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K-POP 열풍,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유럽에서의 한류는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단 한번도 한국드라마가 방송된 적도 없고, K-POP 가수들의 공연도 이뤄진 적이 없는 곳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한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한 끝에, 지난 6월 10일과 11일 1만 4000명의 열광적인 유럽 관객들 덕택에 5개 그룹의 SM타운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15분만의 전석매진, 추가공연을 요구한 루브르박물관앞 플래시 몹 시위, 샤를드골 공항 초유의 1000여 명 팬들의 환영 운집, 첫회 98% 유럽 관객의 열화같은 환호…. 뜨거운 뉴스가 열흘간 한반도를 달구었다. 르몽드, 피가로, 국영 3TV, Canal+, M6 tv, Express지, 뉴스전문 BFM tv 등 현지 미디어들도 제법 놀란 듯 섭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연 후 파리 특파원들이 의아해 했던 것처럼, 공연장을 벗어난 파리시내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온라인 세상에서 놀던 젊은이들이 궁금하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SM사와 함께 오프라인에서 벌인 공연에 그들은 벌떼처럼 몰려왔다가, 다시 온라인의 세상으로 돌아갔으리라. 문화 다양성의 종주국서 전례없는 대환영 하긴 365일 중 이틀, 300개 파리 공연장 중 한군데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다양성의 종주국, 그 중에도 본거지인 파리에서 한국의 대중문화 중 하나가 전례없는 대환영을 받으며 자리잡기를 시작한 사건은 분명 눈물나도록 기쁜 일이다. 이렇게 시작해서,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창작이 상시적으로 펼쳐지는 이 사회에 한국문화가 어엿이 한 영역을 차지하고는, 더욱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될 것이며, 이로 인해 양국민 상호간의 증진되는 이해, 공감, 우정을 바탕으로 산업, 정치, 외교의 든든한 토대가 세워지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에서의 파급효과는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예견되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 이제 흥분을 거두고,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우리가 해야할 일을 착수해야 하겠다.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2차 공연에서 슈퍼주니어의 공연에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환호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파리의 한국문화원은 1980년 12월에 개원했다. 프랑스인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30년 이상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덕에,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는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긍정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문화원 개설 30년…'한국문화의 프랑스 현지화' 성공 순수 교민이 1000가구 남짓한 파리에 한국식당이 100여 개 성업 중이고, 강의실 하나밖에 없는 한국문화원에는 1000명이상의 한국어강의 수요자 중 350명의 프랑스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 전공이 개설된 대학마다 5~10명에 불과하던 5~6년전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100명이상의 지원자가 몰려서 대학이 교수충원의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필자 부임 이후 '프랑스인들의 일상에서 한국문화가 꽃피게' 주재국 파트너들과 전국, 연중 프로그램한 대부분의 유료 행사가 - 영화, 공연예술, 전통예술, 미술, 클래식음악, 한식, 스포츠 등 - 대개 매진을 기록하는 기쁜 일들이 상시적으로 벌어지는 건 물론이고, 플라마리옹 같은 출판대기업에서는 월평균 2권 정도의 한국관련 아동, 청소년 출판을 하는 등 이제 프랑스에서 한국문화를 만나는 일은 연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국영 라디오프랑스가 10년 계획으로 국악음반을 출반토록 협력하고, 세계문화의집의 공연실황 음반 출시, 최대 월드뮤직음반사 부다뮤직이 국악 기악/성악 2장 CD를 비롯하여 3장째 음반을 전세계에 유통시키는 등 국내에서도 어려운 국악음반 출시를 지속적으로 공동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계를 이끄는 주요 인사들이 친한 또는 한국영화전문가들로 구성되는가 하면, 전통예술공연계에도 핵심적인 인물들이 지한인들이다. 