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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계 이끄는 여성 감독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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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14살 중학생 은희의 성장기를 그린다. 영화 스틸은 은희가 한문 학원 김영지 선생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 엣나인필름



이하나 기자 hlee10@korea.kr



2019년 초가을, 여성 감독의 '작은' 영화들이 큰 감동물결을 일으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장기간 극장을 확보하고 관객 1만 명을 넘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이 주목 받고 있다.

김 감독의 첫 장편영화 '벌새'는 1994년 한국에 사는 14살 중학생 은희가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인 김영지 선생님을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베를린국제영화제, 트라이베카영화제 등 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25개의 상을 차지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월 29일 개봉한 뒤에는 독립영화 팬들 사이 입소문이 나며 상영관을 확대하고, 개봉 4주차 9만 8천 관객을 넘겼다. 미국 연예매체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가 "세심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거침없이 솔직하다"며 "여성의 시선이 돋보이는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윤 감독의 '우리집'은 지난 2016년 국내외 영화제 주목을 받은 '우리들'의 차기작으로 다시 한번 어린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번 작품은 부모의 불화에 시달리는 하나와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유미, 유진 자매가 각자의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우리집' 역시 개봉 전부터 언론매체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지난 8월 22일 개봉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전국 147개 상영관으로 출발했지만 개봉 첫날 3천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한지 한달만에 5만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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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 '우리집'은 가족 문제 해결에 나서는 세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두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남성 중심 서사가 주류인 한국 상업영화의 틀을 깬 인물들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성장한다. 두 감독은 여주인공의 서사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내적 갈등, 주변 사람과의 관계, 사회적 이슈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벌새'와 '우리집'이 개인 경험에 비롯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감독은 닮아 있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벌새는 나의 기억, 트라우마, 상처 등 기억의 조각을 엮어 만든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고, 윤 감독은 이번 영화가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느낀 감정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 시절의 개인적인 추억을 풀어낸 이들의 이야기에 관객들은 크게 공감하고 있다.

윤 감독은 지난 6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우리집' x '벌새'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두 번째 영화를 만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여성 감독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이걸 시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며 "3년 전 개봉할 때와는 다르게 같이 개봉하는 여성 감독님의 영화가 있다는 것. 그것이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의 독립영화들이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요즘, 두 화제작 외에도 8월에는 유은정 감독의 판타지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가 개봉했고 9월 말에는 이옥섭 감독의 '메기'와 한가람 감독의 데뷔작 '아워 바디'가 잇따라 극장에 걸렸다. 새로운 관점과 인식 그리고 주체성을 가진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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