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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한 표 행사했어요” 지방선거 참여한 외국인 유권자들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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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 글·사진 이경미 기자 km137426@korea.kr
“투표가 처음이라 몸이 떨리던 걸요. 외국인인 제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 투표일인 13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고에 마련된 원곡동 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중국인 임춘려(林春麗)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는 올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국인 유권자 수가 3만8541명으로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서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이 2650명으로 가장 많다.
한국에 산 지 12년이 넘은 임 씨는 선거에 참여해 보니 어땠냐는 질문에 “중국은 국민이 투표할 수 없다. 한국에 와서 투표를 처음 경험하다보니 긴장감이 들더라”며 “투표 용지가 여러 장이라 헷갈렸다. 잘못 찍으면 어떡하나, 신중히 기표했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돼서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켜줬으면 좋겠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투표일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우즈베키스탄인 반 알라(PanAlla) 씨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선거운동 때부터 눈 여겨본 후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 씨는”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이주 15년째이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며 “선거운동 때 후보자들이 외국인은 그냥 지나치더라. 외국인이지만 이제는 나도 어엿한 유권자”라며 주어진 권리를 정당히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산 다문화 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국 국적의 윤경수(尹京洙) 씨는 “오늘은 가게 문을 잠시 닫고 왔다. 사전투표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오늘 장사에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짬을 내서라도 꼭 투표해야겠다”며 첫 투표를 하러 온 소감을 밝혔다.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별도의 신고 없이 투표소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이뤄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도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났고 지방자치단체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있는 만 19세 이상이면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할 수 있다. 외국인이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2005년 법이 개정된 후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다. 아시아에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선거 등 모든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귀화 절차를 통해 한국인이 된 외국인은 모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랍 전통 의상을 입고 투표소를 찾은 칸 쥬베르(KAAN ZUBAIR) 씨가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한국 생활 25년 차로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지는 15년이 됐다는 칸 씨. 자신의 손으로 직접 4명의 대통령을 뽑았다며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치안이 좋지 않고 특히나 선거철이 되면 위험하다”며 “한국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산 지 오래된 만큼 한국어가 유창한 칸 씨는 “선거공보물 봉투에 간단한 설명만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며 “외국인은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도 정작 한글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료가 영어로도 자세히 제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한국으로 귀화를 한 경우에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같은 정책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일부 개선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국제화 시대에 바람직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참정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만한 사례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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