이미 미술계는 한국작가들의 활약으로 재불작가 350명 중 다수가 창의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그들의 영역이 확대되는 중이고, 제일 늦게 관객들을 만난 한국 연극, 무용도 파리, 리옹, 아비뇽 등 수많은 곳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후속 사업들이 줄지어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문화의 프랑스 현지화'의 저변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한국대중문화와 순수문화예술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상호간의 기대가 확대되는 시너지가 일어나게 될 것이 프랑스판 한류의 모습이다.10년 전 <파리 날리는 佛한국문화원> 기사에 이제 답합니다 2000년 어느날 한 특파원이 <파리 날리는 佛한국문화원>이란 제목으로 가슴아픈 현실을 지적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제 답을 드린다. "특파원님 이제는 '파리 스코프'(대표적 주간문화예술 홍보 유가지) 등에 매주 수개의 한국문화행사가 실립니다. 르몽드, 피가로, 리베라시옹 등에도 전면, 양면 기사는 물론 본지와 주말섹션지 모두에 우리 문화행사 및 공간이 소개됩니다. 이젠 연간 500회를 훌쩍 넘겨 한국문화가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습니다.""매일 밤 9시반까지 한국어수업과 예술실습이 문화원에서 이뤄지고, 매달 한차례 이상 전시개막, 클래식연주회, 음식시연, 영화상영(2회)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강연회 시리즈(3~5월 주1회), 어린이축제(11월 1주, 초등교 교외수업), 단소, 민요·판소리, 사물놀이, 한국무용 연수프로그램 등으로 오전에도, 토요일에도 프랑스인들로 바글거리는 곳이 주불한국문화원입니다." 그렇다. 단골손님들만 행사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히려 소수가 되고, 다양한 행사 때마다 새로운 얼굴들로 넘쳐난다. 다만 전국 각지의 행사에, 예를 들면 영화제에 한국특집을 만들었을 때 그곳까지 쫓아온 낯익은 얼굴들의 격려가 더 기쁠 뿐이다.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공연차프랑스를 방문하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와 샤이니, 에프엑스 등 한류스타를맞이 하기 위한 한류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류팬들이 입국장에 들어서는한류스타들을 찍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번 K-POP 공연으로 인해 온라인 홍보의 장이 더욱 넓어졌고, 10대 관중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가운 일이 또 생겼다. 이렇게 프랑스인들은 다양한 취향으로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긴다. 스스로 조사하고, 경험의 기회를 찾고 또 그 열정과 기쁨을 지인들과 함께 나누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한국 문화의 향유, 현장진출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드골공항의 팬들과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런 이례적인 현상에 프랑스 언론도 주목했다. 르몽드와 피가로 등 대표 일간지가 앞 다퉈 기사를 게재했고 공영 TV방송의 취재열기도 이에 못지않았다. 언론은 공연은 물론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한국 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한류 팬이 아닌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이렇게 유럽에서의 한류 신고식은 성공적이었다. 이번 공연이 프랑스와 유럽에 한국의 대중문화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물꼬를 틔웠으니 앞으로 유럽인들의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런 기회가 많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유럽 상륙 성공 K-POP, 지금부터 해야할 일들 이제 K-POP이란 매력적이고 폭발적인 대중문화로 인해 한국문화에 대한, 한국예술창작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욱 커진 호기를 맞았다. 이전보다 더 큰 노력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우리의 문화, 예술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할 때이다. 주불 한국문화원 최준호 원장성공한 콘서트가 추억으로만 남게 하지 않으려면 청년, 청소년층이 K-POP으로 인해 가지게된 한국어·한국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에 답하며, 그들을 잡고 또 그 수를 확대시키려면 유럽 여러나라에 더 많고 다양한 우리 문화예술을 진출시키고 자리잡게 해야한다. 보다 전문적으로 문화산업과 순수문화예술이 주재국 현장에서 상시적인 사업과 다양한 문화 중 가치로운 하나로 발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기울일 기회이다. 유럽에서의 한류는 한 때의 유행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유럽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오랫동안 발전될 수 있는 지평이 넓은 문화교류의 흐름인 것이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 201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