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3.11.14
귀명창 되기 위한 두 시간의 여정···인도네시아 기자의 판소리 체험기
서울 = 테레시아 마가렛 기자 margareth@korea.kr
사진 =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
영상 = 이준영 기자 coc7991@korea.kr
지난 7일 오후 1시 판소리가 궁금한 외국인 20명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남산국악당 연습실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열의가 뜨거웠다.
이날 '제1회 월드판소리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외국인 대상 판소리 워크숍'은 민혜성 명창이 맡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인 민 명창은 유럽에서 공연과 워크숍 통해 판소리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민 명창의 외국인 제자 중 가장 알려진 제자가 이날 열린 판소리페스티벌에서 판소리 20시간 릴레이 프로젝트 무대에 오른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인류음악학 조교수다.
워크숍에는 민 명창과 예이츠 교수가 함께 했다. 민 명창이 한국어로 설명을 하고 예이츠 교수가 통역을 맡았다. 민 명창은 수업을 시작하며 "두 시간 만에 판소리 명창이 될 수가 없겠지만 귀명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민 명창은 판소리의 역사를 소개하고 함께 공연 사진을 보며 소리꾼, 고수, 관객이라는 요소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이 세 역할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첫 순서로 소리꾼의 발성법을 익혔다. 민 명창이 남도 판소리의 기본 발성법을 직접 선보였다. 소리만 듣고 따라해야 한다는 점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판소리는 스승이 제자에게 말로 전승하기 때문에 같은 곡을 불러도 명창마다 특징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발성법을 익힌 뒤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 악보를 받았다. 민 명창은 "가장 느린 장단부터 가장 빠른 장단까지 구성되어 있어 외국인들이 판소리에 있는 여러 가지 장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빠른 장단보다 느린 장단을 통해 판소리의 매력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보가'의 박 타는 대목에는 공연자가 판소리 중간중간 장단 없이 말로 연기하는 '아니리'부터 판소리 장단 중 가장 느린 진양장단과 빠른 휘모리장단이 담겨있다. 직접 창을 해보니 이야기를 전달하는 동시에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게 어려우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어 판소리 공연 중 관객들이 장단에 맞춰 내는 소리인 '추임새'를 배웠다. 추임새는 이야기에 맞춰서 해야 하기 때문에 판소리를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할 수 있다. '얼씨구', '좋다', '으이' 등의 표현을 익힌 뒤 민 명창이 노래하는 대목에 추임새를 넣어봤다.
끝으로 판소리 연주에서 명창의 소리에 맞추어 장단을 치거나, 북을 치면서 알맞은 대목에서 추임새를 하는 '고수' 역할도 배웠다.
민 명창은 이날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K-팝을 좋아해서 한국에 온 외국인도 많지만 한국 전통 문화를 좋아해서 온 분들도 적지않다"며 "앞으로 이런 외국인 대상 판소리 강연도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이날 남양주에서 친구 한 명과 함께 워크숍을 찾은 나카하라 토모미(일본) 씨는 "짧은 시간 안에 판소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돼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유학생 헤본디얀 크리스티나(아르메니아) 씨는 "민속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판소리는 이론으로 접한 뒤 진짜 소리를 배운 지 1년 되었다"며 "민 명창이 짧은 시간 안에 외국인에게 판소리의 매력을 소개해줘 너무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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