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subMenu
한국 치즈의 원조, 임실에 맛보러 오세요!
2015.03.16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생소하게 여겨졌던 치즈는 이제 한국인의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식품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외식 업계에서 치즈닭갈비, 치즈쭈꾸미, 치즈볶음라면 등 토속적인 매운맛과 독특한 풍미를 가진 치즈의 조화를 내세운 메뉴가 열풍을 일으키며, 치즈의 다양한 활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의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치즈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거리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 전라북도 임실군의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치즈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거리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어디서든 쉽고 다양하게 맛볼 수 있게 된 치즈가 한국에 등장한 것은 사실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치즈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기에인 디디에 세르스테반스(Didier t'Serstevens, 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임실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에 도움을 주고자 산양 두 마리를 들여왔던 것이 계기가 됐다.

벨기에에서 온 디디에 세르스테반스 (지정환) 신부.

▲ 벨기에에서 온 디디에 세르스테반스 (지정환) 신부.

1964년 전북 임실성당에 부임했을 때 “사람들이 ‘벨기에는 부자인데, 한국은 왜 가난하냐’고 물었다. 내가 그랬다. 벨기에는 할아버지들이 희생을 많이 해서 잘살고, 한국은 조상들이 기술을 배우지 못해 못산다. 여러분이 희생해서 자손들은 잘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또 임실은 뭐가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산에 (나무가 없어서) 풀이 많고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많다"고 했다.

"아는 신부님한테 선물로 받은 산양을 두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임실의 너른 풀밭에 소의 10분의 1 값도 안 되는 산양을 키워 그 젖을 짜서 판매하면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뜻대로 되진 않더군요. 수요가 적어 기껏 짜낸 산양유가 남아서 버려졌으니. 팔고 남은 산양유를 처리할 방법을 고심하다 치즈를 떠올린 거예요. 연유나 분유 같은 가공식품은 엄청난 시설비용이 들지만 치즈는 달랐죠. 유럽에서는 혼자 집에서 치즈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니까요." 지신부의 회고다.

그러나 맘대로 되지 않았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약탕기, 멸치국물 낼 때 쓰는 망까지 동원해 아마추어처럼 만들었죠. 모양은 치즈인데 품질이 고르지 않으니 상품 가치가 없어 치즈공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벨기에 부모님께 2000달러를 받아 작은 치즈공장과 발효공간은 확보했는데 이번엔 또 유산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누가 막걸리 만들 때 쓰는 누룩을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시도했다가 다시 실패하고. 시행착오만 무려 3년이었으니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할 수 없어 치즈 기술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났다. "3개월 동안 프랑스·벨기에 치즈공장을 견학하면서 성분배합비율, 공정 과정을 꼼꼼히 살폈지요. 카망베르치즈·체다치즈 등 종류별로 산도를 조절하는 법도 배우고요. 이탈리아의 치즈 기술자가 건네준 노트가 결정적이었죠. 각종 치즈의 제조법들이 적혀 있었으니까. 그 노트를 품에 안고 임실로 돌아올 때 얼마나 설렜는지 모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1969년 첫 임실치즈가 탄생했다. 이후 한국인의 입맛에 적응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구 3만의 전라북도 임실은 그간 꾸준히 쌓아온 노하우를 내보이며 ‘치즈산업의 메카’로 떠올랐고, 특히 2004년 ‘임실치즈테마파크’가 지어지면서 임실은 연간 20만 가량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관광지가 됐다.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도인리의 약 13만㎡의 대지, 축구장 19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드넓은 초원 위에 스위스의 치즈마을 ‘아펜첼(Appenzell)'을 벤치마킹한 동화 속 마을이 펼쳐진다. 임실을 대표하는 관광지 ’임실치즈테마파크‘다. 임실N치즈체험관, 임실치즈홍보관, 프로마쥬 레스토랑, 유가공 공장, 농·특산물 판매장, 임실치즈과학연구소가 한 데 모여 있다. 관람객들은 홍보관에서 치즈의 역사와 가공 및 숙성 과정을 배운 다음 체험관으로 이동해 직접 치즈를 반죽해 만들고, 개인이 만든 치즈로 피자, 돈가스, 스파게티, 퐁듀 등을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체험활동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성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김기옥 홍보팀장은 “오히려 30대 중반의 성인 남성들이 체험활동에 큰 흥미를 보인다”라면서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봐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N치즈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반죽한 치즈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_4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N치즈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반죽한 치즈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_3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N치즈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반죽한 치즈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_2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N치즈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반죽한 치즈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N치즈의 탄생부터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직접 반죽한 치즈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임실이 지금처럼 치즈산업의 중심지로 각광받기까지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땀과 노력을 쏟아 부은 낙농인들이 있다. 12개의 치즈공방에서 ‘목장형 유가공’사업을 운영하는 낙농인들은 매일 새벽 5시 가정에서 직접 기르는 산양의 원유를 착유해 치즈는 물론 신선한 우유와 요거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에게 산양을 향한 애정은 자식을 향한 마음만큼이나 뜨겁다. 임실군 문화관광과의 한중석 계장은 “공방 운영자들은 행여나 산양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항상 우려한다. 최대한 산양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는 말로 제품의 고품질 신선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다.

이렇게 임실에서 탄생한 ‘임실N치즈’는 테마파크 내 농·특산물 판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종류도 구워먹는 치즈, 찍어먹는 치즈, 아로니아와 복분자 등 특산물이 첨가된 치즈 등 무척 다양하며, 우유와 요거트와 함께 판매되고 있다. 신선도를 우선순위로 여기는 낙농인들의 자존심 덕에 전국 구석구석까지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실군의 심민 군수는 “전주와 광양 사이 오수휴게소에서는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량이 한 달 1억 개 정도 된다”라며 “앞으로 경기 가평 휴게소와 서울 영등포역까지 진출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임실군의 12개 친환경 치즈 공방에서 만든 다양한 치즈제품들.

▲ 임실군의 12개 친환경 치즈 공방에서 만든 다양한 치즈제품들.

올해 10월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치즈축제가 열린다. 자세한 정보는 임실치즈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
www.cheesepark.kr

 

 

글 이승아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slee27@korea.kr

※ 해당 콘텐츠는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게시물이동

이전글
중국군 영현, 귀향을 앞두다
다음글
임실, 소박한 정이 느껴지는 마을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