톤에 이르는 장명등을 세워 한국 고유의 공간이라는 착각까지 일으키게 하였다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은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수집한 플랑드르 및 네덜란드 회화 컬렉션과 왕족과 귀족들이 수집한 소장품을 전시한 것이 박물관의 시작이었다. 귀족들에게만 개방되어 오다 19세기 말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현재는 소(小)에르미타주, 구(舊)에르미타주, 신(新)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 극장, 겨울궁전 등 6개의 건물 내 1,020개의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세계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힌다."에르미타주 박물관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황제와 생쥐뿐"박물관의 규모가 워낙 커서 한 황제는 "박물관의 방 위치를 잘 아는 것은 나와 박물관에 살고 있는 생쥐뿐이다"라는 일화도 전해온다. 당시 소장품은 회화, 무기, 조각, 고고유물, 화폐 등 약 300만 점에 달하며, 그중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앙아시아, 비잔틴, 근동의 유물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유물도 18만 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솔 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이들은 한국 유물을 살펴보면서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한국유물전, 피카소전 제치고 니콜라예프스키홀 차지유민 주러 한국문화원장이번에 한국 유물이 전시된 곳인 니콜라예프스키홀은 겨울 궁전에서 가장 큰 홀로 1,103㎡에 이르며, 현재 에르미타주박물관의 대부분의 특별전시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 유물전보다 일주일쯤 뒤에 열리는 '피카소 특별전'이 본래 니콜라예프스키홀에서 기획되었으나, 박물관측은 한국유물전을 니콜라예프스키홀에서 열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만큼 한국과의 관계, 한국 유물의 우수성을 감안하여 배려한 것이다.<'솔숲에 부는 바람'-한국미술오천년전>은 오는 9월5일까지 계속된다. 러시아를 방문하는 우리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 이곳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우리 관광객들이 우리 유물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감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 같다. 주러시아 한국문화원 |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