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subMenu
'공간' 사옥, 현대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
2014.09.03

서울 창덕궁 옆 옛 '공간' 건축사무소 사옥이 현대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1977년 완성된 공간 사옥은 고(故) 김수근(1931-86)씨가 설계한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으로 외벽은 검은색 벽돌로 만들어졌으며 담쟁이 덩굴로 덮여있다. 내부는 층간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여러 공간이 겹쳐진 형태로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나선형 계단과 복도가 미로처럼 얽혀있다.

 (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탈바꿈한 '공간' 사옥, (아래) 붉은 벽돌로 공간 사옥의 실내. 좁은 계단이 5층까지 이어져있다.

 

 (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탈바꿈한 '공간' 사옥, (아래) 붉은 벽돌로 공간 사옥의 실내. 좁은 계단이 5층까지 이어져있다.

▲ (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탈바꿈한 '공간' 사옥, (아래) 붉은 벽돌로 공간 사옥의 실내. 좁은 계단이 5층까지 이어져있다.

이 유서 깊은 건물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탈바꿈했다. 9개월의 공사 끝에 지난 1일 문을 연 미술관은 붉은 색 벽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좁은 계단과 낮은 천장의 작은 방들이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다. 비록 미술관으로 바뀌었지만 공간 사옥의 원형이 최대한 보존됐다. 김수근이 한 때 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진 5층에는 빛 바랜 비닐 장판과 곰팡이 쓴 벽지도 그대로 남겨져 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개관 첫 전시는 '리얼리'(Really)다. 공간사옥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작업의 어려움과 도전을 표현했으며 43명의 작가의 96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특이한 작품들이 많다. 내부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간에는 동(銅)으로 차량의 모형을 만든 뒤 주황색 아크릴 물감으로 두껍게 칠한 권오상의 '더 스컬프쳐 II'(The Sculpture II)가 전시돼있다. 원래 주차장이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시도다. 백남준의 '노매드'(Nomad)는 낡은 미니버스에 커다란 안테나를 단 우스꽝스러운 작품이다. 백남준의 'TV 첼로'(TV Cello)는 두 대의 큰 브라운관과 한 대의 작은 브라운관으로 첼로의 형태를 구현하고 화면에서 연주영상을 보여준다.

 (위) 백남준의 '노매드'(Nomad), (아래) 영상이 비춰지는 전시공간으로 바뀐 화장실.

 

 (위) 백남준의 '노매드'(Nomad), (아래) 영상이 비춰지는 전시공간으로 바뀐 화장실.

▲ (위) 백남준의 '노매드'(Nomad), (아래) 영상이 비춰지는 전시공간으로 바뀐 화장실.

영국작가 트레이시 예민(Tracy Emin)의 '1963년을 회고하며'(Remembering 1963)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영국작가 트레이시 예민(Tracy Emin)의 '1963년을 회고하며'(Remembering 1963)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국작가 마크 퀸(Mark Quinn)이 자신의 피 4.5ℓ를 얼려 만든 두상 '셀프'(Self)도 전시돼있다. 괴기스러운 이 작품의 얼음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시공간의 온도가 영하 23도에 맞춰져 있다. 정전에 대비해 별도의 냉동고까지 마련돼 있다. 또 다른 영국작가인 트레이시 예민(Tracy Emin)의 '1963년을 회고하며'(Remembering 1963)는 누비이불 작품이다. 그는 회화, 비디오, 설치, 조각, 바느질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집착, 사랑, 불행, 고통 등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터키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둔 그가 어린 시절 겪은 인종차별을 표현했다.

일본작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의 픽셀 더블 디어(PixCell-Double Deer)는 다양한 크기의 수정구슬로 뒤덮인 박제된 사슴으로 기이한 아름다운 느껴지는 작품이다. 크고 작은 수정은 사슴의 형태와 질감을 극대화하거나 생략해 완전히 변형했다.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짐 꾸러미를 구리로 만들어 잘라낸 택시의 상판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그는 인도를 상징하는 평범한 오브제를 통해 사회문제를 지적해왔다.

 (위) 일본작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의 픽셀 더블 디어(PixCell-Double Deer). 수정구슬로 박제된 사슴을 장식한 작품. (아래) 독일작가 요르그 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조각작품들. 1970년대 독일의 사회갈등을 묘사했다.

 

 (위) 일본작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의 픽셀 더블 디어(PixCell-Double Deer). 수정구슬로 박제된 사슴을 장식한 작품. (아래) 독일작가 요르그 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조각작품들. 1970년대 독일의 사회갈등을 묘사했다.

▲ (위) 일본작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의 픽셀 더블 디어(PixCell-Double Deer). 수정구슬로 박제된 사슴을 장식한 작품. (아래) 독일작가 요르그 임멘도르프(Jörg Immendorff)의 조각작품들. 1970년대 독일의 사회갈등을 묘사했다.

 (위)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 (아래)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에르(Geraldine Javier)의 '시간을 엮는 자들'(Weavers of Time)

 

 (위)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 (아래)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에르(Geraldine Javier)의 '시간을 엮는 자들'(Weavers of Time)

▲ (위)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Subodh Gupta)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 (아래) 필리핀 작가 제럴딘 하비에르(Geraldine Javier)의 '시간을 엮는 자들'(Weavers of Time)

아라리오 갤러리의 김창일 회장은 "이 사옥의 공간은 저마다 개성과 특징이 있다"며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전시하는 게 건축가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연중무휴로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1만2천원이다. 개관기념으로 5일까지는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며 저녁 8시에는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투어가 준비돼있다. 더 자세한 정보는 02-736-5700 또는 홈페이지(www.arariomuseum.org)에서 얻을 수 있다.

글 : 임재언 코리아넷 기자
사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jun2@korea.kr

※ 해당 콘텐츠는 저작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이 불가합니다.

게시물이동

이전글
점박이물범이 인천AG 마스코트가 된 사연
다음글
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 ‘절정의 기량을 보이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